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신이 아내 파르바티 여신과 함께 자신들의 거처인 카일라스
히말라야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파르바티는 시바신에게 말하곤 했다.
"당신은 인간들의 고통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들의 기도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세상에는 먹을 것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날도 파르바티는 인간계를 내려다 보면서 각각의 인생에
던져지는 도전들과 그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상에서 인간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애 어린 눈길로 인간세상을 관찰하다가 파르바티는
지친 발걸음으로 흙먼지 길을 걷고 있는
한 가난한 남자의 모습을 관찰했다.
옷은 남루하고 수심 가득한 얼굴은 아픈 사람처럼 수척했다.
뜨거운 태양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더이상 삶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하고,
지치고 의지할 데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파르바티의 가슴은 연민과 동정심으로 가득해졌다.
그 남자의 힘겨운 삶에 마음이 이끌린 파르바티는 시바신에게 고개를 돌려
그 남자에게 약간의 재물을 선물하자고 간청했다.
파르바티의 말을 들으며 시바신은 한동안 남자를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사랑하는 부인, 당신이 원한다해도 그렇게는 할 수 없소."
파르바티가 놀라서 물었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우주를 관장하는 신이에요.
그런데 이 간단한 일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뭐에요?"
시바신이 말했다.
"내가 무엇을 준다해도 그는 받아들이지 않을거요.
그러니 아무 소용이 없소.
그는 아직 신의 선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소."
파르바티가 화가나서 소리쳤다.
"그래서 당신은 그가 걸어가는 길 앞에 황금자루 하나를
떨어뜨려주는 일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신이 가진 전지전능한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죠?"
시바신이 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소.
하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라는 걸 이해해야....."
하지만 파르바티는 더이상 남편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애원했다.
"제발 한번만 그렇게 해줘요."
파르바티를 설득하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시바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자가 걸어가는 길 앞쪽에 황금이 가득 든 자루 하나를
떨어뜨려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는 계속 생각에 잠겨 흙먼지 이는 길을
걷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음식을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잠들어야 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불행하게 살아야 할까?"
그렇게 고뇌에 차서 걷고 또 걸었다.
그 순간 그는 길 앞쪽에 떨어진 장애물 하나를 보았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 큰 돌이 떨어져있네. 미리 발견하길 다행이야.
하마트면 돌에 걸려 넘어질뻔 했어."
남자는 조심스럽게 그 황금자루 옆을 돌아서 자기 갈 길을 갔다.
그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파르바티에게 시바신이 말했다.
"우리 신들은 인간들이 걷는 길 앞에 자주 황금자루를
떨어뜨려주고 있소.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단지 장애물이나
시련으로 여기고 그 안을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소.
그것이 황금인 것을 알면 삶이 달라질텐데 말이요."
<인도우화집 - 류시화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