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부터 시작한다.
딱 보더라도 시주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삶이 나뉘는 사주이다. 일단 너무 조열하고 병술일주는 일지에 병화, 무토의 묘지가 되는 술토를 깔았기 때문에 언제든 비견과 식신을 묘지로 끌고 갈 수가 있는 일주이니 주의를 요한다. 비견이 묘지로 들어가게 되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고 비견에 해당하는 형제나 친구와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식신이 묘지로 들어가게 되면 생업에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술토와 사화는 원진살을 짜고 있으니 월주와 일주가 원진살로 이루어지면 가족와의 감정문제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관계가 좋을 때에는 합처럼 애틋하나,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서로간의 사이가 다시 틀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원진살이다. 합도 아니고 충도 아닌 것이 원진이기 때문이다.
이 사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겁재를 제어하는 정관이다. 이렇듯 비견겁재가 월이나 년에 눈에 띄게 있는 사주는 비견겁재와 일간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있는가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주에 을미시(오후 13시30분~15시30분)를 놓아서 겁재 쪽의 정관을 일간의 정인으로 흘러오게 하는 구조면 베스트다. 이렇게 되면 겁재는 직장을 제공하고 일간은 그곳에서 권한을 갖는 책임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구조가 되면 겁재는 경쟁자 혹은 쟁재를 일으키는 기신이 아니라 정관을 먼저 선점하고 있는 자가 된다. 마치 조상(연주)의 사업을 나보다 먼저 물려받는 부모님(월주)처럼 월상 겁재는 나에게로 정관의 길함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지지에서도 강한 비견의 힘을 술토, 미토 식신상관으로 풀어낼 수 있으니 흠잡을 데가 없다. 사주가 조금 조열해지는 단점은 있으나 어차피 대운에서 금수운으로 흐르니 괜찮다.
그런데 이 구조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관의 길함을 상관으로 극했으므로 사회에서 나에게 주는 기회를 자기 똥고집으로 발로 차버리는 격이다. 집안에서는 아픈 손가락이 될 것이다.
이렇듯 비견겁재와의 관계에서 불리함이 생기면 그 어떤 운이 오더라도 백약이 무효일 수가 있고 유리함이 생긴다면 왠만한 운세에서는 다 좋은 삶을 살게 된다.
비견겁재는 재성이나 관성과는 달리 정해진 규격이 없으므로 길이든 흉이든 그 한도가 없다. 좋을 때는 만인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한없이 좋고, 나쁠 때는 만인의 졸이 되면서 한없이 구질구질한 삶을 산다.
남명이 되면 운세에서 인성, 관성으로 흐르게 되므로 여명보다도 더욱 정관을 중요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시주에는 조후를 맞춰줄 수 있는 금, 수를 놓는 것이 좋으나 오후 15시30분~자정까지 지지 신, 유, 술, 해를 놓을 때 시주 천간이 병, 정, 무, 기로 들어오게 되므로 천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조후를 포기하고서라도 남명도 을미시가 가장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