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치성 도훈
“비인정불가근...비태통불가근”
2016년 5월 5일(음력 3월 29일)
그저께 강풍속에 비가 내리더니, 어제 바람이 제법 있는 가운데 모처럼 파란 하늘을 봤습니다. 요근래 특히 봄하늘빛이 파란 것을 본 적이 드물어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진 대신 잃어버린 게 많구나 하는 서글픔이 잠깐이지만 밀려왔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여 오늘도 햇빛은 참으로 화사한데, 하늘은 벌써 어제와 다르네요. 아쉽지만, 씩씩하게 태을도인 도훈을 해보겠습니다.
보름 전쯤 신문에 <한국 최고 건축에 ‘한국 기술’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걸 봤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가 저문다> 라는 기획시리즈 중 첫 번째 주제인 <알맹이 빠진 제조업 기술>에 나온 기사인데, 내용인 즉 제목처럼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건축에 한국의 핵심기술은 없다는 겁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짓는데 75만 톤의 건물 무게를 견디기 위한 터파기(기반) 설계는 영국회사가, 그 기초 위에 19만 5000제곱미터의 콘크리트와 4만 톤의 철골을 쌓아올리는 빌딩의 설계는 미국회사가, 초속 80미터의 강풍에 견디기 위한 풍동(風洞) 설계는 캐나다회사가, 총 2만 개의 유리벽을 붙이는 외벽공사는 일본과 미국회사가 담당했다는 겁니다. ‘한국 건축기술의 집약체’라는 수식어가 붙는 롯데월드 타워가 실제로는 외국 기업의 손에 의해 지어지는 것이지요. 첨단기술은 모두 외국회사가 맡은 속에서, 한국 건설업계가 맡은 부분은 설계대로 콘크리트 붓고 철근을 조립하는 일 뿐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작업도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긴 합니다.) 원천기술 없이 외적 성장에만 집착해온 국내 산업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데, 전 그 속에서 증산신앙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증산상제님을 붙들고, 또는 증산상제님과 고수부님을 붙들고 이제까지 많은 분들이 증산신앙을 해왔지만, 정작 그 속에 신앙의 핵심 알맹이는 빠져있더라는 거지요.
증산상제님께서 우리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대순전경 181-182쪽에 나와있는 말씀입니다.
@ 하루는 공사를 보시며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非人情不可近(비인정불가근) 도타운 인정이 있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情義不可近(비정의불가근) 인정이 의롭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義會不可近(비의회불가근) 의로운 모임이 아니면 가까이 말며,
非會運不可近(비회운불가근) 그 모임이 잘 돌아가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運通不可近(비운통불가근) 운영 속에 깨침(배움)이 있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通靈不可近(비통령불가근) 깨침(배움)이 신령스럽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靈泰不可近(비영태불가근) 신령스러움이 크지 아니하면 가까이 말며,
非泰統不可近(비태통불가근) 크더라도 세상을 하나로 통일하지 못한다면 가까이 말라.
증산상제님이 사용하신 점층법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신앙하고 처신해야 하는지가 잘 보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을 떼어놓고 봐도 신앙의 지침이 보이고, 모두를 엮어놓으면 그 속에서 맥이 잡힙니다.
도타운 인정이 없다면, 의롭지 않다면, 조직 운영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깨침이 없다면, 신령스러움이 없다면,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가까이 하지 말라고 증산상제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최종적으로 세상을 하나로 관통하여 묶어낼 수 있는 신앙의 고갱이-핵심 알맹이가 없으면 그것은 증산상제님의 진리가 아닙니다. 깨침은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신령스러운 것이어야 하고, 그 깨침의 바탕이 너무나 커서 세상을 하나로 관통해 통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참 진리요, 참 도(道)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고갱이, 핵심 알맹이는 뭘까요? 바로 ‘태을’입니다. 이 태을이 진리의 핵심이요, 하늘 으뜸가는 임금이요, 후천 오만 년 동안 동리동리 학교학교마다 찬송하게 될 대상인 것입니다. 선천을 마감하고 열리는 후천은 태을이 온전히 드러나 역사하는 세상입니다. 그러기에 선천을 정리하기 위한 급살병이 내릴 때, 유일하게 병목을 넘기는 약으로 하느님이신 증산이 우리에게 주고가신 법방이 바로 태을을 불러 태을의 생명기운을 받아내리는 주문인 ‘태을주’인 것입니다.
태을을 깨치지 못한 증산신앙은 어찌 보면 껍데기신앙입니다. 너무나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원천기술은 외국회사가 다 도맡고, 한국업계는 단지 하청격인 공사만 설계대로 하는 롯데월드타워 건축처럼 말이지요.
증산상제님께서는 또 말씀하십니다.
@ 속담에 '맥 떨어지면 죽는다' 하였으니 연맥을 잘 바루어라. (동곡비서 p58)
기본적으로 맥은 태을맥을 일컫지만, 앞서 인용한 상제님말씀은 연맥을 바루기 위해 우리가 살펴봐야 할 조건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정(情)도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독기와 살기를 주변에 내뿜습니다. 상생의 마음이 있어야 정(情)도 흐릅니다. 그 사랑이, 상생의 마음이, 태을을 만나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상생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태을로 완성되는 것이 증산상제님께서 제시하신 참신앙을 밟아가는 단계요, 진리의 길입니다. 길을 모를 때는 물어서 가는 게 상책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를 위하여 그 길을 내주고 가신 증산상제님께서 직접 길을 찾는 기준을 주신 바에야, 더더군다나 망설이거나 헤맬 이유가 없지요.
이상 입하치성 태을도인 도훈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