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여름 캠프 문학반>
안녕하세요, 저는 몇 년 째 삼무곡에서 문학반 담당으로 즐겁게 함께 놀고있는 무아라고 합니다.
담임 선생님으로는 삼무곡 어린이 마을의 강물 선생님이 함께해주셨어요.
이번 2017 삼무곡 여름 어린이 예술 캠프의 문학반에서는 아주아주 경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늘 50명에서 70명을 왔다갔다하는 전체 인원중 2명에서 6명 정도의 지분율을 차지하던 문학반 지망 친구들이 무려 14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에요.
저도 문학반 할래요! 하고 바글바글 모여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수년간 최저인원으로 수업을 했더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ㅋㅋ 싶었습니다.
매번 캠프를 올 때 마다 문학반을 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처음으로 문학반에 들어온 친구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첫날은 앞으로 4박 5일간 문학반 활동을 하며 만날 친구들과 함께 반 이름, 구호 등등을 정했는데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재밌는 이름 후보들도 엄청나게 많이 나왔답니다!
다같이 투표해서 고르느라 애먹었어요ㅋㅋ
<문학반 이름 선정의 변>
선있에필 (선풍기는 있지만 에어컨이 필요해), 수다반(수업 내용이 다양한 반), 다시 태어난 문학반, 아무말 대잔치, 창작의 고통 등등 다양한 이름 후보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 선정된 이름은 바로바로~~
빨!끝!점!먹! 이랍니다.
무슨 뜻이냐면 빨리 끝내고 점심 먹자! 라는 재밌는 뜻이에요ㅋㅋ.
다른 이름들도 참 재치있지요?
팀 구호로는 아나운서도 발음하기 힘들법한! “쀌꿱웩떽 빨끝점먹!” 이라는 비문이 탄생했습니다ㅋㅋ…
점점 크게, 점점 높게 올라가면서 다같이 구호를 외쳤는데
저희 조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조 친구들도 신나게 같이 외쳐주었어요.
둘쩃날은 날이 좋으니 다같이 정자로 나갔어요.
종이와 펜만 있다면, 혹은 그 둘다 없더라도 내 마음안의 글들은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는 고학년 친구들과, 강물 선생님께서는 저학년 친구들과 수업을 했어요.
고학년 친구들과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것처럼 내 안의 감정들, 기쁨, 슬픔, 소심, 버럭, 까칠이!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그것에 관한 시를 써보려고 했으나!! 언제나 늘, 자유로운 문학반이기에 자유시를 쓴 친구들도, 그림을 쓱쓱 그린 친구들도 있었어요.
지금부터는 문학반의 고학년 아이들이 8월 1일 오전에 쓴 시들, 그림들을 보여드릴께요.
1. 민영
<동물원>
민영
우리집은 동물원
햄스터, 물고기, 닭,
개, 고양이를
키우니까
모두 합하면 40마리
우리집은 동물원
우리 가족은 동물원이
필요 없어
(민영이의 까칠이 그림)
(민영이의 계곡 나무 그림)
2. 수민
<소나기 삼행시>
수민
소 : 소가 음메 운다
나 : 나는 밥 주러 간다
기 : 기지개를 피고 나서
(수민이의 많은 삼행시들)
3. 심 린
<나비 이행시>
심 린
나 : 나는 비가 좋다
비 : 비도 내가 좋을까?
4. 예은
<운동 이행시>
예은
운 : 운동은 너무 힘들다.
동 : 동작하는 것 자체가 노답이다
(예은이의 크로키들)
5. 은수
<기쁨이 삼행시>
은수
기 : 기쁨이는 오늘도 긍정을
쁨 : 쁨뿜 내보냅니다.
이 : 이미 기쁜 것 같네요.
(은수의 강물쌤 삼행시)
6. 지원
<햄스터>
지원
엄마 이사가면
사준다메
이제는 이래서 불편하다
여행도 못 간다
너 캠프가면 엄마가 안 돌본다
허나 키우게는 해준다
엄마 그냥 키우지 말라해
(지원이의 많고 많은 오빠 관련 시)
7. 지혜
<백선규 삼행시>
지혜
백 : 백선규 오빠는 그니까
선 : 선규 오빠는
규 : 규엽다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찍은 고무고무 파노라마.,,)
제가 고학년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서 저학년 친구들의 사진과, 시들이 많이 없네요.
대신 아이들의 귀여운 공동 창작시를 한 편 보내드릴께요.
<부자가 되지만 슬퍼지는 방법>
문학반 저학년 공동 창작
다이아몬드 사과를 먹고
다이아몬드 똥을 싸고
황금 강아지를 키우고
에메랄드 슈니발렌을 먹고
루비 침대에 누워
진주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없지만, 있으면 좋겠는 것! 에 대하여 아이들이 강물 선생님과 함께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쓰여진 시라고 해요.
처음에는 부자가 되는 방법인 것만 같았지만, 나중에 보니 외로워보이고 슬픈 로봇 같았다는 아이들.
결국 시의 제목은 '부자가 되지만 슬퍼지는 방법' 이었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 한 시 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마지막 발표회날 올라갔던 작품 사진들을 보여드릴꼐요.
<선풍기>
-민영
4살 때
뒤뚱뒤뚱 걸어가다
선풍기에
손이 쑤~욱
피가 철철
손가락 달랑달랑
병원가서
붕대 감고
수영장에서
외롭게
빙글빙글
<만배>
-수민
배고파 배고파
배를 찌르든 말든
배고파가 나온다
맨날 배고프대
만년 배고픈
만 배
<문학반>
-심 린
문학반은 하는 게 없다.
잠도 자고 ,놀기도 하고
정자도 가고, 선아도 괴롭히고
하지만 재미있는 문학반.
<눕자>
-예은
눕는 것은
행복중의
행복이다
누워있으면
편하다
그래서
모두 함께
눕자
<에어컨 삼행시>
-은수
에 : 에어컨이 필요하다
어 :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컨 : 컨디션이 좋아지려면 에어컨이 필요하다
<아이스크림>
-지원
오빠가 아플땐 엄마가
오빠앞에서 먹으면 오빠가 먹고싶어지잖니
내가 아플땐 엄마가
오빠랑 아주 맛있게 먹었넹
하.. 하.. 하..
<가장 맛있는 것>
-지혜
린이
바퀴벌레, 밀웜, 개미, 메뚜기 파리를 먹은
린이 말한다
바퀴벌레가 가장
맛있나
<식물 영양제>
-채민
어릴적 난 식물에 꽂혀있는
식물 영양제를 먹었다
식물만 영양제를 먹는게
질투났나 보다.
비록 2살 떄였지만 다
먹은 걸 보니 맛이 없진 않았나 보다
눈치채셨나요? 마지막날 고학년 친구들이 쓴 시들은 모두 '어렸을 적 자신이 겪은 요상하고 재미난 일들!' 이랍니다.
만약에 만약에 내가 커서 삼무곡의 꼬마쌤이 된다면! 그렇게 되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하고 쓰게 되었어요.
저도 캠프를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문학반을 골라 활동했는데,
무아라는 이름을 받고 작은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어렸을 때의 저처럼 줄기차게 문학반을 오는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누군가 앞에서 춤을 추기도, 노래를 부르기도, 혹은 마음껏 놀기조차 조금은 부끄러웠던 조용조용한 친구들이 모여
교실이 떠나가라 웃으며 끄적끄적 시를 쓰는 모습이,
그리고 저 시 안쓰고 놀아도 되요? 라고 배시시 웃으며 말하는 모습 전부가 그저 좋았던 캠프였습니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그 다음번에도 또 오길, 또 만나길 바라며!
겨울에 보자 애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