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북쪽
김남호
파란시선 0031
변형 B6
136쪽
2018년 11월 30일 발간
정가 10,000원
ISBN 979-11-87756-31-6 04810
바코드 9791187756316 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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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
비애하라! 고통하라! 혁명하라!
김남호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 <두근거리는 북쪽>이 2018년 11월 30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김남호 시인은 1961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출생했으며, 2002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2005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이, 평론집으로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있다.
“김남호 시인의 <두근거리는 북쪽>은 풍자나 알레고리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수사적 비유 이상의 ‘사실적 묘사’로 읽힌다. 그 까닭은 시인의 통찰이나 관점이 내장하고 있는 비장함에서 비롯된다.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하다고 여겨질 만큼 그의 시적 풍자는 가벼운 ‘위트’를 담고 있지 않다. 풍자에서 ‘웃음’을 제거하고 나면 남는 것은 오히려 ‘비애’이다. 구슬프고, 처량한, 비애를 말하는 풍자란 기본적으로 자기 연민과 가책, 후회를 통해서 세계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측면을 지닌다. 그의 이번 시집에서 부조리한 삶과 그 삶을 살아 나가는 존재의 구도는 ‘숙명적인 인내와 비장함’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런 인내와 비장함조차도 그저 부조리한 것이기에 영원히 멈춰지지 않는 걸레질처럼 끝없이 반복된다. 삶이, 인생이, 무한 반복되는 비장함이나 비애로 가득 차 있다는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공허하고 무의미한 삶을 치장해 주는 것은 역으로 바로 이 ‘비애’이다. ‘자기 연민과 비애’의 나르시시즘이 이 건조하고 부조리한 삶의 무한 반복을 역으로 견디게 하는 힘이라면, 이건 분명 아이러니이다. 그런데, 글쓰기 혹은 시란, 이런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가 아닌가. 김남호 시인의 시적 자의식에 담긴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통찰은 이 점에서 시 쓰기 혹은 글쓰기를 추동하는 욕망의 출발점인 듯하다. 시가, 더 이상 세계를 재구조화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질서의 바깥을 열망하는 힘으로 써질 때, 시를 쓰는 일은 일종의 혁명을 꿈꾸는 일이 된다. 부조리한 체제를 이를 악물며 견디거나 체제 바깥을 꿈꾸는 일은 모두 전복적인 것이다.”(이상 김춘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추천사 ▄
운다. 울고 있다. “평생”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울고 있다. “마루 밑”에서 울고 있다. “뼈아픈 후회”를 하면서 “꽃잎처럼” “욕설처럼” 울고 있다. 울수록 “더러워졌고” “더러워질수록 치열해졌다”, “마른걸레처럼”. “긴 바지만 좋아하는 짧은 다리의 사내들과” 함께 “롯데시네마 지하 2관 H열 17번석에서” “목격자도 없이” 울고 있다. “후회도 없이 용서도 없이” “포르노를 보”면서 “증오 끝에 만난 과도처럼” 울고 있다. “기를 쓰고” 자신의 “나이만큼” 울고 있다. “너무 빤”하게 “너무 단순”하게 “처방전대로” 울고 있다. “하품을 참아 가며” “루주를 고쳐 가며” 울고 있다. “가을이 가고 여름이 가도” 울고 있다. “잠시 빌려 온 궁금한 평화”를 의심하며 울고 있다. “조심조심 왼쪽으로 돌아”누우며 울고 있다. “아직도 내가 나”라니! “나를 싣고 상여는 가네 앗싸!” “망각하고 망각하고 더 이상 망각할 게 뭐 없나 생각하다” 울고 있다. “당신이 저지를 죄들을!” “전후도 좌우도 모두 정면이다”. “얼레리꼴레리” “꼴릴 대로 꼴려서” 울고 있다. “후줄구레한 잠바” 차림으로 울고 있다. “구두도 벗고 팬티도 벗고” 울고 있다. “술만 취하면” “웃통 홀랑 벗고” “으르릉거리다 크르릉거리다” 울고 있다. “개처럼”, “연탄가스처럼”, “숟가락을 기다리는 입술처럼”. “서로가 서로의 뺨을 번갈아 때리”면서 울고 있다. “그래도 그런 내가 안쓰럽고 딱해서” 울고 있다. “빼도 박도 못 하”고 울고 있다. “개작두 앞으로” “끌려”가면서, “안 돌아보려고 애쓰”면서 울고 있다. “밀밭 옆 측백나무 아래서” “컵라면을 먹을까” “봉지라면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온몸으로 날아가는 것들은 왠지 아픕니다”. “병신같이 병신같이” 울고 있다. “쇠죽솥에 발을 불린 아버지가” “발톱을 깎으”며 울고 있다. “죽여도 죽여도” “줄지어 몰려오는” “엄마들”. 그런데 “내 딸아,” “네 이름은 뭐니?” “나에게서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내 뒷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피멍 같은 석양”을 바라보면서 “새파랗게 얼어서” 울고 있다. “그 골목에서는 목매달고 죽은 내가” 있다. “박살 난” “유골이 발견되기 전까지” 울고 있다. “내 입속에다” “제 혓바닥을 집어넣고” “마치 나처럼” 운다. 울고 있다. “이젠 대놓고” 울고 있다.
―채상우(시인)
시인의 말 ▄
돌아눕지 않기 위해
처음의 자세를 기억하지 않는다
묻지 않아서 대답을 못 했는데
대답을 못 할까 봐 묻지 않았나 보다
내가 나를 끌어다 덮는 밤이다
저자 약력 ▄
김남호
1961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출생했다.
2002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2005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이, 평론집으로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있다.
차례 ▄
시인의 말
제1부
빚다 - 11
마루 밑에서 보낸 한 철 -12
줄넘기 - 14
쿠크다스 - 15
뼈아픈 후회 - 16
조조(早朝) - 18
걸레질 - 20
포르노를 보고 숨이 멎는 것은 - 21
내 고장 칠월 - 22
밀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24
골목에는 냄새가 살지 - 25
편식하는 고양이 - 26
두근거리는 북쪽 - 27
숟가락을 기다리는 입술처럼 - 28
칼의 노래 - 30
고추잠자리 - 32
개와 나 - 34
주먹이 우는데 - 36
흑백사진 - 38
전야 - 40
Vandal - 42
당신이 입을 다물었을 때 - 44
초승달 - 45
제2부
매일매일 김 씨 - 49
레비아단 - 50
핫, 도그들 - 52
네 이름은 뭐니? - 54
낭만에 대해 - 56
유지매미가 우는 3분 동안 - 57
우울증이 필요해 - 58
합평회 - 59
릴케가 어때서? - 60
백설공주와 짧은 다리의 사내들과 - 61
오전엔 그쳐요 - 62
나는야 꼬리 - 64
오늘의 일진 - 66
그믐달은 왜? - 73
생일 - 74
수배자들 - 76
회전목마는 암수가 따로 없어 - 78
어제들의 도시 - 79
한 송이 개불알꽃을 피우기 위해 - 80
고인돌 식탁 - 82
즐거운 동지 - 84
제3부
최초의 장례 - 89
매드 맥스 - 90
어제의 냄새 - 92
도루 - 94
우리가 시라고 부르는 저것은 - 96
검은 마트료시카 - 98
뜨거운 새 - 99
고운이치과 - 100
평생 학습 - 102
우는 비 - 104
발목을 꺾다 - 105
노랑새 - 106
문틈으로 들어오네 - 108
자동문 - 109
고흐는 어떻게 알았을까 - 110
발톱을 깎으며 - 112
월식 - 114
마이다스 - 115
정면 - 116
칠점무당벌레가 – 117
해설
김춘식 일개의 영혼, 부조리한 비애 - 118
시집 속의 시 세 편 ▄
마루 밑에서 보낸 한 철
모든 것들은 그 위에 있었다
주인도 손님도 도둑도
예수도 부처도 생선 대가리도
나만 그 아래 있었다
거기서 먹고 자고 싸고
가끔 짖거나 짖지 않거나
뼈다귀를 던져 주면 뼈다귀를
똥을 던져 주면 똥을 욕을 던져 주면 욕을
주는 대로 물고 왔다
모든 것은 그 아래로 물고 와서야
비로소 내 것이었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그곳은 지상이었지만 하늘이 없었고
하늘이 없어서 죄가 없었다
내 몸은 허기의 힘으로 굵어져서
우그러진 밥그릇처럼 투명해졌을 때
그곳에서 끌려 나와 매달렸다
그들의 십자가에 대롱대롱
뼈다귀와 함께 악다구니와 함께 *
두근거리는 북쪽
다시 머리를 북쪽으로 향한 채 달아나는 잠을 붙잡았다 거기는 망자의 방향이라고 아내는 말렸지만 이미 북서쪽을 한참 지나온 내 나이에 두려운 방향이란 없다 아니다 두렵지 않은 방향이란 없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갈비뼈 사이에서 북두칠성이 엎질러진다 그 바람에 갈비뼈를 헛디딘 새들이 놀라서 새벽을 깨운다 새벽은 늘 헛디딘 자들의 악몽으로 부산하다 헛디디지 않기 위해 제 발목을 자르는 초저녁도 있다지만 발목은 자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발목은 발목이라고 믿는 거기서부터 발목이니까 발목이 없어서 기울어진 자들은 믿음이 부족한 자들, 무릇 믿지 않는 자들의 잠은 얇은 법, 얇디얇은 잠을 덮고 조심조심 왼쪽으로 돌아눕는다 심장에 짓눌린 새들이 두근거린다 그 바람에 간신히 붙잡은 잠을 놓쳐 버린다 잠은 더욱더 북쪽으로 달아난다 저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다시는 깨지 않아도 된다는 거기, 갑자기 새벽이 더 심하게 두근거린다 *
뼈아픈 후회
열쇠 수리공이 와서
내 입을 열자마자
붉은 뼈가 쏟아져 나왔다
꽃잎처럼
욕설처럼
쏟아지는 뼈
받아 적을 수도 없는
외면할 수도 없는
뾰족하거나
사소하거나
비겁한 뼈
어떻게 저게 뼈란 말인가
어떻게
내가
나란 말인가
물을수록
구부러지는 뼈
뼈아픈 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