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古諸哲人 자고제철인
不見有長存 불견유장존
生而還復死 생이환부사
盡變作灰塵 진변작회진
積骨如毗富 적골여비부
別淚成海津 별루성해진
唯有空名在 유유공명재
豈免生死輪 기면생사륜
예로부터 수많았던 지혜로운 이들
이룬 것 많음에도 살아있는 이 없네
온 것은 곧 가기도 해야 하는 것이라
죽은 뒤에는 재가 되고 티끌이 되네
죽은 사람들 뼈가 쌓여 산을 이루고
헤어질 때 흘린 눈물 바다 되고도 남네
남는 것은 오로지 빈 이름 하나
그 누구도 생사윤회 피할 수 없네
▶ 灰塵(회진): 재와 먼지
▶ 毗富(비부): 비부라산毗富羅山의 약칭. 비부毘富라고도 쓴다. 왕사성 근처에 있는 산으로 불경에서 광대무변한 것을 형용할 때 자주 사용한다.
▶ 海津(해진): 바닷가 나루터. 바닷물.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무기無記라고 한다.
다양한 방편적 설교로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준 붓다도
말할 수 없고 말하지 않아야 할 물음에 대해서는 굳게 닫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앎이 많은 사람일수록 물음에 대한 대답의 의무에 강하게 집착하게 마련인데
붓다는 잠깐 동안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바르지 않은 대답은 하지 않겠다는
보다 큰 용기와 지혜를 보여준 것이다.
영혼을 말하는 것도 윤회를 말하는 것도
전생과 금생과 내생을 말하는 것까지도
종교는 세상의 논리나 이치와 다르게 사유하고 다른 어법으로 말한다.
생사를 믿고 윤회를 믿고 반복하고 거듭되는 삶을 믿는다.
그러나 그것이 꼭 생물학적인 몸의 생사를 말하는 것이라고까지는
내 믿음이 아직 나아가지 않았다.
나아가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몸으로 거듭나는 ‘나’라는 것은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남의 눈에 비치는 부러운 삶이 아니라
사람답게 잘 살다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