백 가지 기술보다 더 훌륭한 것
옛날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타고난 천재로서 나이 20이 되자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떤 일이라 해도 그는 한번 보기만 하면 다 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명세하기를 ‘천하의 기술이란 기술은 다 습득하고야 말 것이다. 만일 한 가지의 기술이라도 빠지는 것이 있으면 통달했다고 할 수 없다.’하고는 스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두루 배웠다.
여섯 가지의 기예와 잡술 그리고 천문, 지리, 의약뿐만 아니라 무너지는 산과 흔들리는 당을 진압하는 법, 도박과 장기, 음악, 그리고 옷 재단하기와 비단에 수놓기, 고기썰기와 음식만들기 등 인간이 하는 일에는 모두 통달하였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장부로서 이만하면 나를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다. 이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상대방을 꺾어 항복받음으로써 이름을 천하에 날려야겠다. 만천하에 이 기술을 떨친다면 나의 공은 역사에 실릴 뿐만 아니라 백 대에까지 전해지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그 나라의 시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시장 바닥에 앉아 활을 만들고 있었는데, 소 힘줄을 늘리고 소불을 다듬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날래었다.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활을 사가려고 다투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활 만드는 것을 시시하게 여겨 배우지 않았다. 천하에 모르는 기술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저 활 만드는 기술을 내가 따를 수가 없구나. 저 사람을 따라가 배워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활장이의 제자가 되어 열심히 기술을 익혔다. 한 달 동안에 활 만드는 법을 모두 익혀 그의 기술은 스승보다 나았다. 그는 스승에게 사례금을 지불하고 다시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는 강을 건나게 되어 배를 탔다. 그는 뱃사공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배를 회전시키는 기술, 그리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술과 내려가는 기술이 자기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절묘하였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비록 내 기술이 많다고 하지만 배 부리는 기술은 익히지 못했다. 아무리 천한 기술이라도 몰라서는 안 된다. 저것마저 익혀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뱃사공의 제자가 되어 한 달 동안 정성을 다해 배 부리는 기술을 익혔다. 한 달 만에 그의 배 부리는 기술이 스승보다 나았다. 그는 또 스승에게 사례하고 그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갔다. 그는 이나라의 궁전이 천하에 없이 웅장하고 규모가 잘 짜여진 것을 보고 또 생각했다.
‘이 궁전을 지은 목수의 기술은 천하에 따를 자가 없다. 나는 이 기술도 배워야겠다. 만일 목수와 기술을 겨룬다면 나는 반드시 지고 말 것이다. 이것도 배워야 마음이 놓이겠다.’
그는 궁궐을 지은 목수를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그는 정성을 다해 목수를 받들어 섬기며 열심히 배웠다. 그래서 한 달 만에 치수재기, 모(금)내기, 둥글게 하기 등과 무뉘파기, 새겨넣기 등 목수로서 익혀야 할 기술을 다 익혔다. 이 사람은 워낙 뛰어난 재주를 가졌기 때문에 배우는 일마다 모두 스승을 능가하였다. 그는 또 재물로 사례하고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는 이제 완벽할 만큼 모든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두루 돌아다니며 자기를 이길 만한 상대자를 찾았으나 자기를 이길 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교만할 대로 교만해졌다.
이때 부처님은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혜안으로 이 바라문을 보고 계셨다. 이 사람은 재주가 많기 때문에 능히 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즉시 비구로 변신한 다음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들고 그의 앞으로 가셨다. 그는 아직 불법이 무엇인지 비구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비구의 모습을 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인가. 가까이 오면 물어 봐야겠다.’
비구가 가까이 오자 그가 물었다.
“어느 나라 왕족에도 당신 같은 이가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그런 복장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당신이 들고 있는 그릇도 처음 본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기에 그 모습과 옷이 보통 사람과 다른가?”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몸을 다루는 사람이다.”
바라문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을 몸을 다룬다 하는가?”
이에 비구는 그 바라문이 배운 기술을 빙자해 게송으로 말했다.
활 만드는 사람은 활을 다루고
뱃사공은 배를 다루며
목수는 나무를 다루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다룬다.
아무리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큰 바위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이 굳세어서
비방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깊은 못물이
맑고 고요한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도를 들으면
그 마음이 깨끗해지고 즐거워지니라.
비구는 이 게송을 마치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부처님의 몸으로 변신한 다음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몸을 변신할 수 있는 것은 도덕으로 몸을 다룬 그 힘 때문 나온 것이다.”
이때 바라문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원컨대 몸을 다루는 그 방법을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계 즉 살생하지 않고, 도적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계행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한없이 자애로운 마음, 남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 남의 기쁜 일을 보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마음, 귀천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대하는 그런 수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비스런 마음을 내어 널리 보시를 베풀어야 하며, 계율을 잘 지키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는 인내심을 길러야 하며,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힘서 정진해야 하며,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자주 선정(禪定)에 들어야 하며, 그리고 참된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사선정(四禪定) 즉 초선(初禪), 이선(二禪), 삼선(三禪), 사선(四禪)을 닦음으로써 욕계(欲界)의 미혹을 뛰어넘고 색계(色界)에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 사선정은 모든 공덕을 낳는 근본이 된다. 그리고 삼해탈(三解脫) 즉 일체의 모든 것은 다 공(空)하다고 관찰하는 공해탈(空解脫), 만물은 차별상이 없다고 하는 무상해탈(無相解脫), 모든 것은 구할 것이 없다고 하는 무원해탈(無願解脫)을 잘 닦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몸을 다루는 법이다.
대개 활 만들기, 배 부리기, 목수 일과 또 여섯 가지의 기예 같은 것은 하나의 겉치레일 뿐이며, 오히려 몸과 마음을 교만하고 방자하게 만들어 생사의 윤회 속에 빠지게 하느니라.“
바라문은 이 말씀을 듣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은 이 사람을 위해 다시 다음과 같은 설법을 하셨다.
“인생은 본래 괴로운 것이다. 이를 고(苦)라 한다. 그런데 그 괴로움을 받게 된 것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이 원인을 집(集)이라 한다. 괴로움이 되는 이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소멸시키는 것을 멸(滅)이라 한다.
이렇듯 인생의 괴로움을 소멸로 이끌어가는 길을 도(道)라 하는데 이 도에는 여덟 가지의 항목이 있다. 첫째 바른 견해이며(정견.正見), 둘째 말과 행동 이전에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하며(정사유.正思惟), 셋째 바른 생각을 가졌으면 그 다음 행위도 바른 언어적 행위가 되어야 하며(정어.正語), 넷째 바른 생각을 가졌으면 그 다음 행위도 바른 신체적 행위가 따라야 하며(정업.正業), 다섯째 바른 생활을 해야 하며(정명.正命), 여섯째 용기를 가지고 바르게 노력해야 하며(정정진.正精進), 일곱째 바른 의식을 가지고 이상과 목적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며(정념.正念), 여덟째 항상 마음을 한곳에 모아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정정.正定) 등이다.
그리고 팔해탈(八解脫)의 법을 닦아야 한다. 첫째는 마음의 탐심을 없애기 위해서 밖의 더러운 것을 관찰하여 탐심을 막게 하는 법, 둘째는 안으로 색욕을 탐하는 마음은 없어졌으나 이 마음을 더욱 굳게 가지기 위하여 밖의 더러운 것을 관찰하여 탐심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 셋째 밖의 더러운 것을 관찰하는 마음을 버리고 오히려 밖의 깨끗한 색(色)만을 관하여 탐욕이 생기지 않게 하고 이를 증득하여 몸 안에 있게 하는 법, 넷째 물질적인 상(相)을 다 소멸하여 공무변처해탈(空無邊處解脫)에 들어가는 법, 다섯째 공무변의 마음을 버리고 식무변처해탈(識無邊處解脫)에 들어가는 법, 여섯째 식무변의 마음을 버리고 무소유처해탈(無所有處解脫)에 들어가는 법, 일곱째 무소유의 마음을 버리고 비상비비상처해탈(非想非非想處解脫)에 들어가는 법, 여덟째 수(受), 상(想) 등의 마음을 싫어하며 길이 무심에 머무는 법 등이 있다. 이 법을 닦아야 삼계의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가 있느니라.”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난 바라문 제자는 즉시 아라한과를 얻었다.
《법구비유경》
이 설화는 하고자 하는 얘기의 내용이 본문 안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백천 가지의 기예가 뛰어나다 할지라도 결국 자신을 다루는 지혜가 없다면 인생의 참된 행복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다. 그리고 이 설화에는 불교의 핵심적인 교리 및 수행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오계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팔정도, 사성제, 선정, 팔해탈 등은 오늘날 불교의 중심사상으로 매우 중요한 교리의 내용이 되고 있다.
신지우(申智宇)스님 엮음 《부처님의 그림자 중생의 그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