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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은 어디로
대합실로 들어서니 중간에 자리 잡은 의자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앉아 있는 사람보다도 서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명절 때라면 몰라도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소연은 소스라쳐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혹시 자기처럼 집을 버리고 나온 사람들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났기 때문이다.
소연도 우선은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서는 자리가 날 때를 기다리기로 하고 어디로 향할지 에 대한 궁리를 하기로 하였다.
게시판을 올려다보니 마치 식당가의 음식 메뉴를 늘어놓은 것처럼 행선지가 나타나 있는 거기에는 전국의 큰 도시의 이름이 여러 개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니 표만 끊으면 부산이고 대구 대전 목포고 서울이고 간에 아무데나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소연은 막연하게 집을 나선 이상 서울 집으로 가기보다는 어디 낯선 곳에 가서 당분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보니 그 어디로가 좀처럼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소연은 표를 끊으려다 말고 다시 대함실의 자리가 나기를 바라며 한쪽에 서 있는데 마침 한사람이 일어나기에 그 쪽으로 얼른 가서 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바로 옆의 앉은 여자가 곁의 사람에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는 들려오는 대로 들었는데 한 여자의 이야기는 남편과 헤어져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으니 술만 먹으면 손찌검을 하는 바람에 못살겠다는 말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호감이 갈 듯 한 인상인데다가 의상도 현대감각이 넘쳐나는 옷에다가 목에는 하늘색갈의 스카프를 걸쳤는데 굉장히 예쁜 얼굴이었다.
이렇게 어여쁜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다니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들이 만날 때에는 서로가 좋아서 만나 결혼까지 하였을 것인데 무엇이 부족해서 남편은 술을 먹고 폭력을 휘둘렀을까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소연은 중앙부처에 다니시는 아버지와 대학교수를 하시는 어머니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라왔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공주로 자라다 보니 부모님은 항상 옷도 최고급으로 사다 주시고 친구를 사귀어도 옷 잘 입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만 사귀라고 하여 그렇게 하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그가 중학교에 올라와서 어떻게 반의 반장을 하게 되다 보니 반의 친구 중에는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은 돈도 흔히 쓰고 공부에 소홀한 아이들도 잇는가 하면 반면에 집안이 살기가 어려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소연 이는 지금까지의 생활패턴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집엘 들어가게 되면 엄마는 그날그날의 한일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보고 더구나 친구들에 대한 것까지 물어 딸은 어머니에게 반에 어려운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도와주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는 너는 그런데 에 신경을 쓸 사이가 없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자 지금까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겼지만 어머니의 생각이 전적으로 맞는다고 생각이 들지 않게 된 것이다.
더구나 사춘기로 접어드는 3학년 때에는 극도로 외로워지기 시작을 하는가 하면 남다른 고민이 많이 생기는 것이었으니 우선 남자들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고 밤이 되어 자리에 눕게 되면 갖가지 상상이 너무도 많이 생겨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다 다른 친구들의 상태를 보니 몇몇이 몰려다니면서 남자 사냥을 한다는 소문까지 들리는 것이어서 소연이도 그 쪽으로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가을이 되자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희망자 조사를 하였는데 모두가 좋다고 희망을 하였지만 소연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말을 하자 엄마는 다 가는 수학여행이니 갔다 오라고 하였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소연이가 등교를 하니 운동장에는 딸들이 가는 수학 여행길을 배웅하게 위해서 학부모님들이 운동장 가득 모여 소연이도 이런 날 엄마가 오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가 출발하자 어이들은 모두가 흥분이 되어 버스의 창문이 깨져 나갈 것처럼 목청은 우렁찼다.
경주에 도착하니 한방에 다섯 명씩 아이들을 배치하였는데 처음으로 서먹했던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스스럼없이 집에서처럼 옷을 훌훌 벗고 팬티 바람으로 다녀도 누가 흉을 보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소연 이는 엄마와 목욕탕엔 함께 가서 보았지만 한 번도 친구들과는 어울려 보지를 않아서 그런지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것이 보통처럼 여기는 것이 자기와 다른 것이었다.
그 중에 연자라는 아이는 평소에도 짓궂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을 막 하는 아이인데 그는 방 가운데에 자리를 잡더니 오늘 모처럼 여자애들끼리의 기회인데 우리가 못할 짓이 무엇이 있느냐면서 지금부터 동물들이 짝짓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둘씩 나와서 실험 좀 해보자는 바람에 아이들 모두는 “와 ‘소릴 하더니 구석으로 쫓겨 가느라 야단이었다.
“ 얘들아 너희들 참 어리석기도 하구나. 동물들이 짝짓기를 올바로 해야 새끼가 잘 나오는 것처럼 우리도 실 경험은 해보지 않았지만 어떤 책자나 들은 바가 있으면 그 실상이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게 무엇이 그리 어렵냐.”
그러자 처음에는 악 소리까지 하던 아이들이 신중하게 듣더니 박수까지 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그 이상의 말을 연자에게 주문을 하는 사이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면서 저녁시간이라고 알려와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하였다.
대형 식당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검은 콩이 듬성듬성 들어간 밥에 콩나물국 갈치조림 호박나물 가지나물 김치 새우젓 오이지 고사리나물 멸치볶음 등이 차려져 있었는데 아이들은 차례로 앉자마자 허겁지겁 밥을 먹느라 부산하였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와서 지루하기도 하였지만 해가 졌으니 배도 고팠는지 아이들은 콩나물 국 국물을 마시면서 밥을 먹는데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한참 밥을 먹는 사이 교감선생님이 3학년1반 선생님 과같이 식당으로 들어오셨다.
“ 학생들 배고팠지. 오늘 반찬이 좋으니 밥 많이 먹도록 해요. 그리고 밥을 먹은 다음에는 밤 12시까지 자유 시간을 줄 터이니 한사람도 낙오 없이 돌아와야 한다. 알았지.”
“ 교감선생님 . 여관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지요.”
한 학생이 묻자 아이들은 숟갈을 부딪치면서 “와” 하는 것이었다.
“ 조용히. 그 답변은 3학년 1반 담임선생님에게 들어 보아라 .”
“ 교감선생님이 무어라고 하셨는지 아는 사람.”
“ 저요 저요,”
“ 어디 학생 말 좀 해보아요.”
“교감선생님은 우리들 마음을 너무 모르십니다. 12시까지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그러시지 말고 밤 3시까지만 시간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식당이 떠나갈듯이 “ 와 ” 소리와 동시에 “ 그렇게 해주세요.”
하자 교감선생님이 손가락을 펴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 안 되겠다 . 밤 1시까지로 한다. 이상.”
교감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시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면서 밥을 다 먹은 학생들은 서둘러서 식당을 나가고 있었다.
단풍이 들어가는 벚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느 학교 남자학생들인지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그때 소연이 룸메이트의 조장을 믿고 있는 혜숙이가 4명에게 불국사의 정문까지 앞장을 설 터이니 뒤를 따르라면서 거길 가게 되면 남자아이 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가는 순서대로 짝이 되어 밤 12시까지만 미팅을 하고 여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혜숙이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하자 혜숙이는 따라오기 싫은 사람은 도로 방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니 그 말에는 한사람도 방으로 돌아간다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은 혜숙이의 말에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마다 남학생을 짝을 지워준다니 말에 호기심까지 생기기도 하였다.
그들이 불국사 정문을 향해서 가다 보니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며 관람객들이 혼잡스러워서손을 놓게 되면 어린이처럼 미아가 될 것 같기도 하였다.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의 소연 이는 남학생과의 미팅 말이 나왔을 때에 그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다른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니 불쑥 나서서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혜숙 이는 그 많은 인파를 잘도 뚫으면서 불국사 정문 앞으로 가자 다른 아이들은 그를 놓질 새라 부지런히 따라가는데 어떤 사람들이 소연 이를 밀쳐 넘어지는 바람에 손을 놓쳐 얼른 일어나서 그들이 간 방향을 향해 가는데 누가 치마꼬리를 잡아서 돌려다 보니 정희였던 것이다.
“ 야. 너 어떻게 된 거니.”
“ 혜숙이이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그를 쫓아가다가 네 손을 놓쳐 돌아보니 네 모습이 보이지를 않아서 큰 일이 났다 생각을 하고 너를 찾던 중이었어,”
소연 이는 정희를 만나자 바로 손을 잡고 혜숙이가 간 쪽으로 땀을 흘리면서 한참동안 가다 보니 저만치 불빛이 밝게 비추는 곳에 혜숙이가 서 있었던 것이다.
“ 야 이 한심한 사람들아. 뭘 하고 이제 오는 거야 . 너희들 아주 잊어버린 줄 알았지 뭐냐.
그나저나 지금 저기는 남학생 네 명이 왔으니 한 사람은 짝을 맺지 못하게 되었다.
“ 이럴 때에는 우리와 같이 온 애중에서 하나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희야 무슨 방법이 없겠냐. 머리 좋은 네가 이 문제를 풀어보아야 되겠다.”
“ 혜숙아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내가 양보를 할 테니까 말이야.”
“ 음 그러고 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다. 너 언제부터 사내 하나 달고 다닌다고 하더라. 맞지. 그동안 아래 위를 너무 써먹어서 거덜 난 것은 아니니.”
“ 너 그게 뭔 소리니 난통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 너 솔직히 말 좀 해봐라 . 이번에 수학여행 같이 온 학교에 다니고 있다던데 그렇지.”
“………….
“ 너 말 못하는 것을 보니 내 말이 맞구나 . 차라리 잘 되었다. 이제 너는 자유로운 행동을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네 마음대로 해.”
“ 아니. 나 안 갈 거야 너희들과 자리를 함께 할 테야.”
불국사 정문 근처엘 가니 남학생 네 명이 나무토막처럼 떡 벋치고 있었다.
혜숙이가 어떤 아이 앞엘 가서 몇 마디 하더니 그들이 일렬로 서는 것이다.
“ 야. 너희들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고 신호에 따라서 해 알았지. 첫 번째 눈을 딱 감을 것. 두 번째는 눈을 감은 채로 왼발로 네발을 옆으로 간 다음에 손을 내밀어 앞에 잇는 사람을 만지고 난 다음에 눈을 뜰 것이며 그 사람과 오늘 밤 12시까지이다. 알았지.”
소연 이는 별 희한한 제안에 어리벙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렇다 말도 없이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다가 눈을 떴을 때에 보니 어느 결에 남학생이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소연이 앞에 있는 학생보다도 혜숙이 앞에 서 있는 학생이 한눈에 들어와서 소연이가 먼저 그의 손을 잡으려 하자 혜숙이가 너는 “쟤야 ‘하면서 앞을 가로 막았다.
소연 이는 할 수없이 앞에서 선 아이와 짝이 되었는데 키는 작은데다가 하얀 안경을 걸쳐 마치 인도의 깐 디처럼 생겨서 도무지 그와 짝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상대방은 소연 이를 보더니 “와아” 하면서 달려들어 끌어안는 것이었다.
“ 야 너 멋지다.”
남학생은 소연 이를 꽉 끌어안고는 대번에 키스를 하는 바람에 소연 이는 자기도 모르게 언제 손이 올라간 지도 몰랐는데 상대방의 귀때기를 한대 때렸던 것이다.
이리 되자 그렇게 소연 이를 제 일성으로 좋다고 하던 남학생은 잠시 서 있다가 발길로 소연 이를 걷어 내차는 바람에 소연 이는 저만치 나가곤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 아이 재수 없어.”그러더니 그는 잽싸게 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그때 소연이의 옆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혜숙 이와 짝이 된 학생이었다.
“ 괜찮냐.”
그가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 일으키자 지금까지 그와 함께 있던 혜숙 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소동이 벌어지는 바람에 미팅이 흐지부지되자 여관으로 돌아온 혜숙 이는 소연 이를 보고 하는 말이 너 때문에 산통이 다 깨졌다면서 미팅이라는 게 마음 맞는 사람만 골라서 할 수가 없다면서 소연 이를 핀잔을 주는 것이었으니 소연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에 여관으로 돌아온 직후에 소연 이를 찾는다는 말에 따라 밖으로 나가보니
아까 혜숙 이와 짝이 된 학생이 소연 이를 보더니 대뜸 그의 팔을 잡아끌고는 소나무 그늘 아래로 가는 것이었다.
“ 미안해. 난 아까 너를 보는 순간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찾아왔다.”
소연이야말로 이 아이를 보곤 그가 마음에 쏙 들었지만 혜숙이 바람에 아쉬었는데 그가 찾아오다니 소연 이는 그를 만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몰랐지만 새침데기처럼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 할 수밖에 없었다.
“ 내 이름은 이 건태라고 해. 우리 앞으로 잘 사귀어 보자 .”
그러고 나서 다시 자리를 옮겨서 주로 집안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학생의 부모님은 현재 시골에 계시며 농사를 짓는다고 하였다.
소연 이는 이 학생의 고향이 시골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시골에 살아 보지를 않아서 궁금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지방에서는 부자로 잘 살긴 하지만 장차 학교 졸업을 하고는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던 소연 이는 커가면서 시골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시골 학생을 알게 되다니 그의 집이 궁금해지고 장차 시골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결에 밤 12시가 되어 소연 이는 혜숙 이와의 약속대로 여관방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그 아이는 거기까지 바래다준다면서 소연이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남학생의 손에 잡히는 순간 소연이의 가슴은 두방망이질을 하는 것이었으니 아직까지 남학생에 대해서 호기심은 갖긴 하였지만 그에게 손을 잡혔으니 가슴이 평평 뛴 것이다.
여관 앞에 오기까지 남학생은 계속해서 소연 이와 어깨동무를 하더니 벚나무가 서있는 어두운 곳이 이르자 남학생은 홱 돌아서면서 소연이 입에 키스를 퍼붓는 것이었으니 소연 이는 “음 음” 하다가 억지로 그의 품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 이다음에 시간을 내서 한번 만나자.”
남학생은 소연 이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면서 손에다가 무엇을 쥐어주는데 감각적으로 그것이 종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여관으로 들어와 화장실에 가서 손에 쥐어준 종이쪽지를 펴서 보니 거기에는 남학생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건태라는 학생! 사실 소연 이는 그를 보는 순간 아! 할 정도로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남성을 여기 경주에 와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뻤던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소연 이는 한동안 이 건태가 전화를 걸어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한 달이 지나도 남학생의 전화가 오지 않더니 어느 토요일에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날로 만나자는 것이었으니 소연 이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그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빵집에서 만나자 이 건태는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으니 소연 이는 할 수 없이 그에게 손을 내밀자 얼마나 강하게 잡는지 “아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 것이다.
“ 왜 그래 어디가 아파서 그래.”
그는 대뜸 반말이었다.
“손이 아파서 그래.”
소연이 또한 자기도 모르게 반말로 대꾸를 하였다.
“내가 그렇게 꽉 쥐었던 모양이구나. 미안하다.”
그는 그 소리를 하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얼른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기까지 하였다
둘이 빵을 사먹고 나자 어느 결에 날이 저물었는데 이 건태는 소연 이에게 극장을 가자는 것이었다. 소연 이는 극장엘 가게 되면 밤이 늦어서 아버지에게 혼이 날 것 같아서 그냥 헤어지고자고 하자 건태는 그럼 잠시만 자기를 따라오라면서 앞장을 서고 있었다.
소연 이는 잠시 서 있다가 그를 따라나서자 얼마쯤을 가더니 밤길이 어두운데 하면서 손을 잡더니 여관 간판이 달린 집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 여기는 무엇하러 오는데.”
“ 우리 거기 가서 맥주 한 잔만 딱 하자.”
“ 나는 맥주를 먹어보지 않았는데 .”
“ 그럼 구경만 해 .”
방을 들어가니 침대 방으로 방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 학생이 이런데 들어오면 안 되는 것 아니니.”
“넌 무얼 모르는 구나. 하하. 애들은 이런 데를 거쳐 나와야 어른이 된다고 하던데 어른이 되고 안 되고는 너에게 달려 있어.”
그런데 그 말을 하던 이 건태는 대번 소연이쪽으로 향하더니 그의 윗옷을 확 벗기는 것이었다.
“ 야. 너 왜 이래.”
“ 너를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너를 언젠가는 다른 아이에게 빼앗길 것 같아서 이러는 것을 용서해.”
엉겁결에 여관방으로 끌려온 소연이지만 그가 하는 말이 싫지가 않아서 반심반의(半心反意)하던 중인데 이제 노골적으로 나오니 순간 소연 이는 어찌 해야 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는 가운데 체념하고는 그가 하는 대로 따라가고 말았다.
한참 후에 이 건태는 소연 이를 내려다보더니 해 해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 넌. 이제 완전히 내 것이야 . 여기 이렇게 표시를 남겼단 말이야.”
이 건태는 소연이의 배를 만지면서 말을 하였다.
순간 소연이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나 아버지가 그렇게도 귀엽게 공주처럼 길러주셨지만 아직 날개가 완전히 발달되기도 전에 이 건태와 몸을 섞은 것이니 소연 이는 한참동안이나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건태가 가만히 다가서더니 어린 아기의 등을 어루만지듯이 소연이의 등을 다독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소연 이는 아무래도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니 있어야 할 멘스가 없어서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설마하고 다음 달을 기다려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은연중에 배가 불러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엄마는 소연이가 밥을 잘 먹지를 않자 어디가 아프면 병원엘 가야 한다면서 가기를 원했지
만 소연 이는 아픈 곳은 아무데도 없다고 하였지만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께 이 일을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니면 집을 나가야 할지 날마다 고민이 쌓이는 것이었으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 오는 것 같아서 하루는 건태에게 말을 한 것이다.
“ 뭐야 애기를 가졌다니 그게 정말이란 말이야.”
“그래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없어서 거짓말을 하냐.”
“ 그럼 할 수 없지. 시골 엄마에게 가서 말씀을 드리자.”
“ 그러면 해결이 될까.”
“ 걱정하지 말아 우리 엄마는 네가 애를 가졌다면 아마 덩실덩실 춤을 추실거야.”
“ 정말.”
“ 난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너도 알지 않니.”
“ 하긴”
“ 쇠뿔도 당장 빼랬다고 이번 일요일에 시골 내려가자. 아침 8시 아산 행 서울역으로 나와 기다릴게.”
시원스레 답을 하는 건태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엄마에게 무슨 핑계를 대야할지가 걱정이다.
공부를 하는 데에 속성과가 있는 줄은 알지만 소연 이는 자신이 속성과로 아이를 밴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러니 여기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건태에게까지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건태는 그것을 문제로 생각지 않고 시원스레 저의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는 것이니 소연 이는 건태가 믿음직스러웠던 것이다.
시골로 내려가서 건태의 부모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니 처음에는 아들의 말이 믿기지 않은 듯 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 어머니는 소연을 끌어안는 것이다.
“ 네가 우리 건태의 아이를 뱃다니 참으로 기특하다. 고맙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애기 낳은 다음에 잔치를 하도록 하자.”
소연 이는 건태의 어머니 말씀을 듣자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이었다,
" 후 "하고 한숨이 나오면서 다음에는 서울의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건태는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시자 “어머니 멀지 않아 생각지도 않게 어느 날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진 귀한 손자를 보시게 되어서 좋지요.”
건태가 어머니의 손을 잡자 어머니는 눈을 흘기면서 말씀을 하는 것이었다.
“ 어쩜 네가 너의 아버지를 꼭 닮았냐 . 이제 이야기다만 너의 아버지를 알게 된 것은 어느 5월 단옷날이었는데 그날 마을에서는 그네뛰기 내기를 하였는데 내가 1등을 하자 저녁을 먹은 후에 평소에 엄마를 좋아하는 총각이 나에게 심심하니 강가로 산책이나 가자고 하여 따라갔는데 거기서 고만 그 총각에게 잡히고 말았는데 그 총각이 너의 아버지란다.”
그러고 보니 부전자전이란 말인가 . 건태는 그 말을 듣더니 하하 웃으면서 소연 이를 데리고 사랑방으로 나간 것이다.
소연 이는 이런 일이 있은 다음에 배는 점점 불러오고 부모님 뵙기가 민망하여 하루는 엄마에게 친구들이 유학을 간다고 하니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엄마는 이다음에 고등학교나 졸업을 하고 가라고 하였지만 소연 이는 그 다음날 엄마에게 편지 한 장을 써서 남기고는 유학을 핑계로 집을 나와서 건태네 집으로 내려가서 아이를 낳은 것이다.
이 건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의 아범이 되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자 누구보다도 좋아한 분들은 이건태의 부모님이었다.
아들 둘만 낳은 부모들은 서울 색시를 며느리로 데려온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소연 이를 딸처럼 생각하면서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아이만 기르라고 하셨다.
신랑인 이 건태는 서울 학교를 졸업을 하고는 검찰청의 임용시험에 합격을 하고는 서울의 고등법원의 서기로서 근무를 하게 되었으니 그의 나이 스물두 살 때였다.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소연 이는 해가 갈수록 친정 부모님에게 죄를 지어 연락도 드리지 못하다가 소연이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어느 날 친정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린 것이다.
하도 오래간만에 딸의 전화를 받은 엄마는 깜짝 놀라시더니 목이 메어 말씀을 잇지 못하셨다.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유학 간다는 편지 한통 남기고는 집을 나가자 삼지 사방으로 찾아다니시던 아버지는 상심을 하시다가 끝내는 2년 전에 돌아가시고 엄마의 건강도 나쁘다는 것이었다.
소연 이는 마음이 급한 대로 다음날 신랑을 데리고 엄마에게 가자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셨다.
부모님의 자존심이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강하시고 매사에 빈틈이 없었는데 소연이로 하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으니 소연 이는 다음날 아버지 묘를 찾아가서 묘를 얼싸안으면서 통곡
을 한 것이다.
" 아버지 죄송해요. 용서해 주셔요. 이 딸이 너무도 철이 없어서 그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부모님에게 배신을 하였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아버지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계시니 저는 어찌 살아야 해요‘ 아버지 우리 아버지. “
소연이가 울자 엄마는 한쪽에서 소연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 이것아. 그때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다면 너의 아버지도 너를 용서를 해주셨을 게 아니냐.
그렇게 하였다면 지금쯤 얼마나 행복하겠냐. 그런데 이제는 그 행복은 영영 우리 곁에서 살아지고 말았구나. 너의 아버지가 불 쌍도 하시지. “
어머니는 아버지의 묘자 록을 쓰다듬으시면서 한없이 눈물을 그치지 않으셨다.
건태가 장모님이 어깨를 잡으면서 일어나시라고 하였다.
“ 장모님 일어나셔서 집으로 내려가셔야지요. 앞으로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소연 이는 자주 친정엘 다니면서 남편 건태와 한동안은 정이 쏟아지게 살았다.
남편이 그러는 동안에 승진이 되어 대전으로 가서 주말부부가 되자 소연 이는 아이들의 학부형으로서 학교엘 자주 나가게 되다 보니 남편을 자주 챙겨주지를 못하게 되었다.
어떤 때는 한 달 가량을 남편에게 내려가지를 못하게 되기도 하여 소연 이는 그럴수록 미안하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이 차츰 커가다 보니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학교에서 책임을 맡게 되다 보니 남편에게 자주 내려가지를 못하게 되고 남편 또한 일이 바빠서 집에 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월급 때가 되면 꼬박꼬박 송금을 해주더니 어느 날 남편이 전화를 하였는데 당분간 봉급을 보내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는 것이었으니 치구를 잘못 사귀어 도박에 발을 들여놓다가 돈의 손해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전화를 받은 소연 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남편을 외지에 오래도록 방치한 것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남편은 그 후 내리 석 달간이나 집에도 오지 않고 봉급도 보내지를 않아서 소연 이는 할 수 없이 저축한 돈을 꺼내서 가용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전 같으면 자주 전화라도 할 텐데 업무가 바쁘다 보니 전화할 사이도 없다면서 공연히 승진을 해서 일만 많아졌다고 하는가 하면 직장을 고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소연 이는 아무래도 남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어느 날 간다.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지방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의 아파트로 가서 비밀번호를 누르니 문이 열리지를 않아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이어서 문을 두드리자 묘령의 여인이 문을 열다가는 기겁을 하고는 소연 이를 밀치고는 밖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소연 이는 너무도 가슴이 뛰어서 그만 제자리에 주저앉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 여인의 물건은 별반 없고 단지 커피를 싸가지고 온 보자기가 방안에 놓여 있었다.
소연 이는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부들부들 떨려서 한식경이나 소파에 앉아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들어온 사람은 남편이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그 여자가 간지 한 시간이 되었을까 말까한 시간인데 남편의 얼굴은 극도로 상기된 채였다.
“ 어쩐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 왜 내가 못 올 집엘 왔나요.”
“ 온다는 연락은 하고 와야지 않아. 그것이 예의가 아니야.”
“ 뭐이 어째. 날더러 예의를 차리라고 흥.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내려왔더니 아니나 달라. 세상에 그렇게 감쪽같이 젊은 계집애를 방에 들여도 되는 거야.”
소연 이는 너무도 화가 나서 책상위에 놓여 있는 화분이며 책들을 남편을 향하여 막 집어 던지자 남편은 소연이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 내가 진실을 말을 할 데니 들어 보란 말이야 ” 하면서 소연 이를 붙들어 앉히는 것이었다.
“ 사실 그 여자는 모 다방의 여자인데 낮에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가 먹고 싶어서 다방 아가씨에게 커피를 부탁했더니 다방에 가게 되면 쉬지를 못하니 한 시간만 자고 가게 해달라고해서 자라고 하였던 것이야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마 .”
남편은 그럴듯하게 둘러대기는 하였지만 소연 이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 나 하고의 인연은 오늘로서 마지막이니까 그런 줄이나 알아 .”
그 말을 하는 순간 소연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 앞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를 믿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 왔으며 아이들 둘을 기르느라 진이 빠지고 있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타관에 와서 딴 여인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재미까지 보면서 뭐 친구의 꼬임에 빠져서 도박판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거짓말까지 하였으니 소연 이는 분에 못 이겨 문을 박차고는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얼마동안을 걷다 보니 버스종합터미널이 눈앞에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金 斗 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