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6일 연중 제29 주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았습니다. 변호사는 강도상해죄로 기소된 탈북민을 변호하게 되었습니다. 변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상처는 피고인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남편이 폭행 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피해자의 상해에 대한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가 탈북민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어린 아이가 있다는 것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방법을 찾아서 피고인의 형량을 감량시키려 했지만 배심원들은 피고인의유죄를 인정하였고, 징역 4년을 만장일치로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관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 유예 3년 4개월을 선고하였습니다. 판결 이유는 탈북민이기에 대한민국의 법을 잘 모르고, 처음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피고인이 5년간 숨어 있다가 스스로 경찰서로 찾아와서 자수하였다는 것입니다.
형량의 감량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자수’였습니다. 변호사들은 형량 감량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피고인 본인의 자수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언젠가 하느님 앞에 서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실까요? 제가 사제로 살았던 저의 성과와 업적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했던 봉사활동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양파 한 뿌리’라는 소설에서 아주 작은 선행만으로도 하느님께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평생 인색하게 살았던 할머니가 지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수호천사는 할머니가 젊은 과부에게 양파 한 뿌리를 주었던 것을 찾아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할머니에게 양파 한 뿌리를 주었고, 할머니는 양파의 뿌리를 잡고서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지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할머니의 다리를 잡고 같이 가려고 하였습니다. 양파의 뿌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할머니는 다리를 잡고 있던 사람을 걷어찼습니다. 그러자 그만 양파 뿌리가 끊어졌고 할머니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능력과 업적 그리고 선행과 봉사만으로는 하느님께 가는 것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허물과 잘못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우리는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서 피고인이 자수했던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면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희게 해 주십니다. 우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하였던 다윗의 죄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회개하고 눈물을 흘렸던 베드로 사도에게 교회를 맡겨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되찾은 동전, 되찾은양,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성한사람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 때문에 더 기뻐한다고 하셨습니다.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비유입니다.
우리가 욕심이 가득하고, 자신 밖에 모르지만 자녀들의 청을기꺼이 들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한다면 언제든지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것을 우리는 자캐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빚진 것이 있다면 네 배로 갚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와 그 가족들이 구원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믿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있으면산도 옮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믿는 사람은 죄를 용서받고, 구원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십니다. 물을 마시면 갈증이 풀린다는 것을 알고, 믿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관념이 아닙니다. 믿음은 생활이고, 실천 입니다.
모세는 손을 들어 기도하였고,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예전에 ‘자수하여 광명 찾자.’라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어둠속 그늘에 살기보다는 자수하여 희망의 빛 속에서 살라는 표어였습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받는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미주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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