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26 (2011.06.04)
17.6km (514.1km)
(새만금 방조제 돌고래 쉼터 - 야미도 - 신시도 - 바람 쉼터 - 소라 쉼터 - 너울 쉼터 - 가력도)
여유를 가지기로 한 장정은 느긋한 아침을 선사해 준다.
깨우지 않아도 하나 둘 준비를 하고 콘도를 나와 새만금 방조제가 내려 보이는 부안의 백합죽 집에서 죽 한 그릇 먹고
돌고래 쉼터로 와서 시작이다.
오늘도 디스크 환자 내가 첫 번째 지원조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날씨가 좋다.
우선 점심을 어디에서 해결해야 할지 찾아보았다.
신시도 새만금 방조제 준공 조형물 건너편 휴게소에 즉석 컵라면이 아닌 끊여서 파는 라면이 있는 것을 찾아내고
간식으로 먹을 소시지와 과자를 사고 너무도 기분 좋은 군산의 스탬프 투어 패스포드에 신시도 도장도 찍고 여유를 부리다가
온 길을 다시 돌아오니 일행은 벌써 야미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서둘러 어제 본 야미도 초입에 도시락 집을 찾아 들어 갔다.
도시락은 바로 되지는 않고 3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그 앞에서 그냥 차를 세우고 기다려 본다.
매일 하는 도시락 집은 아닌 듯하고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시작하는 그런 집인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러 30분이 되어갈 때 회장님의 전화가 들어온다.
“언제 오냐? 라면 시킬까?”
참 여유 가지고 천천히 SLOW 장정을 하자던 맹세는 어디로 가고 그 길을 벌써 달려갔나, 뛰어갔나?
“조금만 기다려 도시락 나오면 전화 할게”
잠시 후 따끈따끈한 도시락이 나오고 번개처럼 일행에게 달려간다.
도시락은 초등학생용 새로 지은 밥이 정말 따끈하기만 한 돈가스 도시락이었다.
점심을 도시락과 라면으로 배불리 먹고 잠시 차안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느새 연휴의 중간. 토요일 오후에 새만금을 찾는 많은 사람으로 휴게소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난 먼저 출발할게. 걸음도 늦고 더더욱 빨리 걸을 수도 없으니 천천히 먼저 좀 걸을게”
일행의 동의를 얻고 먼저 걸어 나간다.
막 휴게소를 나와 조형물 쪽으로 건너 호수 쪽 길을 택해 걸으려 할 때 거센 바람에 모자가 휙 하고 날아갔다.
그것도 출입이 금지 된 잔디안쪽으로 떨어지고 바람은 내가 다가가면 곧 다시 모자를 날려버리겠다는 기세이다.
잔디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드레일을 넘어가야 하고 그 높이도 일반 가드레일보다 높고 이중으로 되어 있어
긴 다리라면 긴 다리인 나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동작을 빨리 취해야 한다.
한 번만 바람이 휙 불러버리면 모자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운 터널 밑 도로로 떨어질 것 같다.
간신히 모자를 불안한 마음으로 걷어 올렸다.
아버지의 모자. 벌써 몇 년이 지났을까? 이 모자가 내 소유가 된 것이. 아마도 십년은 가까운 것 같다.
모자가 많으셨던 멋쟁이 아버지가 나에게 당신의 모자를 주셨다.
짙은 푸른색이 염색된 아마도 마로 짠 듯한 시원한 모자다.
모자는 꼭 카우보이들이 쓰고 다니는 그런 모양인데 모자 중간에는 회색천이 멋들어지게 감겨있고 그 중앙에는
유명한 골프 선수의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 있는 그런 멋있는 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짙푸른 그 색깔도 퇴색되고 날카로운 것에 올이 잘려 모자에 조금한 흠이 생기더니
조금씩 그 크기가 커져 칼로 쭉 베여놓은 것 같다. 오래도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그 모자가 갑자기 내 머리에서 휙 벗겨져 날아갔던 것이다.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놀랐다.
느닷없는 말 같지만 아버지도 그렇게 갑자기 휙 가버리셨다.
항상 내 머리위에서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시고 차가운 바람을 감싸 주시고 비와 눈을 막아주셨는데
그 바람 한 번에 휙 가버리셨다. 서글퍼진다.
이번 장정이 끝나면 이 모자는 아버지의 모자가 모여 있는 곳에 벗어 놓아야겠다.
갑자기 휙 날아가 버리면 그래서 다시 내 손에 올 수 없다면 무척이나 아쉬울 것 같다.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머리를 맴 돈다.
이렇게 걷다보니 벌써 3km 정도 온 것 같다. 바람쉼터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쉼터인지 정말 많이 분다.
모자 위를 누르고 있는 손을 뗄 수가 없다. 길 건너편 멀리 회장님이 혼자 오시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나도 바닷가 쪽 인도로 왔다.
다음 쉼터인 소라쉼터까지는 따라 잡히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지만 성큼 성큼 걸어오는 특유의 회장님 팔자걸음은
속도가 대단하다.
다시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온 것 같다.
돌아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보아도 시작점은 보이지 않고 앞을 내다보아도 변산반도의 산세가 어스름하게 보일 뿐
종점도 보이지는 않는다.
어제처럼 또 혼자서 팔을 벌려본다. 지그시 눈도 감는다. 난 또 하늘을 날아 본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날개짓 소리가 들린다.
갈매기도 되었다가 독수리도 되어본다.
“선생님 어디서 오셨어요?”
깜짝 놀라 눈을 뜨니 회장님이 벌써 따라 오셔서 말을 건넨다.
“아 예 반갑습니다. 선생님도 여길 걸어서 오시네요.”
“아 예 좀 미친 짓 같지요?”
정말 우리가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조금씩 미쳐가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의 발음으로는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렵지만 workaholic에서 walkaholic으로 변해버린 우리를 본다.
다음 쉼터인 소라쉼터에 도착하니 곳 총무님과 고문님도 합류가 된다.
소라쉼터에는 소라모양의 꼬불꼬불한 회전계단이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의 계단에 무거운 발을 높이 올리고 쉰다. 나는 더 못 걷겠다.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갑자기 30년을 버텨온 허리수술을 결심한다.
이렇게 걷느니 안 걷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부회장님과 통화를 하고 교대를 한다.
차를 몰아 너울쉼터에 부회장님을 내려놓고 바로 오늘의 종착점 가력도로 간다.
군산 스탬프 투어 패스포드의 마지막 도장을 가력도에서 찍는다.
가력도에도 신시도와 같이 배수갑문이 있다.
잠시 공원을 이리저리로 걷고 있으니 일행은 도착하고 오늘의 장정은 여기서 마친다.
첫댓글 이상하게 아버지의 정은 살아 생전에는 못느끼는거 같아...아버지들이 무뚝뚝해서일까??? 아님...잔정보다는 깊은 정이 있어서일까???? 나도 아버지 생각이 나네...쩝
총무님은 모를껴? ㅎㅎㅎ
나머지는 모두 애비없는 자식들이네 ㅎㅎㅎ
인생뭐있어..??? 한방에 훅가는거지 뭐..~~ 한살이라도 젊을때 많이 즐기자고..ㅎㅎㅎ
어제 남자의 자격을 보는데 많이 부럽더군... 꿈속에서나 볼수있는 남십자성...은하수..야생소떼들....대자연은 위대한것인데 나약한 인간은 왜...????
허리수술...??
그래도 좀더 버텨보지?
대문은 수정완료했음
아고고고.............
또 은제가는겨?................빨랑 가고 잡구먼.............ㅋㅋㅋ
글구 쩌 모자는 인변이하고 나는 않어울리는거 같으이....................ㅠ.ㅠ;;;;
울마눌님이 사준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