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드영. [십계명: 마음에 새겨야 할 하나님의 명령]. 조계광 옮김. 서울: 생명의말씀사, 2019(원서: 2018). 247쪽. 14,000원
독서의 기쁨을 준 책이다.
십계명은 단지 우리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 법칙, 명령이라고 이해한 선입견을 싹 날린 책이다. 내가 읽은 십계명에 관해 설명한 책 중에서 최고다. 성경적인 설명이나, 현대인들이 그 계명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지를 설명한 측면 모두에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케빈 드영은 미국의 리폼드신학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의 조직신학 교수이면서 그리스도언약교회의 목회자다. 신학자와 목회자의 장점들을 살려 십계명의 의미를 설명했다.
성경학자들은 성경의 원래 의미와 구속사적 흐름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능숙하지만 교의적 의미와 실천적 적용을 개발해내는 데 약하고, 조직신학자들은 성경의 총체적 의미를 체계화하는 데 관심을 갖지만 성경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는 취약하다. 하지만 드영 목사님의 책은 성경의 본래 의미와 성경 안에서 의미의 전환을 잘 설명하며,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한지를 잘 제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십계명에서 가르치는 바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문자적으로만 이해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십계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한층 깊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공부하고 그리스도인답게 살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게 해주는 데에도 무척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십계명 3계명과 4계명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이 사실에 수긍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곁가지로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해외의 조직신학자들은 성경 주해도 잘 하고 성경에 대한 구속사적 흐름도 잘 살피면서 성경의 의미를 균형 있게 그리고 풍성하게 설명을 잘하는데, 왜 우리나라의 조직신학 교수들은 성경을 법조문으로만 이해할까? 그리고 교리 경찰이 되어 법규를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판다하고 정죄하는 벽창호처럼 행동할까. 내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 걸까? 확신하건대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 나와 비슷한 궁금증에 사로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