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데 없다
적은 덧 비러다가 뿌리고자 마리우회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가 하노라
한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렷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늙어짐을 탄식하다.
우탁(禹倬 1263-1342)이 지은 탄로가(嘆老哥)이다.
세월의 무상함은 희끗희끗한 백발로 함께 묻어난다.
고려 말 대학자 우탁의 마음 또한 초연할 수 없는
범인의 굴레를 벗지 못했음인가.
덧없는 인생, 세기를 뛰어 넘는 동질감이다.
고려사 열전에는 우탁에 대해 ‘경사(經史)에 통달하였고,
역학(易學)에 더욱 조예가 깊어
복서(卜筮)가 맞지 않음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학문은 그 자체였을 뿐 자연의 순리를 뛰어 넘지 못했다.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은,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는다
내 늙을 적이면 넨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죠ㅅ녀 다니다가 남우일까 하노라
마음아 너는 어찌 늘 젊었느냐
내가 늙을 때면 너라고 해서 늙지 않겠느냐
아마도 너(마음)를 좇아 다니다가 남을 웃길까 두렵구나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린
화담의 해학과 철학사상이 담겨 있다.
그는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독학으로 일생을 철리탐구(哲理探究)에 바쳤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身老心不老)’
라는 속담이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젊었을 때와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채근담(菜根譚)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스스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리지 않으면 스스로 맑다.
마음도 이와 같아서 흐린 것을 버리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요,
즐거움도 구태여 찾지 말 것이니
괴로움을 버리면 즐거움이 저절로 있을 것이다.”
장자(莊子 BC 4)는,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추게 할 수 없다.
생장(生長)과 소멸(消滅), 성(盛)하고 쇠(衰)함이 끝나면
다시 시작되어 끝이 없다.‘ 고 했다.
장자는 임종에 즈음하여 제자들이
그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르려고 의논하고 있음을 보고,
"나는 천지로 관(棺)을 삼고 일월(日月)로 연벽(連璧)을,
성신(星辰)으로 구슬을 삼으며 만물이 조상객(弔喪客)이니
모든 것이 다 구비되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라고 말했다.
장자에 의하면 인생의 모든 것이 하나,
즉 도(道)로 통한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찌 죽은 뒤를 걱정할 겨를이 있겠는가.
한문수 2011. 1. 8.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