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極必反 (물극필반)
‘사물이 극(極, 막바지)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反轉)한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여씨춘추(呂氏春秋) 박지(博志)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상태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만고(萬古)의 진리를 꿰뚫는 말로
세상의 일들이 시작하고 흥(興)하다가 마침내 쇠락하여 끝나는 모습을
단 네 글자로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중국 당서(唐書)에 실린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원래 당 태종(太宗)의 후궁이었던 무조(武照)는
당 고종의 황후가 되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담함, 계략과 무자비함으로
정적들을 제거하고 셋째 아들을 황제로 옹립 후 섭정(攝政)하며 권력을 장악하였다.
唐(당)나라의 女帝(여제) 측천무후
그때 신하인 소안환(蘇安桓)이
‘무후(武后)께서는 아직은 섭정의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
(物極必反 器滿則傾/물극필반 기만즉경)는 이치를 아셔야 합니다’
라고 간언(諫言)하여 물러날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측천무후는 결국 아들 중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되었지만 말년에
재상 장간지(張柬之)가 이끄는 친위군에 의해 폐위되었고
영원할 것 같던 그녀의 권력도 종언(終焉)을 고하고 말았다.
물극필반과 거의 같은 뜻으로 ‘만물은 장성했다가 쇠퇴한다’는
물장즉로(物壯則老),
‘세력이 강성하면 반드시 약해지게 된다’는
세강필약(勢强必弱),
‘열흘 동안 붉게 피는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못 간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
‘소나기도 종일 내리지는 않는다’는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강력한 활(弩/노)로 쏜 화살도 끝에 가서는 힘이 떨어진다는
강노지말(强弩之末) 이라는 말이 있다.
성(盛)하여 최고조(極)에 달하면 반드시 쇠(衰)한다’는
물극필반의 원리는 자연과 인간사에서도 볼 수 있다. 사계절의 변화,
달이 차면 이지러지고(月滿則虧/월만즉휴),
해가 중천에 이르면 기울기 시작한다(日中則移/일중즉이). 또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생도 물극필반이라는 필연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른 나이에 사업에 크게 성공하여 주목을 받았으나 자만에 빠져 하루 아침에
몰락하는 사람들도 많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자들도 결국에는 권력을 잃는다.
쟁쟁하던 세계적 회사들이
시대의 변화에 대한 무지(無知)와 판단 착오로 허망하게 망한 예도 수없이 많다.
궁극적으로 물극필반은
세속적으로 성공할수록 더욱 겸손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을 가르친다.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던 유명한 교수가
막대한 돈으로 유혹하는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의 덫에 걸려
중국의 대학에 연구실을 차리고 거액의 돈을 받으며 활동하다가 법을 어긴 죄로
기소되어 모든 명예와 업적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사건도 최근에 있었다.
수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興亡盛衰)로 점철(點綴)된 세계 역사는
물극필반의 끝없는 반복이며 항상 인류의 고통을 수반(隨伴)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