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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평] 원고 제출방 어느 가을날에
조조 추천 0 조회 10 25.08.05 21:4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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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6.03.09 14:30

    첫댓글 어느 가을날

    거실 창에
    가을이 걸터앉는다

    바람이 지나간 길 위로
    주황 몇 장
    노랑 몇 장
    낙엽은 제 몸보다 가볍게 구른다

    찬장 안 찻잔들
    입을 다문 꽃들처럼 서 있다

    흰 바탕에 분홍 꽃이 크게 핀 잔 하나 꺼내
    햇빛 옆에 놓는다

    탁자 앞으로 원수산이 달려와 앉는다
    먼지 없는 하늘 아래
    둥근 산봉우리들에
    단풍이 천천히 불을 켠다
    커피의 미지근한 온기가
    두 손바닥 안에서 오래된 시간을 데운다

    알밤 줍던 아이들의 가을과
    서울 쪽에 두고 온 친구의 얼굴이
    찻잔 가장자리에서 잠깐 반짝인다
    누군가는 접시를 모으며 살고
    누군가는 창 하나, 사진 한 장, 작은 책상 하나를 닦으며 산다

    나는
    잘 정돈된 진열장 대신
    눈 내린 양떼목장 사진 한 장과
    글을 쓰기 위해 밀어 만든 자리 하나와
    계절이 제때 찾아오는 창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 더 파래지는 쪽으로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나는 커피잔을 내려다보다가
    아직 오지 않은 만남처럼
    친구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살짝 눌러 본다

  • 작성자 26.08.23 09:24

    우아. 제글을 다시 읽는듯한 시네요.
    한번.
    다가오는 원수산의 가을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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