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왕문경)
25. 현세現世의 죄를 내세來世에 면할 수 있느냐의 문제
왕이 다시 질문을 하였습니다.
"존자여! 현세에서 생을 마치고 내생에 생을 받아 날 경우 어떤 요소가 태어납니까?"
"대왕이여! 몸뚱이가 태어나지요."
"현세의 몸뚱이 그대로가 태어납니까?"
"아닙니다. 대왕이여! 현세의 몸 그대로가 아니라, 현세에서 지은 모든 선악의 업, 이것이 다음 세상의 다른 몸뚱이를 태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존자여! 그와 같이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몸뚱이는 현세에서 지은 죄악에서 면할 수 있을까요?"
"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대왕이여! 그것은 현세에서 지은 행위(습관)로 말미암아 몸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남의 과수원에서 망고를 훔쳤다고 합시다. 과수원 주인이 그 도적을 잡아 관청에 끌고 갔습니다. 그러자 그 도적은 "나는 저 사람의 망고를 훔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딴 망고는 본래 저 사람이 땅에 심었을 때의 망고와는 전혀 별도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저 사람에게서 도적놈이라고 불릴 까닭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대왕이여! 당신은 이 변명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들어줄 수 없지요. 마땅히 그 사람은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왜냐하면 그가 훔쳐 낸 망고는 본래 과수원 주인이 심은 망고나무에서 땃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그와 같이 내생의 몸은 현세에서 지은 業에서 생겨나는 까닭으로 현세에서 지은 죄악에서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린 묘목이 성장하여 成木이 되어 열매를 맺었어도 그 나무는 역시 어릴적 그 나무이다(좌) / 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되었어도 그 작은 불과 지금의 큰불은 같은 불이지 다른 불이 아니다(우)
"존자여!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시오."
"대왕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추운 날씨에 불을 피워 쬐고는 불을 끄지 않고서 그냥 가버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불이 스스로 번져 곡식을 태웠기 때문에 곡식의 주인이 그 사람을 잡아 관가에 끌고 가서 '저 사람이 나의 곡식을 태웠다'고 호소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아닙니다. 곡식을 태운 불은 끄지 않았던 불과는 전혀 별개의 불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죄인이 될 조건이 없습니다'라고 한다면, 대왕이여! 그는 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존자여, 그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설사 그가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곡식을 태운 불은 그가 끄지 않았던 불이 번졌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마치 그와 같이 현세에서 지은 선업의 업으로 말미암아 내생의 몸을 받기 때문에 현세에서 지은 죄악에서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존자여! 또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보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어린 소녀에게 장차 결혼할 것을 약속하여 혼례금을 주고 갔다고 합시다. 그 소녀가 점점 자라서 나이가 찼을 때, 다른 남자가 나타나 혼례금을 주고 결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전에 혼금을 주고 간 남자가 와서 '왜 남의 여자를 데려가려고 하느냐'고 하자, 그가 하는 말이 '나는 당신의 여자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오. 당신이 처음 구혼한 소녀는 지금 내가 구혼하려고 하는 처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요.'라고 한다면, 대왕께서는 어느 쪽을 옳다고 하시겠습니까?"
"존자여! 그것은 물론 앞에 구혼한 사람이 옳습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설혹 뒤에 구혼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나이가 찬 처녀는 앞에 구혼한 사람의 혼금을 받은 소녀가 커서 성년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마치 그와 같이 내생의 몸은 현세에서 지은 선악의 業으로 말미암아 얻어지기 때문에 현세에서 지은 죄악에서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존자여!"
< 世人들은 급하지도 않은 일에는 서로 앞다퉈 쫒아다니지만,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일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구나! 지극히 악독하고 괴로움이 가득 찬 세상에서 몸과 마음을 고달프게 부리면서 세상일 하느라 고생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쓸데없이 바쁘게 살아가는구나. > - 석가세존, <무량수경>에서 >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출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王問經)(제25회)|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