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도 타인에게 부드러운 태도로 대하는 외유내강의 소유자라면 그 인격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존경받게 된다. 필자가 딱 10년 전 이즈음 교계뉴스를 전하는 굿뉴스울산을 창간한다고 했을 때 작은 단체와 조직이라고 수군수군 사람들의 무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신문을 창간하기 전 경북기독신문의 울산지사를 1년간 감당하며 충분히 준비했기에 나름대로 용기백배하여 결의를 다졌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출발을 하는 첫걸음이지만 “나중에는 창대해 지리라”는 다짐하며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올곧은 언론의 사명을 감당코자 했다.
우리끼리 첫 출발을 기념하는 창간 감사예배를 준비하면서 강사를 누구를 모실지 고민할 때 발행인이 이원호 목사님을 모시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포항에 한달음에 달려가 목사님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물론 작은 조직과 단체로 이 험난한 문서선교의 여정을 내딛는다고 하니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목사님은 염려를 많이 하셨다. 그럼에도 창간 예배에서 메시지를 전해주실 때 “글로 적는 문자 말, 소리로 하는 말, 삶으로 전하는 말이 있는데 기쁜 소식이라는 굿뉴스의 이름 뜻처럼 예수님을 전하는 세상의 빛이 되라”며 격려하셨다.
사례비도 받지 않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신 목사님은 우리가 한 달 한 번 신문을 발행하여 포항까지 배부하러 갈 때면 어김없이 귀한 식사의 자리를 마련해 우리가 흥왕하며 번성을 구가하라 축복해주셨다. 목사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셨던 아버님을 6.25 전란에 여의고, 부친의 고향 의성에 내려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생활을 이어갔다. 참혹한 전쟁을 온몸으로 경험한 목사님은 공산주의를 극도로 혐오하셨다. 그리고 여전도사 어머니의 지도하에 신앙 안에서 올곧게 자라 장로회신학대학에 진학하였는데 이후 입대를 앞두고 군종 장교를 차출하는 종용을 받아 나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단하셨다.
군종장교로서 전후방의 수많은 장병의 신앙을 지도하고, 군인 가족들의 신앙을 성장시키며 나중에는 군종감의 자리에까지 보직을 맡아 감당했다. 군종장교로서 신앙 지도만 아니라 참모로서 온갖 보직을 겸하여 처리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도 다 감당하셨다. 또 군에서 정년퇴직 후 포항에서 목회자들을 격려하며 성도들을 보살피는 여러 직분을 감당하셨는데 몇 년 전 모든 소임을 다 마치고, 고향 의성 땅에 일평생을 들여 일군 자택으로 돌아가셨다. 때마침 정기검진을 받다가 병원에서 응급 상황을 맞아 곧바로 수술할 수 있었기에 천운으로 여기며 하늘의 은혜에 감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그때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 집에 있었다면 중환자실로 옮겨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노심초사 조심하던 차 코로나19가 발병하여 두어 해 몸을 잘 추슬러 다시 바깥으로 임무를 감당하러 다니고 계셨다. 지난달 몇 년 만에 우리는 목사님께 인사하러 의성을 다녀왔는데 귀한 식사대접에 이어 자택을 방문하여 사모님과도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사모님이 손수 빚은 맛난 다과 후에 목사님의 서재 방문이 열리자 빽빽한 책들 사이로 대학 졸업사진, 수여 받은 검, 또 군에서 행사할 때 찍은 커다란 대형사진 앞에서 절도 있는 군인의 품위를 느낄 수 있었다.
목사님은 우리 신문의 10년 세월의 두께보다 몇 겹 더 두꺼운 그 세월에 국가에 충성하며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의 전우애를 발휘하셨다. 이제 모든 목회자의 소임을 거두어들이고 은퇴 후 사랑하는 아내와 단란하게 집성촌의 자택에서 고향의 풀냄새를 맡고 노년의 행복을 누리시는 목사님은 손수 두어 곳 관광지 안내와 함께 여비까지 기어코 손에 건네시며 우리에게 울산으로 잘 귀가하라는 인사말을 전하셨다. 10년 세월의 풍상을 겪어보니 사람들은 거의 다 떠나가고 없지만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상관없이 늘 기도 속에서 서로 이름을 읊조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기업체를 경영하는 리더라면 사람이 인재(人材)인지 인재(人災)인지 바로 분별할 수 있다. 그 인재가 좋은 기술과 만나고, 든든한 자본까지 더해진다면 그가 바라는 사업은 일취월장 부흥 성장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온갖 수혜를 입힐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한 인생의 결과를 맞을 것이며 서로 소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다.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늘 기도해주시며 후의를 베풀어주신 목사님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