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꼭지 감꼭지
김현주
사과나무를 심은지 3년째다. 사과가 제법 열렸다. 작년에 비해 나무가 굵어졌다. 그래야 아직 내 손목 굵기보다 반이나 될까. 그래도 신통하다. 여러 군데 가지를 뻗쳐내더니 파릇파릇 잎을 내고 꽃도 피웠다. 며칠 뒤에 가보면 조그만 열매가 달려 있고 또 얼마 후에 가보면 손가락 끝마디만한 사과들이 여기 저기 매달려 있다.
동물이 와서 먹을세라 망사주머니를 씌웠다. 그 안에서 벌레에게도 먹히지 말고 새에게도 먹히지 말라고 소원했다. 다람쥐야. 사슴아. 제발 얘네 좀 건드리지 말래? 그렇게 볼 때마다 조금씩 더 커지면서 발그레한 색깔이 짙어지더니 점점 멋진 사과로 커갔다.
남편이 드디어 사과 하나를 따 왔다. “이 사과 좀 봐. 이렇게 잘 생기고 예쁜 사과 본 적 있어?” 어린아이 같이 자랑에 부풀려 있다. “아뇨. 없어요.” 얼른 맞장구를 쳤다. 남편 못지않게 같이 흥분해서다. 빨리 먹어 보자. 깨끗이 씻어 남편 한 입 먹고 나도 한 입 먹고. 단연코 그렇게 맛있는 사과는 처음이다. 한 입 한 입 번갈아 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비명이 쏟아진다. 우리 사과 맛이 꽤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키운 사과나무에서 따 먹는 상큼하고 달콤한 그 맛을 어디에 비교할까. 아직 성숙한 나무랄 수 없는 나무에 몇 개 안 되는 사과가 열렸어도 그냥 신통했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이 마른 사과 꼭지를 보면서 말했다. 근데 이 맛있는 사과가 제법 묵직한데 이렇게 작은 꼭지에 달려 있었네. 사과는 가늘고 말라 보이는 작은 꼭지로 나뭇가지에 연결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남편이 꺾어오기 전까지 그 사과 꼭지 때문에, 열매에 생명이 이어지고 있었고 과육도 더 풍성해지면서 자라나고 있었다. 한입 물면 입에 가득 느껴지던 사과의 싱그럽고 달달하던 맛이 그 작은 꼭지에 의해 더 달아지고 있었다. 과육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사과의 발그레한 색깔이 짙어지고 있었다. 단지 그 작고 가느다란 어떻게 보면 볼품없는 꼭지 하나로 열매가 나무에 연결되어 있어서 성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정말 신기하다.” 이 작은 사과 꼭지가 담은 거대한 생명의 신비가 감동이었다. 사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열매가 작은 꼭지에 달려 있어서 생명이 유지되고 자란다. 감도 그렇고 복숭아도 그렇다. 생명을 이어간다. 커다란 수박도 작은 꼭지가 본 가지에 연결되어 있어서 자라고 숙성해서 깊은 수박 맛을 낸다.
작은 꼭지 같지만 실로 너무 가늘고 말라 보이지만 그 사과 꼭지가 연결선이고 생명선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거 우연이 아닐 터. 우리 영혼의 사과 꼭지가 뭘까? 기도가 우리의 생명선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기도가 사과 꼭지다. 생명의 본체이신 분과 연결해 준다.
2024년 2월 28일 아침 6시
첫댓글 사과나무는 꽃이 유난히 예쁜것 같아요.
꽃이 지며 남긴 작은 열매는 크면서 예쁜 사과로 변하죠.
저희 집 사과나무도 심은 지 3년 되어 작년에는 제법 큰 사과를 맺었어요.
헌데 벌레가 조금씩 맛보아 다 버려야 했답니다.
사과나무를 보며 생명선으로 연결하신 글 잘 읽었어요.
이번 주 공부할 과제로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