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예,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더스틴 존슨(36 · 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페덱스컵 플레이 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천신만고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1500만 달러(약 178억 원)의 상금을 획득했습니다.(2020.9)
플레이오프 최종전에만 10번이나 진출했었으나 페덱스컵과는 지독히 인연이 없었던 존슨은 무려 11번의 도적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입니다. “우승을 축하한다. 돈과 명예 중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당연히 명예다.”
돈이냐, 명예냐? 딱히 어는 것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는 돈을 최고로 여길 수 있으나 또 다른 어떤 이는 돈 보다는 명예를 최우선 가치로 여길 수 있습니다. 물론 돈과 명예, 그 치명적 매력 때문에 모두를 탐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명예)를 남겨야 한다.(虎死留皮 人死留名 호사유피 인사유명)’는 말처럼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명예를 무척 중시했습니다.
명예를 중시하기는 서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명예로운 죽음은 불명예스런 삶보다 낫다”고 말했습니다. 불명예를 택하느니 명예롭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결기입니다.
오늘날에도 명예를 지키는 일은 변함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스포츠,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를 기리기 위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운영되곤 합니다. ‘명예의 전당’에 입회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과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증표입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있었던 일입니다. 노예해방 정책에 반기를 든 미국 남부 11개 주의 연합군과 노예해방을 천명한 링컨 대통력 휘하의 북군이 4년 간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펼친 끝에 마침내 북군이 승리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었습니다.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에드워드 리 장군은 전쟁을 더 이상 끌고 가는 것은 장병들의 무고한 희생만 더할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장병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리 장군은 항복의 결과는 총살형일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마지막으로 가는 길 만큼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군복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는 의연한 자세로 항복문서에 서명하기 위해 적군의 사령관실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은 리 장군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장군님의 결단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장군님을 비롯하여 남군의 모든 장병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고향으로 신속히 돌아가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장군과 패배자를 넓은 아량으로 품은 장군, 그들은 명예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패전 장군의 명예를 품위 있게 지켜준 그랜트 장군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869년에 미국 게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8년 동안 대통령 직무를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를 화폐 속 명예의 전당에 입회시켜 평생토록 그를 추앙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폐 50달러에 그려진 초상화의 주인공이 바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입니다.
명예는 힘들게 쌓아올린 인생의 공든 탑이지만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뜨리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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