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MBC 가족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계열사와 자회사 가족 여러분, 창사 60주년을 맞게 되어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뜻깊은 날, 많은 분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고려해 봤지만 불안하고 힘든 국민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조촐하게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님과 내빈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신년사에서 국민들께 60년 동안 받은 은혜를 갚자고 했습니다. 정보와 즐거움을 드리는 것을 넘어서, 국가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적극적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지치고 힘든 국민께 힘이 되는 콘텐츠, 희망을 드리는 콘텐츠를 잘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게 됩니다.
MBC에는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상승곡선입니다. 코리아 리서치의 조사를 보니까 지상파와 종편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 100개 중에서 뉴스데스크가 여론 영향력 2위, PD수첩 4위, 백분토론 7위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는 유튜브에서 압도적입니다. 11월까지 누적 조회 수 23억회로 2위 뉴스 채널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누리호 발사’ 실시간 유튜브 중계는 30만명 넘게 시청해서 뉴스 라이브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사들의 5배에서 10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MBC 예능은 올해도 굳건했습니다. <놀면 뭐하니>는 ‘MSG 워너비’ 프로젝트로 안방 시청자들을 귀호강 시켰고,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 스타> 역시 최고의 스타들을 모셔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구해줘 홈즈>는 참신한 기획의 대명사, <복면가왕>은 여전히 K-포맷의 선두 주자입니다.
<검은 태양>은 MBC 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이었습니다. 10% 가까운 시청률로 안방에서도 인기였지만, 웨이브와 유료방송 다시보기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첫 회부터 화제성에서 최고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사극의 명가 MBC의 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디지털에서도 <피의 게임> <소비더머니> <해장님> 등 실험적이면서도 화제성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반면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힌 순간도 있었습니다.
바로 도쿄 올림픽 방송 사고입니다. 시청자들의 따가운 질책에 제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고, 여러 후속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공성 강화위원회가 가동돼 프로그램과 조직에 대한 진단, 새로운 규범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모든 부문에 콘텐츠 다양성 데스크를 둬서 문화적 다양성, 인권 존중의 가치 등이 잘 반영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검증하도록 했습니다. 철저히 반성하고, 확실한 대책을 만들어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습니다.
새로운 60년이 시작되는 내년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겨울 올림픽, 아시안 게임, 월드컵까지, 중요한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 품격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MBC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존경하는 MBC 가족 여러분, 저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고 국민들께 보답하기 위해 내년에는 새로운 MBC 채널 하나를 더 탄생시키려 합니다. 정부가 권장하는 MMS 기술을 활용해서 ‘MBC 2’ 채널을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MBC 2’ 채널은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광고 없는, 시민들의 콘텐츠로 채울 것입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이른바 ‘with MBC’ 채널입니다. 수많은 시민 콘텐츠 제작자들의 작품 중에 품질이 높은 것을 골라 제작비를 지원하고, 시청자들과 만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저작권 일체도 제작자들께 드리겠습니다. 또, 15개 지역 MBC의 수준 높은 콘텐츠도 포함시켜 지역성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재난 상황에서는 충실한 재난 보도 채널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방송될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with MBC’ 채널은 자본, 권력, 선정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오로지 시민과 약자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공영방송의 전형이 되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경영 성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0월 말 현재 영업이익이 천억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연말 각종 비용 처리를 감안하더라도 유례없는 흑자가 예상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우선 드라마 제작에 1,300억원이 투입됩니다. 제작 편수가 올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겁니다.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 리메이크를 포함해 대형 사극과 판타지 등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내년 예능은 더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담은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능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겠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외부와의 협업으로 IP를 확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되는 콘텐츠는 확실하게 밀어줄 것입니다.
저는 지난 7월 정책설명회에서 “성과를 함께 나누겠다”고 했습니다.
약속대로 사원들과 이익을 나누겠습니다. 비정규직 사원들께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공로상과 우수상 수상자들 외에도 특출한 성과를 내거나, 수익에 크게 기여한 직원에게 별도 격려를 할 계획입니다.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보직자들을 더 우대하기 위한 개선책도 마련하겠습니다.
저는 취임 때부터 줄곧 빠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서 우리의 영역을 확장하자고 당부드렸습니다. 그 일환의 하나로, 오늘 사내벤처 2기 2팀이 최종 선정됐습니다. 올해는 29개 팀이 지원했는데 심사에 참여했던 벤처 캐피털 대표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면서 당장 투자하고 싶다고 평가한 팀도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해 이 자리에서 사내벤처 1기, <바이트 일레븐>과 <코이>팀에게 회사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1년 만에 두 팀 모두 MBC를 떠나 곧 독립합니다. 제가 주문한 것보다 더 잘 성장해서, 높은 가치로 외부 투자도 받게 됐습니다. MBC도 일부 지분을 투자할 예정인데, 사원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직원들의 활동 공간을 넓힐 강남 스마트센터, 지난달에 문을 열었습니다. 사내벤처, 전략투자, 광고영업, 미팅, 섭외, 인터뷰...다양한 공간도 충분하고 예능, 드라마를 위한 연습실도 있습니다. 상암에 머물지 말고 강남을 휘젓고 다니십시오. 그래서 MBC의 영토를 넓혀 주십시오.
사랑하고 존경하는 문화방송 가족 여러분, 이제 MBC의 새로운 60년이 시작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MBC는 더 이상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지상파 플랫폼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선언합니다.
-압도적인 K-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MBC,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MBC,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영방송 MBC.
우리의 세 가지 비전입니다. 우리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