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만이 영원한 것이고 열정만이 그 질의 결실을 보증합니다' 미스터리고전들은 질로써 승부를 건 빼어난 걸작들입니다. 나는 이 명작들을 읽고 또 읽고,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읽었습니다. 몇 번이나 되풀이 읽었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했으며 즐겁기조차 했습니다. 나의 평가나 감탄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느 작품이나 미스터리범죄소설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소, 즉 정서적인 흥분과 지적인 자극을 완벽하게 갖춘 기념비적인 수작들이었습니다. 고전의 아름다움은 형식과 내용의 아름다움이며, 구성과 기교의 아름다움입니다. 일찍이 존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말했고, 하워드 헤이클래프트는 <즐거움을 위한 살인-미스터리의 생명과 시간>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은 에드거 앨런 포의 미스터리를 읽지 않고는 한 해도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기록했듯 윈스턴 처칠ㆍT.S. 엘리엇 또한 그러했습니다. 고전이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이 바래지 않으며 고전을 읽는 기쁨은 영원한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고귀한 정신의 레크리에이션' 미스터리고전 읽는 기쁨을 선물로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이여, 범죄에 건배하라! 탐정에 축배하라! 그리하여 미스터리문학에 영광있으라! 미스터리 100년사에서 엘러리 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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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으로서의 살인-미스터리에의 권유 최근들어 북한 핵, 이라크사태 등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사회는 불안하기만 하다. 암울하고 이런 답답한 시대를 반영하듯 독서계에 아더 코난 도일의 작품 등 미스터리소설 읽기 붐이 달아올라 단숨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놀라운 사태가 일어났다. 이 현상은 미스터리소설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일어난 1910년대와 30년대를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답답한 심정을 미스터리소설 한 권으로 단 한 방에 날려보내고 싶기 때문인 것이다. 미스터리소설을 읽는 순수한 독자들에게 '왜 미스터리소설인가' 하고 물으면 그것은 미스터리소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와 이성, 정신분석학적으로 범죄에 대한 난해한 비밀을 해부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얻게 되는 결말의 통쾌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미스터리소설을 통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스릴도 맛보게 되지만, 탐정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미스터리게임에 몰입하여 지적인 훈련을 쌓아가는 것이다. |
[DMB 1000-제1차 출간 100] 이번 동서문화사(1956년 창업)에서는 동서미스터리북스 걸작 1,000권을 선정 그 제1차 배본 고전편 100권을 발간함으로써 미스터리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 100권을 한꺼번에 발간 배포하는 것은 우리나라 출판사상 초유의 일이거니와 여기에 동원된 쟁쟁한 작가만도 미국· 영국·프랑스·스웨덴·일본 등 전세계에 걸쳐 100여 명에 달하고, 권말마다 작품 및 작가해설을 곁들이고 있어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 이외에도 미스터리 도락과 탐구에 특별한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전을 중심으로 본격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순수 스릴러와 서스펜스물은 물론 공포, 스파이소설까지 채택함으로써 전세계 미스터리소설을 섭렵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미스터리소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황금벌레》를 제1권으로 시작해서 콜린 덱스터의《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를 마지막으로 100권을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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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A급 100권 중에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비롯, 미국미스터리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엘러리 퀸의 불멸의 거작《Y의 비극》《엘러리 퀸의 모험》《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그리고 불후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난 도일의 작품으로는《주홍색연구》《셜록 홈즈의 모험》《바스커빌의 개》 등 추리소설사에 있어 최고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리고 밀실살인 미스터리의 거장 존 딕슨 카의 최고 명작《화형법정》《모자수집광사건》, 현학 미스터리 거장 반 다인의《비숍살인사건》, 오르치의《구석의 노인》, 모리스 르블랑의《기암성》 같은 작품이 빛을 발한다. 이 밖에 T.S. 엘리엇이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라고 격찬한 윌리엄 윌키 콜린즈의《월장석》, 낡은 우산을 쓴 얼뜨기 신부탐정이 나오는 체스터튼의《브라운 신부의 동심》, 리얼리즘 미스터리 소설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크로프츠의《통》, 서스펜스의 명장 윌리엄 아이리시의《환상의 여자》, 하드보일드파 거인 더실 해미트의《말타의 매》, 챈들러의《기나긴 이별》,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승 도로시 세이어스의 불후의 걸작《나인테일러스》, P.D 제임스《검은 탑》, 그리고 메이슨, 필포츠, 아일즈, 울리치 등 쟁쟁한 작가들이 쓴 미스터리의 최고진미 초호화판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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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스터리소설인가] 엘러리 퀸은 미스터리소설을 읽는 기쁨을《미스터리 100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미스터리 고전들은 질로써 승부를 건 빼어난 걸작들입니다. 나는 이 명작들을 읽고 또 읽고,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읽었습니다. 몇 번이나 되풀이 읽었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했으며 즐겁기조차 했습니다. 나의 평가나 감탄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느 작품이나 미스터리 · 범죄소설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소, 즉 정서적인 흥분과 지적인 자극을 완벽하게 갖춘 기념비적인 수작들이었습니다. 고전의 아름다움은 형식과 내용의 아름다움이며, 구성과 기교의 아름다움입니다. 일찍이 존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말했고, 하워드 헤이클래프트는 <즐거움을 위한 살인-미스터리의 생명과 시간>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은 에드거 앨런 포의 미스터리를 읽지 않고는 한 해도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기록했습니다. |
고전이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이 바래지 않으며 고전을 읽는 기쁨은 영원한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고귀한 정신의 레크리에이션' 미스터리 고전을 읽는 기쁨을 선물로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이여, 범죄에 건배를! 탐정에 축배를! 그리하여 미스터리문학에 영광 있으라!" |
[미스터리소설의 탄생] 세계 최초의 미스터리소설은 1845년에 발행된, 위대한 오거스트 뒤팽 3부작을 수록한 에드거 앨런 포의《소설집》이다. 포의 실험적 미스터리소설은 당시 독자들의 외면으로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즈음의 작가들 또한 아무런 감명을 받지 못했다. 포의《소설집》 초판 발행 후, 미국에서는 17년 동안 단 한 권의 미스터리소설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863년에 이르러서야 이 긴 침묵에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은퇴한 형사가 쓴《한 형사의 기묘한 체험, 또는 기묘한 범죄이야기》, 보스턴에서 발행된 해리엇 프레스콧(스포포드; 1835-1921)의《지하실에서》가 뉴욕에서 발행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인 1865년 제임스 브랜튼 탐정의 22번째 쾌거를 다룬 존 B 윌리엄즈 박사의《어느 뉴욕탐정 제임스 브랜튼의 수첩-J B의 개인기록》이 출판됐다. 포의 실험은 미국보다 영국 런던에서 더욱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으며, 싹을 틔우고 풍부한 열매를 맺었다. 찰스 디킨스가 편집하던 잡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실린 4개의 경찰기사에 자극된 영국작가들은 드디어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1850년부터 90년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그들은 많은 탐정들의 '회상록'을 세상에 내보냈다. 존 커터(《추리소설의 미학》에 나오는 <탐정소설모음>의 저자)의 지적처럼, 이러한 진짜인생들의 이른바 '수기'는 사실 그즈음 무명작가들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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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850, 60년대의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회상록'의 범람은 없었다. 미국에서 '수기'가 나타나게 된 것은 선정적인 싸구려 소설이 번창하면서부터였는데, 본격적인 붐은 싸구려 소설에 등장하는 최초의 탐정 올드 슬루스가 출현하는 1872년에서야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하우스홀드>지에 이따금 단편 탐정소설이 실린 적은 있었다. 예를 들어 바루의 <다라 몬슬리 매거진>지 61년 5월호에 M 린제이의 <가네트 반지>라는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과거를 '재발견'하고 그토록 숭배하던 '과거의 영광'을 회고하면서, 비로소 '새롭고 신선한 이 시대'에 더실 해미트, 존 딕슨 카, 체스터튼, 크리스티, 세이어스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탐정소설로서 얼마나 세련된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으며 또한 그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지 제대로 알게 된다. 포는 1849년에 세상을 떠났다. 만약 포가 오래 살아서 이런 '집안(하우스홀드)'에서 벌어진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딘가 천국의 작은 오두막에서 엉클 애브너(M D 포스트; 1871-1930)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브라운 신부(체스터튼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샘 스페이드(더실 해미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기데온 펠 박사(딕슨 카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등, 지금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탐정들을 보게 된다면, 포는 '정확한 언어(프뢰벨의 유명한 말로, 산문정신은 얼마나 정확한 말로 대상을 표현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탐구의 역사에서 지금도 가장 황당무계한 이 문학형식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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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소설의 기원] 포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미스터리소설의 형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어디에선가는 힌트를 얻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학에 있어서 추리적인 요소는 고대국가의 신화나 전설과 구전, 민화 속에서도 발견된다. 미스터리문학의 원천은 고대의 직감적 착상 방법에서 근대의 과학적·합리적 추리로 이행하는 18세기에 나타나고, 19세기에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에 이르러 미스터리소설의 전형이 확립된다. 미스터리소설의 기원에 대한 작가들의 견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반 다인(1888∼1939) "미스터리소설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구약성서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잔너(구약성서 외전에 수잔너는 바빌론의 아름다운 부인 있는데, 두 사람의 재판관이 이 부인을 흠모한다. |
마침내 부인은 위기에 처하지만, 바빌론의 현명한 젊은이 다니엘의 추리와 판단으로 목숨을 구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에 나오는 장로들의 반대심문에서 초기의 범죄추리의 예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런 예라면 고대에 얼마든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라비아, 터키, 페르시아, 그 외 여러 곳에서 추리소설의 기원이 고대에 있다는 고대기원설의 소재를 제공해주고 있다."
2. 도로시 세이어스(1893∼1957) "미스터리소설의 역사는 불규칙하며, 소품이나 에피소드가 산발적으로 나타나다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폭발적으로 꽃을 피웠다(포에 의해). 그 기원을 고대로 거슬러 가면 이솝이야기의 사자와 여우의 우화라든지《이니드》의 강도 카스크가 만들던 가짜 발자국, 그림동화에서는 흩어진 콩 위를 걷게 하여 12명의 남장 여인들의 기지를 알아보는 이야기가 있으며, 인도민화에서는 던진 레몬을 무릎으로 받는 걸 보고 여장한 것이 들통나는 남자의 이야기 같은 것도 있다. 중세문학에서는 바닥에 재를 깔아놓고 남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트릭이 들어간《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있는데 현명한 트리스탄은 침대에서 침대로 건너뛰어 왕의 스파이가 깔아놓은 재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8세기에 들어서면 볼테르는《자딕》에서 미스터리소설다운 1장을 썼다. 경찰제도가 미숙했던 초기에는 증거도 그다지 필요 없이 곧장 고문에서 죽음으로 이어졌기에, 탐정이 필요하게 된 것은 대중이 법과 질서에 공감하는 시기가 되고나서였다. 1829년에 경찰이 탄생하기까지 영국에서는 미스터리소설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으나, 검시관의 지휘아래 살인사건을 해결한 예는 있었다."
3. 하워드 헤이클래프트(1905∼ ) "미스터리소설의 기원에 대해서는 기묘한 착오가 꽤 오랫동안 설득력을 얻어왔다. 고대문학에서도 추리와 분석이 보인다는 생각이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헤로도토스나 성서 속에서도 미스터리소설의 흔적이 엿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추리는 탐정사건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으므로, 부분을 전체로 잘못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명이 발전했던 그리스나 헤브라이 시대의 수수께끼풀이 속에는 오늘날의 미스터리소설과 상당히 닮은 점이 발견된다. 이것은 미스터리소설이 민주주의와 병행해서 발달했다는 사실의 증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180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도시의 경찰에 범죄수사부문이 증설되었고, 29년에는 파리에서 뷔독의《회상록》이 출판되면서 미스터리소설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놀랍게도 경찰제도가 가장 늦게 발달한 미국에서였다." |
[미스터리소설의 발달]
1. 미국 미국문학은 영국의 식민지문학으로서 발전해왔으나 처음 200년은 문학작품이 만들어질 여유도 없었다. 먼저 역사, 지리, 종교서, 그리고 일기 등이 간행되면서 찰스 브록덴 브라운(1771-1810)이 나타나 처음으로 본격적인 작가가 미국에 탄생하게 되었다. '미국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브라운은 필라델피아의 퀘이커 교도의 집안에서 태어나 법률을 배워 변호사가 됐지만, 늘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그는 소설가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괴기 소설은 영국풍의 고성이나 유령이 나오는 고전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다루었다.《윌랜드(98년)》에서는 살인사건과 복화술을,《에드가 헌트리(99년)》에서는 몽유병자의 미스터리를, 그리고《아서 마빈(1800)》에서는 권위있게 황열병을 다루는 등, 포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브라운 이후로 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되는 이는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1789-18)이다. 그는 뉴저지 주 바링턴의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에 입대하나, 11년에 퇴역하여 결혼한다. 그는 5년 간의 해상근무 경험을 토대로 한 해양소설과 많은 사회풍자소설을 발표하였고,《레더 스토킹 테일스》《모히칸 족의 최후》 등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도 애독했다고 하는 인디언 이야기는 호수와 숲, 광대한 초원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활극인데, 헤이클래프트가 말한 것처럼 '최초의 탐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디언의 독특한 사고 방법이나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 그리고 발자국을 추리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 미스터리소설의 시조 에드거 앨런 포 미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 1841년에 발표한《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의 기원이 되는 작품이다. 난자당해 머리가 떨어져 나간 잔인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을 찾는 일은 미궁에 빠져들지만 '대상을 분석하는 탁월한 정신활동을 하는' 탐정 오거스트 뒤팽의 노력으로 오랑우탄의 범죄가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내용으로,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작품이다. 《검은 고양이》는 동물을 좋아하던 선량한 술주정뱅이가 검은 고양이를 키우다가, 고양이의 눈을 도려내고 목매달아 죽이는 저주받을 흉행을 저지른 뒤 급기야 아내를 살해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자기혐오가 광기어린 짜증으로, 짜증이 살인으로, 그로 인한 죄의식이 새로운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도 소상하고 끔찍하게 묘사돼 있다. 《도둑맞은 편지》에서 탐정 뒤팽은 편지를 훔쳐간 D장관과 자신을 완벽하게 동일시함으로써 그의 생각을 읽어내 편지를 되찾는다. 이 작품은 범인이 저지른 교묘한 범죄 행위의 과정을 역추적하거나 연역적으로 유추해 범인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탐정이 범인과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탐정이 곧 범인'이라는 모티프의 영향은 이후에도 나오는 많은 미스터리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추리작가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강적 몰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에서 범인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범인과 동일시하여 문제를 풀어가고 있으며, 프랑스 추리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뤼뺑은 자신이 범인이면서 동시에 탐정역할을 하고 있다. 포의 마지막 미스터리소설《도둑맞은 편지(1844)》가 출판된 지 34년이란 세월이 지나고서야 뛰어난 미스터리소설에 속하는《리반워스 사건(78년)》이 나오게 된다. 작가인 안나 캐서린 그린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여류 미스터리소설가이다. 그린 여사 다음으로《사고기계(1907)》의 잭 푸트렐,《나선계단(08년)》의 라인하트 여사, 아서 리브, M D 포스트 등이 잘 알려져 있고, 특히 마크 트웨인(1835-1910)은 지문을 취급했던 최초의 작가이자 소년미스터리소설의 개척자이다. 그의《톰 소여의 모험(76년)》은 어린이들을 위한 찬가이며,《탐정 톰 소여(96년)》는 아이들에게 추리와 서스펜스의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즐겨 읽히고 있다.
2. 프랑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1694-1778)는《백과전서(1751-72)》의 완성에 큰 공헌을 한 사상가이자, 작가, 시인, 역사학자, 철학자였다. 그는 영국 경험주의를 받아들여 비판정신이 왕성하였고,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중에《자딕》은 관찰과 추리와 분석을 응용한 소설로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젊은 자딕이 개의 발자국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개는 굉장히 작은 암캐로 털이 많고, 최근에 새끼를 낳았는데 왼쪽 앞발을 전다'고 추리하는 장면은 포의 작품 속 탐정 뒤팽을 연상케 한다. 사실 포는 작품 가운데《자딕》에 대해 언급하며 볼테르에게서 받은 감화를 부정하지 않았다. 《인간희극》으로 잘 알려진 발자크(1799-1850)는 포가《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을 발표한 해에《암묵사건》을 썼다.《암묵사건》은 놀라운 정치음모를 다룬 소설로, 범죄수사라든지 가짜 흔적을 만드는 명인 미슈, 변장에 뛰어난 갱 두목 등이 어우러지는 추리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장편이다. 이것은 뒷날 법정 장면이 더해지지만 미스터리소설과는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 위젠느 프랑소와 뷔독(1775~1857)은 벨기에에 가까운 파 드 카레이 지방에서 태어났다. 16살에 부르봉 보병연대에 들어가 다음해 기병대로 옮겼고, 19살에 첫 부인 마리와 결혼하였다. 그러다 22살에 위조지폐 사건으로 투옥되었으나 다음 해에 탈주한다. 그리고는 추적과 투옥과 탈주를 되풀이하면서 보낸 세월이 10여 년. 실로 기민한 행동과 책략, 교묘한 변장술, 놀라운 체력과 기력에는 경관도 악당들도 혀를 내둘렀고, 1809년에 경시청감 듀보아가 그를 용서하여 자기 감독 아래 두게 되었다. 말하자면 뷔독은 탐정이 된 것이다. 그는 몇 권의 회상록을 냈는데,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그 자체로 미스터리소설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19세기 프랑스가 낳은 기인으로, 발자크, 빅토르 위고,《파리의 비밀》을 쓴 위젠느 슈,《로칸볼》의 저자 듀 테라에 포, 그리고 코난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 등에게도 영향을 끼쳐 미스터리소설사에서 뺄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한편 산문시집과《악의 꽃(1861)》으로 유명한 시인 보들레르(1821-67)는 단 한 편의 미스터리소설도 남기지 않았지만, 포의 천재성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미스터리소설의 보급에 앞장섰다. 그는 1848년에 포를 알게 되었고, 포에 몰입했으며, 포의 전집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획기적인 성과가《뜻밖의 이야기 1편 2편(56년)》《고든 핌의 모험(58년)》《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65년)》라는 4권의 책이다. 이러한 포의 연구가 유럽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여, 이윽고 영국에서는 코난 도일이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미스터리소설의 원조는 에밀 가보리오이다. 그는 보통 소설에서 전환하여 프랑스 미스터리소설의 첫 작품인《르루주 사건(1866)》을 써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포에게서 특히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포의 유산을 계승한 프랑스 최초의 챔피언이다. 그는 포가 창안한 작품 속의 탐정 뒤팽과 흡사한 무슈 르콕을 만들어내어, 이 탐정에게 석고로 범인의 발자국을 본뜨게 한다거나, 잘못된 증거로 수사에 혼선을 일으킨다거나, 범죄현장의 지도를 책 속에 첨가한다든지 하는, 오늘날에도 흔히 사용하는 테크닉을 도입했다.
3. 독일 포가 1839년에《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 이야기(2권)》를 출판했을 때 비평가들은 '독일적이고 음울한 작품이다'고 비난했는데 이것은 곧 독일 문학이 미국에 이입되었다는 증거라 하겠다. 포가 영향을 받은 독일작가로는 E.T.A.호프만(1778-1822)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쾨니히스베르크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하고 판사로 공직생활을 하며 밤에는 술집에서 시인들과 함께 문학이나 음악을 논하는 이중생활을 하였다. 그는 괴기스럽고도 분방한 환상을 자아내고 기지와 풍자를 담은 작품을 써서 발자크, 보들레르, 포, 도스토예프스키, 바그너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미완의 대작인《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20년)》이 유명하며,《악마의 묘약》도 추리소설의 성격이 짙은데, 특히《모래밭의 남자(17년)》나《스큐데리 양(18년)》이 미스터리소설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인리히 클라이스트(1777-1811)는 호프만보다 1년 뒤에 태어나 호프만보다 11년 먼저 세상을 떠나 짧은 생애를 산 극작가였다. 독일 희극의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깨어진 항아리(11년)》는 네덜란드의 어느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재판사건을 다루고 있다.
4. 영국 프랑스의 '포 연구'는 도버 해협을 넘어 영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는 스윈번이나 D.G.로제티 등의 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소설에서는 R.L.스티븐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94)은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여행과 문필을 좋아하여 벨기에, 프랑스 여행기를 출판하였고《신 천일야화(82년)》《보물섬(83년)》과 같은 기이한 모험소설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86년)》는 이런 종류의 소설 중 수많은 우의를 내포한 동시에 공포로 가득 찬 명작이며, 안개에 휩싸인 런던 시내가 아주 잘 묘사되어 있어 음울함과 극적 효과를 간직한 작품이다. 극단적 성격전환을 테마로 하는 이 작품은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을 상징적으로 파헤치고 있는데 박사의 이름인 '지킬'은 이중인격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스티븐슨은 시와 동요도 많이 썼으며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된《신 천일야화》같은 작품은 미스터리소설과 유사한 범죄모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포와 동시대에 미스터리소설 비슷한 작품을 쓴 영국작가로《바나비 러지》를 쓴 디킨즈가 있으나 영국 최초의 미스터리소설《월장석(1868)》은 그의 친구 윌키 콜린즈에 의해 씌어졌다. 콜린즈의 출세작《흰옷을 입은 여인》은 로맨틱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데, 포의 영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월장석》에 나오는 카프형사도 꽃을 사랑하는 탐정일 뿐, 포의 탐정 뒤팽이 지닌 깊은 그림자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콜린즈는 포에게서 별다른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포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영국 미스터리작가는 코난 도일이라 할 수 있다. 도일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명탐정 홈즈라는 인물을 탄생시켜 모험이야기를 일관되게 써내려갔다. 그는 작품 속에 수수께끼 풀이와 함께 공포와 범죄, 서스펜스, 특히 포가 무시한 모험적 낭만의 재미를 주입함으로써 현대 미스터리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5. 한국 한국의 고대 설화와 민담에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들이 있다. 고구려 2대왕인 유리왕 설화에서는, 아버지인 주몽이 임신한 부인에게 아들을 낳으면 '일곱 모난 돌 위 소나무 밑에' 감추어진 물건을 찾아 가지고 고구려로 아버지를 만나러 오도록 이르라 하고 떠난다. 결국 유리는 이 수수께끼를 풀고 태자가 된다. 또한《박씨전》《홍길동전》《일지매》등의 고전소설들에서도 추리소설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근대적 추리소설에 가까운 최초의 소설로 서사구조는 허약하지만 이해조의《쌍옥적》을 들 수 있을 것이다.《쌍옥적》 이후, 국적불명의 번안 추리소설《지환당(1908)》이 출판되고 1918년 태서문예신보에 코난 도일의 작품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면서 추리소설은 마침내 한국문학사의 한 현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해조의 뒤를 이어 민태원, 최독견, 방정환, 최유범, 채만식과 같은 몇몇 국내 작가들에 의해 추리소설 창작이 시도되는데, 이때의 추리소설은 방정환처럼 어린이들을 근대적 주제로 키워내려는 조급한 계몽적 열정의 소산이거나 딜레탕티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뤘다. 한국근대문학사에서 미스터리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를 이루게 된 것은 1935년 김내성이 탐정소설《타원형의 거울》을 발표하여 에도가와 란포의 절찬을 받으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본격적인 추리소설의 시대가 개막되는데, 1950년대에 이르러 방인근, 김내성, 조풍연, 조능식, 허문녕 등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다. 번역작품으로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반 다인, 에드거 앨런 포, 가보리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잇따라 번역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때 추리소설 번역에 가담했던 문인들로 김팔봉, 이하윤, 김광섭, 김유정, 김환태, 방인근 등이 있다. 본격 세계미스터리소설 상륙은 1958년 을유문화사 코난 도일《얼룩뱀의 모험》, 1959년 정음사에서 나온 미키 스필레인의《위대한 살인》, 도로시 세이어스의《심야의 고백》, 뒤이어 동서문화사에서 출판된 에밀 가보리오의《루콕 탐정》, 모리스 르블랑의《813》, 애거서 크리스티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보진재에서 나온《세계추리명작선》 등 미스터리시리즈 등을 들 수 있다. 1978년 드디어 동서문화사는 한국 최초로 본격《동서추리문고》 300여 작품을 기획 간행해 나간다. 이를 따라 삼중당, 홍성사 등에서 추리신서를 출간한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이가형, 황종호 등에 의하여 <한국미스터리클럽>이 창설되고 한국일보에 장편소설 현상모집에 김성종의 미스터리《최후의 증인》이 당선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끈다. 김성종, 노원, 이상우, 정건섭과 같은 작가들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8년에 계간 <추리문학>이 창간되었으며 90년대에 와서는 구효서의《비밀의 문(해냄)》, 이인화의《영원한 제국(세계사)》 등 미스터리 작품들이 대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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