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오디산우회 원문보기 글쓴이: 달빛/김영배
<Prologue>
이 글을 쓰게된 이유는 우연히 ‘인수봉 추락사고’, ‘라쿤의 구조’, ‘롯데타워 빌딩의 등반 2건’등의 사건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서 많은 분들이 암벽등반에 궁금증을 가졌을 것 같아서 써 본 것이다.
암벽의 초보수준도 못되는 사람의 글이므로 암벽등반 경험이 다만 몇번이라도 있는 분은 읽기에 지루하실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1. 인수봉 추락사고
뉴스에 의하면 지난 2018년 6월 10일(일) 서울 삼각산 인수봉 인수C길을 등반하던 80세 여성이 추락하여 숨졌다고 한다.
한 피치 등반 후 쉬는 과정에 자기안전을 위한 확보줄을 풀고 쉬고 있다가 앞서 등반하던 61세 남성(선등자로 추정)이 자일이 풀려 3m 정도 추락을 했는데 하필 그 여성 뒤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밀려 30m를 추락한 끝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 여성은 암벽 등반경력 25년차의 베테랑이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남성은 죽을 때까지 벗을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810m 높이의 단독 바위봉우리인 인수봉은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그냥 산의 봉우리가 아니다.
암벽을 하는 사람이면 고수이든 나같이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하수이든 간에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며 마음에 두고 있는 로망(Roman)이다.
(나의 로망(Roman)은 누군가의 눈에는 로망(老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위의 사건에서 보듯 로망(老妄)에 그치는 로망(老妄)이 아니고 로망(Roman)이다. 80세 여성도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기초 암벽등반 이론과 장비 다루기, 맺음법 등을 배운 후 낮은 여러 곳에서 자일을 걸고 탑로핑(Top Roping)으로 짧은 구간 등반을 수 없이 반복 연습을 한 후에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생각되면 리더(Leader=선등자)는 팀을 이끌고 인수봉을 향한다.
인수봉은 설로 전해지는 초등자 말고 공식 기록에 전해지는 초등자는 1929년 5월 영국 외교관으로 우리나라에 와 있던 ‘클리프 아처(Cliff H. Archer)'로 알려져 있다.
올라가 보니 다른 사람도 올라와 있고 돌탑도 있더라고 말했다는데 확인 불가한 내용일 뿐이다.
추측컨대 아처가 오른 코스는 그 당시 루트가 개척되지 않았을 때이니 지금 인수봉에 100개 가까이 있는 루트 중 가장 난이도가 낮다는 ‘고독길’이나 '비둘기길', 위에 사고가 있었던 ‘인수C길’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된다.
2. 라쿤(Raccoon)의 구조
6월 11일(월) 라쿤(북아메리카 너구리) 한 마리가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한 2층 건물 난간에서 어떻게 거기에 올라가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지치고 배고픈 상태로 엎드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구조 과정에 받침대(사다리?)를 올려주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한 이 라쿤은 자신을 해치려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옆 건물 벽을 타고 계속 올라 20층까지 올라갔다.
동영상을 보면 라쿤이 아무리 발가락이 날카롭다고는 하나 아무 것도 잡을 곳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 요철이 약간 있는 위험해 보이는 곡면으로 벽을 타고 계속 올라간다.
결국 잘못 구조를 하려다간 추락사 할 것이 염려되어서 섣부른 구조를 삼갔다.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감독 ‘제임스 건’은 라쿤을 구조하는 사람에게 1천 달러 현상금까지 걸었다.
결국 공무원들에 의하여 먹을 것을 이용한 덫을 옥상에 설치하여 장장 20시간 만에 구조에 성공하여 먹이를 주고 건강을 회복시킨 다음에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졌다고 한다.
제임스 건의 현상금이 지급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라쿤의 외벽 등반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잡을 곳이 없어 보이는 데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곧 떨어질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암벽등반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것 같은 곳을 오른다.
## 라쿤 구조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e3lpI0bi5E
3. 롯데 타워(555m) 등반
(1) 우리나라 등반가 김자인의 롯데타워 등반
지난 05월 22일(화)에는 우리나라의 세계적 여성등반가 김자인이 롯데타워 빌딩 555m(123층)를 2시간 29분 38초 만에 올랐다. 이것은 세계 여성등반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이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등반을 결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Ws27aUc0mg
(2) 프랑스인 자유등반가 알랭 로베르의 롯데타워 등반
김자인의 롯데타워 등반이 있었던 약 2주 후인 6월 6일(수)에는 프랑스의 자유등반가인 알랭 로베르가 롯데타워 75층 까지 등반 후 경찰에 체포 되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진전되는 남북관계에 기념코자 빌딩을 올랐다'고 밝혔다.
##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Tj1PI4nNTU
위 두 사람은 똑같은 롯데타워 빌딩 외벽 등반을 했지만 한 사람은 123층을 완등하고 매스컴의 플래시(flash)를 받으며 축하의 말을 들은 반면, 또 한 사람은 123층을 다 오르지도 못하고 75층을 오른 후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게 체포 되었다. 왜 같은 장소에서 등반을 했는데 그렇게 차이가 나는 대접을 받았을까?
두 사람의 등반에는 큰 차이가 있다.
김자인은 허가를 받고 나서 안전하게 자일을 걸고 등반을 했으며, 알랭 로베르는 허가 없이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맨 손으로 빌딩 외벽을 올랐다.
농담을 좀 하자면 맨 첫 번에 얘기한 미국 너구리 라쿤도 알랭 로베르처럼 신고도 하지 않고 안전 장비 전혀 착용하지 않고 빌딩을 올랐으니 체포를 당했어야 한다.
경찰이 다음 번엔 꼭 안전장비 착용하고 신고한 후 등반하라고 알려 줬는지 모르겠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김자인의 등반을 진짜 등반인지 자일에 매달려 끌려 올라간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암벽등반 시의 자일은 사람을 끌어 올려주려고 있는 것이 아니다.(물론 완전 초보자는 겁먹지 않도록 확보자가 약간 팽팽하게 당겨 줄수는 있다. 이것은 ‘텐션’이라 한다.)
옛날 수영선수 조오련이 1980년 대한해협을 수영으로 횡단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바다를 혼자 맨 몸으로 수영하여 건넌 것이 아니고 넓은 바다에서는 배가 끄는 큰 그물 가운데에서 수영을 했었다.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어의 공격 등을 막기 위해서이다.
김자인의 안전 자일은 그와 같은 것이다. 혹시 모를 추락을 대비한 것뿐이다.
자력으로 빌딩을 올라가면 자일은 추락해도 다치지 않도록 등반을 한 길이만큼 느슨한 상태로 당겨 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알랭 로베르처럼 하는 자유등반이 진짜 등반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것을 장려했다가는 추락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수없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라쿤의 건물 벽 기어오르기와 롯데타워 빌딩의 등반은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는 데 매우 비슷한 면이 많다.
건물 벽을 오르는 등반을 따로 ‘빌더링(buildering)'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비슷한 용어에 더 많은 이용자가 있는 '볼더링(bouldering)'은 5~6m 높이의 바위나 실내암벽장에서 밑에 매트만 깔아놓고 아무런 장비없이(초크백만 허리에 두르고) 맨손으로 오르는 방식의 등반을 말한다.
4. 이해가 안 되는 등반추락사고
암벽등반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지인 중에도 사고를 당한 경우를 보거나 알게 된다.
나도 지인 중 2명이 추락하여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고, 한사람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삼각산에서는 헬기가 정상 주변을 선회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통계는 갖고 있지 않으나 내 생각에 매월 2~3회 이상 추락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짐작한다.
본인의 무지나 실수로 일어나는 사고도 많지만 낙석(落石)이나 위 ‘인수봉의 사고’에서 보듯이 타인에 의하여 추락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은데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사고의 경우도 80세의 여성이 한 피치 등반을 마치고 휴식 중 확보줄(기사에는 ‘고정핀’이라고 나왔다)을 풀고 앉아 있다가 앞서 등반하던 사람이 3m 추락하는 바람에 부딪혀서 30m를 추락했다 한다.
대부분 피치가 끝나는 지점에는 삼각형으로 앵커볼트가 박혀있고 쇠사슬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거기에 자신의 안전벨트에 고정되어 있는 확보줄을 걸고 그 끝에 붙어있는 잠금캐러비너(줄여서 ‘잠금비너’)를 잠근 후 휴식을 취한다. 완전 초보자라면 무서워서 감히 확보줄을 풀고 쉴 생각을 못할 것이며 다경험자라면 그 위험도를 잘 알기 때문에 특별한 일로 잠간 해제했다가 다시 연결하는 수는 있어도 완전히 풀고 쉬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명이 한곳에 확보줄을 연결하고 있다가 한사람이 다음 등반을 위해서거나 잠시 자리를 뜨기 위해서 해제할 때는 확보줄과 잠금비너가 비슷비슷해서 자기 확보줄이 아니라 남의 확보줄을 푸는 수도 생길 수 있다.
-상상을 해 보시라. 아무 것도 모르고 확보줄이 풀린 사람이 평상시처럼 확보된 상태인 것으로 생각하고 몸을 뒤로 버텼다가는 그대로 추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그래서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 확보줄을 해제할 때는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제 확보줄 해제합니다’라고 고지를 하고 해제를 하며 모든 사람들은 담소 중에도 시선만은 일제히 자기 확보줄 끝의 잠금비너를 바라본다.
나의 암벽 스승(산야 박희삼)의 스승에 '한대장'이란 분이 있었다.
암장에서 몇 번 만나서 인사를 한 적도 있고 산야로부터 실력이 대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분이 추락사를 당하였다는 것이다.
‘암벽의 고수가 추락이라니?’의문이 들어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하강 중 추락을 하였고 하강하던 자일 끝이 묶여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설을 써 보자면(절대 사실이 아님) 익숙한 등반루트로 눈 감고도 내려갈 코스이다.
감으로도 거리가 나올 것이므로 끝자(자일의 끝)을 매지 않아도 착지 지점에서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끝자를 매지 않고 자일을 아래로 던진 후 하강을 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라 그 생각에 골몰하다가 착지지점에 도착한 것을 잠시 잊었다. 착지 지점을 지나쳐 엉덩이 뒤쪽의 손이 끝자의 느낌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때서 잡을 수도 없고 혹시 잡았더라도 내려오던 중량에 의하여 한손으로 잡고 버틸 수 없다. 이내 자일은 하강기를 탈출해 버린다. 순간적으로 몸이 공중에 떠버리는 것이다.
정확하고 확실해야하는 암벽등반의 모든 활동이 초보자도 하지 않는 실수로 고경력자가 사고를 당하는 수도 있다.
사고를 목격하고 그길로 암벽 등반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운전을 멈출 수 없듯이 암벽등반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오히려 암벽등반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통사고는 남에 의한 대형사고가 많지만 암벽등반은 남에 의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아주 없진 않으나 많지는 않은 편이다.
위험도로 말하면 나는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모르는 사람이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5. 암벽등반에 전혀 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하여
아무데나 바위가 있다고 무턱대고 기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올라보고 필요한 곳에 중간중간 앵커볼트를 박아서 안전시설을 한 곳만 올라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암벽코스요 등반루트인 것이다.
바위길만 갔다고 해서 다 암벽도 아니며 바위길을 가는 방법도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일, 퀵드로, 캐러비너, 안전벨트, 하강기 등 장비를 갖추고 볼트가 박혀 있는 루트를 두명(등반자, 확보자)이상이 팀을 이뤄 등반 하는 것을 정통적‘암벽등반(Rock Climbing)'이라하고, 아무 장비 없이 맨 몸으로 바위를 기어 올라가는 것은 ‘자유등반(Free Climbing)’으로 이것은 진정한 암벽등반이라고 할 수 없다. 일반인이 따라하다가는 100% 죽음이 뒤 따른다.(더러는 정통암벽등반을 인공등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도 ‘자유등반’이란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본적 안전장비에 더하여 줄사다리나, 프렌드, 주마(juma)같은 등반 보조장비를 이용하는 인공등반(실내암벽이나 외벽시설등반도 '인공암벽등반'을 줄여 '인공등반'이라 부르기도 함), 간단한 개인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필요시에만 장비로 안전을 확보한 후 암릉을 연속으로 타고 넘는 ‘릿지(ridge)등반’이 있다.
일반 산행이 주로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암벽등반은 꼭 그렇지는 않다. 인수봉에 100개 가까이 개척되어있는 암벽등반을 하는 모든 클라이머들이 인수봉 정상까지 등반을 한다면 아마 주말마다 인수봉은 발 디딜 틈도 부족할 것이다.
대부분 일정한 어느 부분의 몇 피치 만 등반을 하고 팀 전원이 완료하면 만족하고 하강을 한다.
주로 초보 등반자들은 난이도가 약한 루트를 통하여 등반하고 인수봉 정상을 올라보고 그 희열에 찼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남에게 얘기하고 싶어한다.
## 자일 - 등반에서 제일 중요한 자일(seil)은 독일어이고 영어로는 로프(rope)라 한다.
독일에서 일찍이 암벽등반을 시작하고 등산장비를 개발했는지는 모르나 암벽용어에는 독일어가 많이 사용된다.
자일은 그 길이와 굵기 등이 여러 가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60m 길이의 10mm 굵기 자일을 많이 쓴다. 그래서 60m 자일을 반 접어 걸 수 있는 길이 30m 이내를 한 피치(pitch)라고 부른다. 암벽등반용어집에 보면 한피치가 보통 40~50m라고 되어있는데 나의 상식과 어긋난다. 난 잘 모른다. 암벽등반의 초보 중 초보자니까!
등반루트는 보통 5~6피치인 것이 제일 많으나 10피치 이상의 긴 코스도 많이 있다.
## 암벽화의 적정 사이즈 - 워킹화는 신어 보고서 발 뒤축에 손가락 한두개 들어갈 여유가 있어야 하며, 릿지화는 딱 맞는 것을, 암벽화는 쉽게 신을 수 있는 것이면 무조건 큰 것이다. 억지로 우그려 넣어야 할 정도로 꽉 째인 것을 신는다. 그래서 보통 한피치 등반을 마치면 안전하게 확보줄을 걸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암벽화 벗는 일이다. 발이 아프니까!
왜 바보같이 발이 아프도록 작은 것을 신느냐? 암벽화가 발에 꽉 끼어야 감각을 살려 등반을 할 수 있지 여유가 있다간 감각을 몰라 미끄러져 추락할 염려가 있다.
## 등반과 하강 - 등반은 오르는 것이고, 하강은 내려오는 것이다. 등반은 자력으로 바위를 기어오르려니 힘이 많이 들고 다양한 기술을 많이 습득해야한다. 등반 중 슬립을 먹어(미끄러져) 방금 올라온 아래 퀵드로를 건곳 2배의 거리만큼 추락하는 일은 종종 있다.
추락 시 처음에는 엄청난 공포심이 일어 두 손으로 눈 앞의 자일을 꼭 움켜쥐고 떨어지는 수가 많으나 자일을 손으로 잡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두 손과 두 발로 몸이 바위에 닿지 않도록 번갈아 빨리빨리 짚어 주는 것이 좋다. 손으로 자일을 잡아봤자 내 몸과 함께 떨어지는 것이므로 안 잡는 것과 결과는 똑같다.
공포심에 비하여 부상은 많지 않은 편이다. 무사 하던가 찰과상, 타박상이 있을 수 있다. 주변 바위의 상태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다!
반면 하강은 등반처럼 직접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클라이밍 다운(Climbing Down)의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자일에 매달려 하강기를 이용하며 힘 안들이고 편안히 내려온다.(현수 하강)
그러나 암벽등반사고는 등반 시보다 하강 시에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술이 뛰어난 고수일수록 하강을 싫어하고, 등반이 힘겨운 초보자일수록 하강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하강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쉽게 말하면 운동신경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얘기만 듣고 약한 경사가 있는 곳에서 몇 번만 연습하면 금방 줄 타고 매달려 내려올 수 있다.(군대에서 유격훈련 시 절벽을 내려올 때 배우는 '레펠'이 그것이다.)
## 다른 팀에 대한 조언 - 등반 중 중간에 다른팀의 등반을 목격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같은 코스를 따로 자일을 걸고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보기 싫어도 피할 길이 없다. 등반자가 미숙한 경우 옆에서 지켜보다 답답한 나머지 이래라 저래라 가르쳐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피할 일이다. 싸움이 날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안전은 그사람의 리더가 책임진다. 위험이 뒤 따르는 활동이므로 군대 이상의 엄격한 명령체계를 갖추고 있는 등반에서 등반자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등자의 말만 따라야 한다. 단, 선등자가 도움을 줘도 좋다고 요청을 해 온 경우는 괜찮다.
## 자일 파트너 - 등반을 잘하든 못하든 등반 시에는 서로 자일을 연결하고 빌레이(=확보)를 봐주는 자일 파트너가 있다. 선등자(Leader)는 고도의 등반 기술을 갖추고 등반장비 다루기에 익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후등자는 빌레이를 보고 선등자는 자일을 매단 채 먼저 올라 자일을 고정시킨 다음 후등자가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빌레이를 봐준다.
자일 파트너 끼리는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사람이므로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오랜 자일 파트너는 형제 이상으로 끈끈한 정이 맺어진다.
나는 지금도 등반을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은 같이 등반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모르는 사람과 자일 파트너가 되는 것은 아무리 그사람이 등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신뢰하기 어려워서다. 선등자와 후등자는 서로의 실력과 성격 등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만약의 경우 대비(對備)가 가능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단지 등반 실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나의 안전을 맡기기는 왠지 불안하다.
## 인수봉 정상의 커피 자판기 - 암벽등반을 하려고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도자 입장인 사람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자판기 커피 맛 중에 최고인 것은 인수봉 꼭대기에 있는 자판기의 커피 맛이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의심반 믿음반이다. '설마 그 무거운 자판기를 누가 짊어지고 가서 설치를 해? 또 전기는? 상품이 바닥나면?' 등등의 의심을 하다가도 농담을 잘 하지 않는 대장의 말이니 믿으려 하지만 그래도 의심이 간다.
하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헬기도 인수봉 근처에서 자주 보긴 했지!
지도자팀 중 실없는 소리 잘 안하고 믿을만한 소식만 전해 준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이것에 대하여 물어본다.
"인수봉 정상에 진짜 커피 자판기가 있어요?"
"그렇지, 거기 커피가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 중 맛이 최고라고 해요!"
"진짜에요?"
"진짜야! 인수봉 초등하는 사람은 자축하는 의미로 완료하고 나면 팀 전원에게 자판기 커피를 사는 것이 전통인데 대장님이 말씀 안하셨어?"
"커피 자판기 있다는 말씀 밖에 안 하셨는데?"
"이런, 그럼 이번에는 내가 사 줄께!"
그래도 의구심은 떨칠 수 없으나 확인차 하는 질문에 두 지도자의 말에 일관성이 있고 믿을만한 사람이 웃지도 않고 말 한 것이니 믿을 수 밖에....!
여러 과정을 거쳐서 인수봉을 올랐다. 초등자는 이리저리 자판기를 찾아본다. 없다!
"대장님, 커피 자판기는요?"
대장은 태연히 바위 평평한 곳을 가리키며 역시 웃지도 않고,
"어라? 지난번 까지 여기 분명히 있어서 내가 커피를 뽑아 마셨었는데 어디갔지? 지난 번 태풍에 날아갔나?"
이때에야 초등자를 제외한 일동은 '와하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난다.
약이 올라 얼굴이 시뻘개진 초등자는 차마 대장에겐 손을 못대고 확인차 물어봤던 스탭을 쫓아가 마구 때린다! ㅋㅋ
두터운 책으로 한권을 써도 모자랄 암벽에 관한 내용을 겨우 초보 근처에 접근한 내가 암벽등반에 대하여 간단히 써 봤다. 또 이미 등반팀이 해체되어 등반을 해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것, 오류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나보다도 암벽등반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 한 것을 나의 수준에서 설명을 했다.
재미로만 읽을 뿐이지 교과서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 삼각산 염초릿지에서
# 도봉산 우이암에 올라(좌측 본인)
# 삼각산 인수봉을 오른 후 기쁨 표현
# 인수봉에서 비둘기길 방향으로 기분좋게 외줄 하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