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고분들입니다. 어떻게 시가지 한가운데 이렇게 많은 무덤이 있었을까 놀랄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무덤들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무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봉토를 잃고 평평하게 깎여나가 민가가 들어서거나 논과 밭으로 변모한 것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들어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 전, 고대사회의 지배층은 죽음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죽은 뒤에도 현세와 같은 화려한 생활이 계속되며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무덤이란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장소가 아니라 ‘죽은 이가 생활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죽음을 삶의 또 다른 연장으로 믿었기에 그들은 무덤 속에 많은 물건을 껴 묻었고, 심지어 생전에 시중들던 시종들을 함께 순장시키기도 했던 것입니다.
신라의 고분은 독무덤, 널무덤, 덧널무덤, 돌무지덧널무덤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대릉원 안의 천마총, 황남대총과 같은 고분으로 4~6세기에 걸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던 돌무지덧널무덤입니다. 이는 신라 최고 지배층의 무덤으로서,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신라왕경 한가운데 만들어지던 거대한 고분들은 5세기 말 이후 도시의 팽창과 함께 서서히 도시 외곽의 구릉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경주 서쪽 선도산 아래의 구릉지에 자리 잡은 태종 무열왕릉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무덤의 형태도 바뀌어 돌무지덧널무덤이 사라지고 돌방무덤이 많아졌습니다. 불교사상이 깊이 파고들면서 장례풍습도 간략해졌고, 국왕과 귀족들이 불교식으로 화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주의 고분을 찾아서 코스는 수첩과 함께 교과서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역사유적을 메모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특히 대릉원은 도시에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와 영국의 하이든 파크보다는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신라시대의 다양한 역사문화를 관람 외에 푸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잔디공원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근에서 황남빵 구매도 가능하니, 가까운 친지에게 경주 방문의 선물로 주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