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해당화가 아름답게 피었다는 곳, 강진 남미륵사로 향했다.
어릴 적 바닷가 시골살이를 하며 해당화를 참 많이 접했다.
빨간 꽃잎과 동글동글한 초록 열매는 소꼽놀이 단골 품목이었다.
그래서 해당화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 만난 서부 해당화는 바닷가에 피어난 해당화라기 보다 사과꽃을 닮은 내륙에 피어난 해당화이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제 1회 서부해당화 봄꽃축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진행되는 행사임에도 찾는 사람에 비해 너무 협소한 주차장은 300여미터를 앞두고 접어드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평소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넓이지만 대형버스까지 찾아든 주차장은 무척이나 곤혹스런 상황을 연출시켰다.
주말인 내일엔 어떻게 하려는지...휴
겨우 주차를 하고 들어 서는데 트로트 음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누구든 마이크를 잡고 부르는 건지 걸러지지 않은 음색이 귀를 힘겹게 한다.
커다란 어미코끼리와 새끼 코끼리 사이로 남미륵사
입구가 시작된다.
커다란 키를 자랑하며 연한 핑크빛을 드리운 서부해당화는 절정의 순간을 넘어선 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붉디 붉은 선홍빛의 철쭉이 해당화를 밀어내며 여기저기 꽃잎을 활짝 열고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꽃들의 환영을 받으며 걷고 있는데 무작위로 염주를 내밀며 사달라는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법복입은 여인네 두 명이 보인다.
대웅전 경내에서는 연등 하나에 얼마라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곳곳에 시주를 바라는 문구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약수 한 잔 하고 가라며 권하는 곳엔 천원짜리 지폐들이 놓여져 있다.
다양한 부처 형상을 한 석상들은 가는 곳마다 자리잡고 있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탑들은 층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다.
엄청나게 큰 미륵불과 고개를 젖히고 눈을 들어 올려야 볼 수 있는 관음보살상은 자애롭다기보다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먼저 찾아 왔다.
불교신자라면 느낌이 또 달랐을까.
수줍은 연분홍 해당화를 제치고 주인공이 된 화사한 철쭉들은 갖가지 불교 조형물과 더불어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으며 즐기고 있었지만 그 풍경 속으로 동화되지 못한 나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봄꽃축제라기보다 남미륵사 불상들과 만나는 축제인 듯한 느낌.
커다란 바위들마다 새겨진 법흥스님의 시들에서 깨달음을 얻고 명상을 하기 보다 세속적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나의 편견인 걸까.
돌아오는 길, 월출산을 배경으로 두고 노란 유채꽃밭들이 가득 피어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원래는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고 했는데 잦은 비와 꽃샘추위로 생육이 불안정해 축제를 포기했단다.
그래도 노랗게 물든 들판은 충분히 예뻤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최고구나!!
첫댓글 어제 그렇게 덥더니 지금 봄비가 주룩주룩 시원하게 내리고 있어요. 봄비 봄비 봄비 나를 적셔주는 봄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