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지를 다녀 와서
하얀별빛
시간의 매듭을 풀어놓은 채 , 우리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돌고 왔다.
자유한 영혼으로 깊고 깊은 산맥을 뚫고 왔다
넓고 넓은 하늘 저 편,
처음 디뎌 본 런던의 땅
옥스퍼드에서 존경하는 웨슬리와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소란스런 파리로 옮겨 와
높이 솟은 에펠탑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의 비젼을 뿌려 놓고
빽빽이 글들 쓰여진 벽면 위에
조그맣게 우리의 이름도 새겨 넣었다
제네바에선 날카로운 존 칼빈을 만나
왠지 모를 위협감을 느끼고
스위스로 들어서서는
언덕마다 늘어 선 알록달록 예쁜 꽃들로 장식된
장난감 같은 집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알프스의 고봉인 융푸라우로 가는 여정
곳곳에 펼쳐져 있는 웅장한 빙벽들
하얀 얼음옷 걸친 채 쪽빛 하늘과
뭉글뭉글 피어 있는
환상 속 구름나라가 우리를 반겼다
기차 차창 밖 고개를 내밀며
신나게 터뜨리던 웃음들, 어린아이 같은 기쁨들...
숲속에 우뚝 솟아 아름다워 보였던 ‘백조의 성'
그 속에 갇혀버린 슬픈 백조
그 ‘미운 오리 새끼’의 우울함이 잠시
안타까움으로 맘속에 스며 들었다
여드렛 날, 체코로 건너 가
프라하, 구시가 광장 모퉁이에서 얀 후스에게 목례하고
낭만이 강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석교 ,
성인조각상으로 전시된 카를교를 거닐었다
그날 밤, 설레이는 프라하의 야경 속으로
우리는 빨려 들어갔다
아름다운 동화처럼, 신비로운 전설처럼
저 멀리 화려한 성들의 창문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련한 불빛들
어두운 밤하늘 나는 새들은
하이얀 날개짓 하며 너울너울 춤 추고
강물은 희끗희끗 옷자락 들추이며
우리를 감싸주고 있었다
흥분과 설레임을 가다듬은 채
독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통일의 기쁨이 얼룩진 화려한 그림들 앞에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갖가지의 포즈로 기념 셔트를 눌렀다
마지막으로 세기적인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의 흔적을 더듬었다
생가와 태어난 곳,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과
성경을 번역했던 책상을 대하며 새로운 감회에 젖었다
여러 개혁자들의 모습을 대면하면서
제각기 도전을 받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다시금 함께 동행했던 이들의 얼굴이 떠 오른다
새로운 만남은 우리들을 약간씩 들뜨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들 역시.
그래서 여행은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뒤흔들며
추억은 우리의 삶을 좀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아직도 프라하의 야경 속
신비스런 틴 성당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 2010 . 8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