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격 상승 압박에 2분기 실적 쇼크까지
수주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 4000 입방미터(㎥)급 LNG운반선.[현대중공업그룹]
조선업계가 연이은 수주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연간 수주 목표의 99%를 달성했다. 14일 한국조선해양은 9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버뮤다와 유럽 소재 선사와 총 9112억원 규모 초대형 LNG운반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299m·너비 46m·높이 26m 규모의 초대형선으로, 울산 현대중공업과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각각 2척씩 건조돼 2025년 하반기까지 선주사에 순차적으로 인도된다.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으로 현재까지 총 163척(해양 2기 포함), 148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149억 달러의 99%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뿐 아니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모두 수주 목표 달성률의 70%이상을 채우자 조기 목표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LNG 운반선 6척, 컨테이너선 38척, 원유운반선 7척 등 총 51척(65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표 수주액(91억달러)의 71%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4일 7253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계약하며 수주실적을 61억3천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는 올해 목표 77억달러의 80%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컨테이너선 16척, 초대형 원유운반선 11척,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9척, LNG 운반선 1척,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1척, 해양플랜트 2기 등 총 40척을 수주했다.
후판 가격 상승에 떠는 조선업계...2분기 실적도 '흐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큰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철강사와 조선 빅3는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고 조선업계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가 국내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올 하반기부터 t당 115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반기 공급가인 70만원에 비해 약 64% 높다. 선박 제조에 쓰이는 두께 6㎜ 이상 후판은 조선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t당 5만원 오르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은 연간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수주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점 또한 조선업계가 처한 리스크다. 최근 조선 빅3가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조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6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어든 7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나머지 빅2는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741억원의 영업손실로 15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대우조선해양은 41억원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조선업 특성 상 선박 발주부터 건조, 인도까지 2~3년에 걸쳐 대금이 지급되는 만큼 올해는 실적 보릿고개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초대형 호조가 이어지는데도 조선업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14일 수주 호조 소식에도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변동이 없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