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여행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단순하게 자신이 살던 곳과 일상에서 벗어나서 집을 나서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휴양지에 휴식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나 식구들이나 친지들과 관광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도 여행의 한 종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본래의 여행의 개념과는 다르다.
여행은 이것이라고 단순하게 규정을 지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그 기간을 통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삶을 비교하면서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여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 그런 자연이 있게 된 배경인 물과 바람과 수억 년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순간을 살다가 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집과 일상을 떠나서 마음과 생각의 지평을 넓히면서 인간으로서 더 성숙해지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 이런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순례의 길을 떠나는 여행이나 휴양을 하기 위한 여행, 관광을 하기 위한 여행이라도 일단 집과 일상을 떠나게 되면 견문과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여행이라도 여행은 유익한 것이다.
유럽과 인도,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을 보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종교들을 보고 왔기 때문에 남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다. 남미와 필리핀 등 스페인이 지배했던 곳에 카톨릭이란 자기들의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원주민들의 종교문화를 말살한 잔재들, 인도 힌두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합리한 카스트제도에 고통 받는 사람들, 그리고 현대에 맞지 않는 교리의 강요로 특히 여성들은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슬람교인들.
지구촌의 여려 곳을 여행하면서 종교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기보다는 인간들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구속하므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로 그곳 사람들은 어떤 종교를 가지고 그 종교로 인해서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보기 위해서 여행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에서 즐거움은 크게 3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여행 준비 단계, 여행 단계, 그리고 여행 추억 단계 등이다. 어렸을 때에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어도 즐거움이 컸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오히려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여행이란 게 계획하는 순간부터 즐거움이 찾아오는 것이라 우리 인생에서도 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 여행하려는 곳의 역사와 문화, 지리적 특성, 종교, 교통 정보, 음식 등등에 대해 여행 전 인터넷 여행담 및 책자 등을 통해 미리 공부함으로서 여행에 대한 꿈도 키우고 현지에 가서도 보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먹을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할 수 있다.
여행하는 단계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도 깨닫고 견문을 넓히는 핵심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건강관리처럼 한다. 우리 인생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있는데, 여행과 마찬가지로 기본을 준수하면서 끝없는 도전으로 꿈을 실현하는 일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혹시 일상이 무료하다면 외국여행 왔다는 상상을 하면서 일상을 대해 보자. 매 순간이 소중하고 신비롭고 힘이 날 것이다. 그렇게 보내면 하루가 무척이나 행복하다. 이렇듯 보는 관점에 따라 무료한 일상이 가치 있는 시간으로 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여행의 회상 단계로 지난 여행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고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되새기는 과정이다. 이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록물이 있어야 한다. 여행에서 사진이나 일기가 없다면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고 추억으로 거듭날 수 없다. 인생에서도 살면서 얻게 된 기록들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더욱 지혜롭게 살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는 여행을 다녀오면 몇일 휴식 후 여행사진을 정리하고 여행 전 모아 두었던 자료와 여행지에서 습득한 정보, 느낌 등을 글로 써 카페에 올리는 것으로 여행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고 미진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 본다.
여행을 여러 번 가듯이 인생도 한 번만 사는 것이 아니다. 좋았던 여행을 다녀와서도 아쉬움이 남으면 다음 여행을 기약하듯이 인생도 여러 사이클이 존재한다. 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도전한 성과를 만끽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인생을 기약하면서 행복한 여행처럼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Dear My Friend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김혜자씨 인터뷰를 보았는데 참 인생을 지혜롭게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분은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이유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정을 가지고 자녀의 양육이라는 책임을 다 하고 책임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10~20여년의 동안이 지금이기 때문’ 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영원히 살지 않고 적당한 시간 안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지금이 행복하다’하고 덧붙였는데 이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울 때가 자녀를 성장시켜 독립시키고 난 뒤로, 인생에서 기본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은 다 한 셈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 한가롭게 쉴 틈이 없었고, 젊었을 때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느라고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니 정상적으로 산 사람은 노년의 삶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맞는 것이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현역에서 은퇴를 하여 비로소 취미생활을 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운동도 하고 그림이나 음악을 배우기도 하지만 여행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현역에서 은퇴한 친구들에게 내가 다녀 온 배낭여행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도 배낭여행을 하고 싶지만 여행 국가의 언어가 안 돼 배낭여행을 못 간다고 한다. 2013년 은퇴를 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 프로그램을 보고 학교 다닐 때 배운 영어를 직장생활하면서 거의 쓰지 않아 영어 좀 배워볼까 했는데 담당자와 통화를 해 보니 영어회화나 여행영어를 가르치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지금은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어 회화 강좌는 여유가 있느냐고 물으니 초급 회화는 여유가 있다고 해 중국어 강좌에 등록해 매주 세 번 평생학습센터에 다니다 보니 강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이거나 자녀들을 다 키운 가정주부들이다. 중국어 강좌에 참여하는 분들도 대부분 중국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여행할 때 필요할까 해서란다.
나의 경우엔 중국 삼국지여행 전 인도로 가는 길이란 여행사를 통해 이미 숙소와 교통편을 제공해 주는 단체배낭여행으로 인도, 라오스, 미얀마 등을 다녀 온 경험이 있다. 1년 동안 열심히 밤낮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2014년 아내와 둘이서 한 달간 순수 배낭여행으로 삼국지여행을 다녀오면서 느낀 것은 언어만 가능하면 배낭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란 것이다. 배낭여행은 언어만 가능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여행지에 대한 철저한 정보 수집과 계획, 무대뽀 정신이 가장 필요하고 그 다음에 건강과 시간이며 언어는 인사 정도와 물건 값, 길 찾기를 물을 정도만 되면 된다.
1달 동안의 삼국지 여행을 위해 번역본이긴 하지만 삼국지연의와 삼국지 정사를 5번 읽어 삼국지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고 삼국지 관련 여행 책자는 물론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나 보다 먼저 다녀오신 분들의 경험 등을 모아 정리하는 한편 인터넷 Beidu 검색을 통해 중국 현지의 교통편을 미리 정리하여 작은 소책자로 만드는 등 6개월 이상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현지에서 일정 조정, 숙박, 교통 등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달이란 장기 여행이었지만 워낙 조심스럽게 다녀서 그런지 여행지에서 심각한 병이나 부상을 입거가 여권, 돈을 도난당하는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나이가 든 사람은 혼자나 둘이 하는 배낭여행은 숙박과 교통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직접 챙기는 일이 전문가가 아닌 한 체력적으로 불가능하고 출발 전에 아무리 정보를 잘 수집하여 계획을 잘 수립해서 간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많은 변수가 있어 그 변수에 대응하는 것도 힘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서 심각한 병이나 부상을 입거가 여권, 돈을 도난당하는 경우 수습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나이가 든 사람이 배낭여행을 하려면 숙박과 교통과 안전을 책임져 주는 여행사를 통하는 게 상책이다. 여행사를 통하면 현지 언어를 전혀 할 줄 몰라도 문제가 없이 남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인도 등 어디라도 배낭여행할 수 있다.
내 친구들은 나더러 환갑이 넘은 친구가 그 나라 말도 모르면서 배낭만 메고 잘도 다닌다고 부러워한다. 자기들은 언어가 안돼서 배낭여행을 못 간다며 언제 한 번 따라가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이런 친구들에게 여행사를 통한 배낭여행을 소개해 줘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걸 보면 배낭여행을 할 용기가 없는 듯하다.
이번 아내와 함께 떠나는 남미 여행은 29일간으로 2020.1.30.~2.29까지 5개국에 파타고니아를 돌아보는 코스로 오지투어 여행사를 통한 세미 패키지여행이다. 교통편과 숙소를 제공하고 일정 중 대부분은 현지에서 개별 여행자가 알아서 여행지를 선택하고 식사도 해결하지만 개별 여행이 힘든 곳은 일부 패키지 투어를 포함하는 여행 형태가 세미 패키지이다.
출발 4주 전 사전 미팅을 통해 남미 현지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와 볼리비아 비자, 미국 ESTA 신청 및 준비물 등을 알려주고 함께 동행할 일행들 얼굴도 익힌다. 이번 여행을 같이 할 일행들은 24명(남자 16명, 여자 8명)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이 대부분이며 최고령자는 78세다. 그 중 나와 동갑이며 그 부인들과 아내와도 동갑인 부부가 둘이 있어 동갑내기 끼리 어울려 다니며 살아 온 이야기도 하고 서로 도우며 멋진 여행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목적은 사실 알 수가 없다. 본인이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적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목적을 모르고 사는 것이 너무 이상하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이것이 목적이라고 설파하지만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목적 같은 것은 몰라도 상관이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하게 살아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살아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챙겨가면서 살 여유가 없을지라도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는 점검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생이 살아온 인생보다 적게 남아 있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겠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 객관적으로 갖추어 졌을 때 행복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북한이나 방글라데시 부탄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을 미지의 세계를 가보게 될 때 가장 큰 만족감을 얻게 되고 여행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가 봐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가? 다 가본다면 좋겠지만 시간이나 돈 건강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나는 여건만 허락된다면 세계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그 곳의 경치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에 있어서 가장 할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남미여행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정반대편에 있는 남미의 경치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스페인 등 유럽 제국들이 남미를 점령 통치하면서 남미 원주민과 문화에 끼친 영향 등을 좀 더 깊이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