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더니 날씨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해도 없고 달도 없고
낮도 없고 밤만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시간이 밤입니다.
병원에 입원하신 친정엄마!
새우처럼 둥구렇게 등과 엉덩이와 다리를 말고 가랑가랑 숨을 쉬시며 주무십니다.
요 몇일 전
"나 몇일 살거갔니?" 물으셨습니다. "100세 까지 근데 이렇게 아프면서는 안되고 좀 덜아프게"
이젠 기운이 없으시다고
하루 하루 다르다고 하십니다.
곁에서 이거 저거 돕고 빨래도 해드리고 밥대신 누룽지도 해드렸습니다.
화장실 가시고 싶다고 하시고 일으켜 달라 하시더니
번쩍 안아 일으켰더니...
"좋다!" "좋다!" "니가 있으니까 좋다" 하십니다.
그러다니....결국 입원하셨어요.
병간호를 자처 했습니다.
회사 그만두었다고 하면서....
언제 이런 시간이 올지...어쩌면 엄마를 위한 내 분주함과 정성과 사랑을 돌려 드릴 시간이 영원히 없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딸이 편한가 봅니다.
어쩌면 아기가 되어 버린 엄마인것 같습니다.
화장실 모시고 가면서 고생하시는거 보고
아~~~ 세상은 다 뿌린대로 거두나 봅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날부터 똥 오줌 가리고 먹이고 입히고 씻겨서 걸음 걷고
학교 다니고 직장다녀 결혼하고 애 낳으니 엄마 마음 알것 같았는데
이제 엄마의 기저귀며 양치며 소변 대변을 챙기는 상황에서
이렇게 아이로 돌아가 다시는 보지 못할 곳으로 가시는 구나.
내게, 자식 모두에게 모든것을 주신 어머니,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아이의 시간으로 돌아가
이 땅을 떠나
먼곳으로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런 세상으로 가시는게 고통과 고난의 길입니다.
간이 의자에 누워 복잡한 뇌를 달래려 노트북을 켰습니다.
엄마의 피부를 만지며
이거 저거 엄마가 원하는 것을 얼마나, 몇일을 들어 드릴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내일이라도
아니 길게 한달일지라도....섬뜩 합니다.
그러나....아픈 고통에 계신 엄마를 보낼 수도
건강해 지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그저 곁에서 혼자 못하시는게 이제 100가지도 넘습니다.
아니 1000가지도 넘습니다.
물 한 모금도, 신발 하나도, 이불 하나도 혼자서 하시기가 버겁습니다.
우린 이렇게 살다가 가는건지요?
우리의 그 찬란한 영롱한 삶은 숨조차 혼자서 못 쉬고 물 넘김조차 힘든 시간을 만나서 그와 손잡고 가는 건지요?
이 밤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면 시원하겠건만
내일 온다고 합니다.
장마비가......
어수헌한 내 몸과 마음 뉘이고
엄마 곁 간이 침대에서 오늘을 마무리 합니다.
엄마의 모습이 20년 후 내 모습이 아니길 기도하며.
아............까치가 왜 이리 소리를 치는지
아침에 모두 나의집 현관앞에 몰려 와있는듯
아주 합창을 하고 난리 났습니다.
엄마가 오신건지.
첫댓글 08:40 지금 이 시각도 아픈 엄마 곁에서 간병과 상념에 사로잡혀 있겠지요.
어느새 당신의 일상에 동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오늘도 당신께 힘을 북돋는 응원을 보낼게요.
병원에서 있어요. 역시..... 착잡합니다. 아름답던 한 여인이 이 지구의 모든걸 가지고 떠나시려고 합니다. 훌륭했고 아름다운 분 이십니다. 표현 할 수 없이 아프네요....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날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