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을 관람하고 우리 가족은 인사동으로 향했다. 오는 도중에 아내와 딸에게 '지유명차'
가게에 들러, 보이차와 다구(茶具)들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는 데,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일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인사동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인파가 길에 가득찼다. 그
사이로 걸어 다니기가 너무 복잡할 정도로, 인사동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커피 좋아하는 딸아이가 거피를 마시고 싶다 길래, 점심 식사부터 하고 커피를 마시라고
권하였으나, 굳이 거피를 마셔야 겠단다. 나와 아내는 커피 좋아하는 딸내미 덕분에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러 의자에 앉아 다리를 좀 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가족들간에 오순도순 밀린
대화를 이어가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다.
<인파가 많은 인사동 거리>
우리는 먼저 점심 식사부터 하고 나서 인사동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한식을 메뉴로 하여 우리 가족은 식사를 하는 데, 점심 때가 좀 지나다 보니
시장하던 차라서 그런지, 나는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딸내미가 식대를 지불하겠다는 것을
내가 서둘러 계산을 하였다. 오늘 우리 내외와 함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잔돈 푼을 제법 지출한
딸내미에게 너무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서 선뜻 식대를 치뤘다.
식후에 여유를 갖고 길을 걷다가 전시회장을 찾았다.
마침, 삼청시사회원전을 한다는 홍보물이 눈에 들어 와,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시를 좋아해
한시를 창작하는 삼청시사회(三淸詩社會)라는 모임에 대해서는 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서, 한시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한번 찾아보고 싶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여러 회원분들의 작품들이 여기
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한점 한점 둘러보면서, 나는 소리내어 회원들이 창작한 한시를 낭송하여 보았다. 그러면서 아내와
한자(漢字)를 한자 한자 읽으며 그 뜻을 내가 아는대로 설명해 주었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한시를
창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자라는 글자를 우선 많이 알아야 하겠지만, 고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소양이 없으면, 창작은 물론 감상조차도 어려운 것이 한시가 아닌 가 한다. 이 회원전에
출품한 분들의 한시도 좋지만, 이 시를 붓글씨로 표현한 서예 실력도 다들 좋아 보였다.
나는 방명록에
"走墨隨詩飛文香(주묵수시비문향)- 시를 따라서 먹이 달리니 학문의 향기가 가득하다" 는 뜻의 글을
적어 넣으며, 나의 감회를 피력해 보았다. 마침, 이 전시회장 3층 건물에는 아내와 연고가 있는 작은
상가가 있어서 들렀다가, 상가를 관리하는 분과 작금의 상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음은
망외(望外)의 소득이었다. 전시회장을 나와서 천천히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사람 구경도 하고, 인사동
휴일 풍경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전에 여러번 이곳에 들렀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찾은 것은 처음
이었다. 안국역쪽으로 걸어 와서 우리 가족은 방향을 광화문 쪽으로 돌렸다. 이번에는 광화문 주변을
구경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