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성영화제에 첫째날 본, 단편영화 4편
간단한 듯 하면서도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니었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마취
- 감독
- 김석영
- 출연
- 임형국, 백선주
- 개봉
- 2011 대한민국
첫번째, 마취.
한 내과, 수면 내시경을 하러 온 환자들을 성폭행하는 의사와, 그를 발견한 간호사.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성범죄 피해에 대해서 쉬쉬하기만 하려하는 한국의 정서를 그대로 담았다.
성범죄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 사회인식, 개인의 정서 등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보여준다.
주인공 간호사의 최후의 선택.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자신이 피해자가 되면서라도 사실을 밝히려하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
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 극렬하던 시대.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노동자의 인권과 민주화를 얻어내려했던 열사들과의 그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두번째, 쿵푸 할머니.
케냐의 한 빈민마을.
젊은이들은 대부분 에이즈에 걸려있고 무능력한 모습으로 희망없이 마약과 술에 절어있다.
할머니와 관계를 맺으면 에이즈가 낫는다는 헛소문 때문에 할머니를 노리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쿵푸를 배우는 할머니들.
쿵푸를 배우기 전에는 밤에는 어디 나가기도 무서웠다던 할머니들이 이제는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두려움이 덜해졌다는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내팽겨둔채 술만 마시러 나가는 딸을 대신해 어린 손자들을 정성껏 돌보는 할머니의 모습과 풀린 눈으로 할머니들을 탐하는 또래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대비되어 그려진다.
여자 스스로의 힘이 커져야 자신을 지킬 수가 있다.
소녀이야기
- 감독
- 김준기
- 출연
- 정서운, 이돈용, 요시무라 켄이치
- 개봉
- 2011 대한민국
위안부 문제를 꽤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보다 사실적이었고 지나치게 감정적이 아니면서도 또한 울컥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억울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단지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고픈 마음 뿐이었다.
광주 여성민우회 소속 연극 단체 시나페의 활동을 담은 영화.
성범죄 문제를 연극이라는 컨텐츠로 담아내는 활동을 하는 시나페.
공식공연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활동도 꽤 인상깊다.
일찍부터 연애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할 만한 고민들과 그 고민들의 바른 방향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재밌기까지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림, 문학, 음악, 영화, 연극 등 당야한 컨테츠들은 당 시대의 문제점들을 반영하곤 한다.
이외에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성과 관련한 문제를 다룬 영화들.
얼마나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고 모두에게 심각하다고 인지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라는 문제의 경중을 알리는 영화들이 지금까지였다면
앞으로는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리는 영화들 또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