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제4편 인간세: 인간 세상에서의 처세법
무도한 권력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
3-1 안합1)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2)의 스승으로 가게 되자 거백옥3)에게 물었다. “여기에 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성품이 천성적으로 살기가 등등합니다. 그가 무도한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고, 그가 정도를 행하도록 하려면 제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2 그의 지혜는 남의 잘못은 알아보기에 충분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하니, 그런 사람을 저는 어떻게 대해야 하겠습니까?”
3 거백옥이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십니다! 삼가고 신중하며 몸가짐을 바르게 하십시오. 행동은 그를 따르고 마음은 그와 조화해야 합니다.
4 그렇지만 이 두 가지도 조심해야 하니, 그를 따르되 끌려 다니면 안 되고 그와 조화하되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행동이 그를 따라 끌려 다니면 중심이 무너져 파멸할 것이고, 마음이 그와 조화하되 지나치면 비난을 받고 재앙을 입을 것입니다.
5 그가 아기처럼 행동하면 당신도 아기처럼 행동하고, 그가 제멋대로 행동하면 당신도 제멋대로 행동하며, 그가 무모하게 행동하면 당신도 무모하게 행동하십시오. 이에 통달하면 탈이 없게 될 것입니다.4)
6 당신은 사마귀를 알지 못합니까? 사마귀는 화가 나면 앞발을 휘두르며 수레바퀴에 맞서지만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하니, 이는 자기 재주의 훌륭함만을 믿는 것입니다. 삼가고 신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훌륭함을 크게 자랑하며 그의 권위를 범하면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7 당신은 호랑이 사육사를 알지 못합니까? 그는 감히 호랑이에게 먹이를 산 채로 주지 않는데, 호랑이가 먹이를 죽일 때 생기는 사나운 노기 때문입니다. 또 감히 먹이를 통째로도 주지 않는데, 호랑이가 먹이를 찢을 때 생기는 사나운 노기 때문입니다.
8 호랑이가 굶주릴 때와 배부를 때에 맞게[時] 먹이를 주어 호랑이의 사나운 마음을 잘 구슬립니다. 호랑이가 사람과 다르지만 사육사에게 고분고분한 것은 사육사가 그 성질에 잘 맞추기 때문이고, 호랑이가 사육사를 죽이는 것은 사육사가 그 성질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9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광주리로 말의 똥을 받고 대합 껍데기로 말의 오줌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기나 등에가 말의 몸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불시(不時)에 손으로 말을 치면, 말은 놀라 재갈을 물어 부수고 사람의 머리를 깨트리거나 가슴을 들이받아 부숩니다. 말을 사랑하는 뜻은 지극하지만 말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니,5)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주1) 안합: 노나라의 현인이다.
주2) 위나라 영공은 춘추시대 말기의 대표적 폭군 중 하나였다. 또 그의 아들인 세자 괴외는 아버지 영공의 부인이자 계모인 남자(南子)가 음란하자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가 음모가 발각되어 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주3) 거백옥: 위나라의 훌륭한 대부로 공자의 친구이다.
주4) 이 구절은 “(안합이) 그를 잘 이끌어서 흠 잡을 데 없는 경지로 들어가야 한다.”로 옮기거나(오강남), “(안합이) 그를 잘 인도해서 그가 흠이 없도록 해야 한다.”로 옮기기도 한다(왓슨).
주5) 이 구절은 말을 주어로 보아 “놀란 마음이 생겨 사랑을 잊었기 때문이다.”로 옮기기도 하지만(김학주), 역시 본문처럼 옮기는 것이 좋겠다.
** “거백옥의 충고는 우선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는 것, 곧 중심을 지키라는 것이다. 어떤 환경,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자신의 기본적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다. 일단 이렇게 정체성을 확립해 심지를 굳힌 다음에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밖으로 태자가 하는 대로 같이하고, 속으로도 그의 마음에 맞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속임수로 그의 편인 척한다는 뜻이 아니다. 진정으로 그의 편에 서서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그와 어울려 선을 이루고 더욱 힘 있게 되기 위한 것이다(<도덕경> 49장, <메시아신화> 코전 9:19~22 참조).
또 달려오는 수레를 향해 앞발을 휘두른 사마귀 이야기는 불의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 앞에서 우리 개인은 어쩔 수 없이 한 마리 사마귀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우리의 이상이 아무리 높고 갸륵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현실적 능력의 한계를 무시하고 무모한 짓을 하다가 쓸데없이 희생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좀 더 사리를 깊이 살피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랑이 사육사 이야기는 성질이 사나운 사람도 그 성질을 잘 알아 거기에 맞춰 가면서 이끌면 고분고분해지는데, 그 성질을 거스르면 살기를 드러내 덤벼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성질에 맞추는 것이 하는 짓을 무조건 방임하라는 말이 아니다. 먹이를 통째로 주거나 산 채로 주지 않는 것도 사나운 성질을 방임하거나 조장하는 대신 물의 흐름을 좇아 물을 다스리듯이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요령이다. ‘함이 없이 함’이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말을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사소하고 엉뚱한 실수 하나로 자기의 의도와 달리 그 동안 해준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갈 뿐 아니라 말에게서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둘째와 셋째 이야기는 ‘시간 맞춤’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호랑이 사육사는 시간을 ‘맞춰[時]’ 먹이를 주지만, 말을 사랑한 사람은 시간을 ‘못 맞춰[不時]’ 말을 때려 화를 입는다. 모든 일에 적기가 있음을 알고 잘 맞추라는 말이다.”(오강남)
3-1 顏闔將傅衛靈公大子, 而問於蘧伯玉曰: “有人於此, 其德天殺。 與之為無方, 則危吾國; 與之為有方, 則危吾身。
2 其知適足以知人之過, 而不知其所以過。 若然者, 吾奈之何?”
3 蘧伯玉曰: “善哉問乎! 戒之慎之, 正汝身也哉! 形莫若就, 心莫若和。
4 雖然, 之二者有患。 就不欲入, 和不欲出。 形就而入, 且為顛為滅, 為崩為蹶。 心和而出, 且為聲為名, 為妖為孽。
5 彼且為嬰兒, 亦與之為嬰兒; 彼且為無町畦, 亦與之為無町畦; 彼且為無崖, 亦與之為無崖。 達之, 入於無疵。
6 汝不知夫螳蜋乎? 怒其臂以當車轍, 不知其不勝任也, 是其才之美者也。 戒之慎之! 積伐而美者以犯之, 幾矣。
7 汝不知夫養虎者乎? 不敢以生物與之, 為其殺之之怒也; 不敢以全物與之, 為其決之之怒也。
8 時其飢飽, 達其怒心。 虎之與人異類而媚養己者, 順也; 故其殺者, 逆也。
9 夫愛馬者, 以筐盛矢, 以蜄盛溺。 適有蚉虻僕緣, 而拊之不時, 則缺銜、毀首、碎胸。 意有所至, 而愛有所亡, 可不慎邪!”
** 傅(부): 스승: 보좌하다
** 殺(살): 죽이다; 살의가 있다; 덜하다, 덜다(살/쇄); <저능하다>
** 蹶(궐): 넘어지다
** 孽(얼): 재난, 재앙
** 無町畦(무정휴): 밭의 경계도 모르고 멋대로 하다
** 無崖(무애): 끝이 없다; <행동을 자제하지 않다, 무모하게 행동하다>
** 疵(자): 흠; 결점; 탈, 재앙
** 螳蜋(당랑): 사마귀<당랑거철(螳螂拒轍)=당랑지부(螳螂之斧)=당비당차(螳臂當車) 참조>
** 臂(비): 팔, 팔뚝; 앞발
** 是(시): 믿다(恃)
** 伐(벌): 자랑하다
** 媚(미): 아첨하다; <고분고분하다>
** 筐(광): 광주리
** 盛(성): 담다
** 矢(시): 똥
** 蜄(신): 대합<여기선 대합 껍데기>
** 溺(뇨): 오줌(尿); 물에 빠지다(익)
** 蚉(문): 모기
** 虻(망): 등에
** 僕緣(복연): (말의) 몸에 들러붙어 있다<僕: 붙다, 緣: 겉<물체의 바깥부분>)
** 拊(부): 손(바닥)으로 치다
** 銜(함): 재갈
** 碎(쇄): 부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