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4일...아주 특별한 하루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를 펴내고 전국 작은책방 순회 북토크를 기획한 김탁환 작가, 그리고 책을 출간한 <북스피어>
출판사 김홍민 대표가 숲속작은책방을 찾아왔습니다.
행사 때면 늘 너무 많은 인원에 치여 우리들의 이야기를 밀도 깊게 나누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지라
이번엔 큰 맘 먹고 30명으로 정원을 제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늘 그랬듯 인원이 넘칠 것을 예상하면서요.
첫 오프닝을 좀 특별하게 하고 싶어서 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를 골랐습니다.
일본에 잊기 힘든 큰 상처를 안겨준 '고베 대지진'을 겪고 난 이후, 슬픔을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천 명이 넘는 첼로 연주자가 모여 공연을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멀리 파주 평화도서관에서 책방을 찾아준
그림책 번역작가 황진희 님이 낭독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괴산 북중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북클럽 친구가 첼로를 연주하기에 그림책을 낭독에 이어 첼로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조금 서투르지만 책방 행사에 함께해준 청소년 친구들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약 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소설 쓰기' 그리고 '거짓말이다'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강연의 제목이 "하루와 영원"이었는데요...소설가란, 아주 특별한 하루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했던 하루...장편 작가는 그 하루를 천 번 동안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요.
그러므로 장편소설이란, 한 인간에 대해 천 번이나 생각해볼 수 있는 장르라고 했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이야기의 서두를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을 예로 들었습니다. 에커만이라는 사람이 괴테를 천 일 동안 만나서 괴테에게 묻고 대답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은...괴테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저는 처음 알았네요, 당연히 책방에도 이 책은 없었습니다.
(꼭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글을 쓰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질문'입니다.
김탁환 작가는 인간 삶의 보편적 질문들을 던져 보기로 했답니다.
-인간은 자연과 어떻게 대결해왔는가? 이 질문이 <밀림무정>(전 2권)으로 소설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 답은 <뱅크>(전 3권)로 썼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절망해야 혁명을 꿈꾸게 되는가? 그걸 알기 위해 <혁명, 정도전>(전 2권)을 썼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치열한 욕망과 사랑의 끝을 찾아가기 위해 <impossible>이라는 소설을
2014년 1월부터 집필중이었다고 했습니다. 대개 남성 작가들이 중년기에 접어들면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픈 욕구에
시달리는데 본인도 마찬가지...연애소설을 써보자 했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납니다.
세월호를 앞에 두고 연애소설 따위를 쓰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사랑 이야기가 써지질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써보자 생각해 <목격자들>(전2권)을 썼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뒤져서 세월호와 비슷한 배 침몰사건이 있었는지를 조사했고 세곡을 운반하던 배들이 줄줄이
침몰하는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후가 부정과 부패였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 2월, <목격자들>을 출간했지만 약간 허무했다고 합니다.
소설을 아무리 써도 현실은 바뀌지가 않는다...는 걸 가슴 깊이 느낀 계기였습니다.
2016년 3월, 김탁환 작가는 <4,16의 목소리>라는 팟 캐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이때 세월호를 살아있는 자들의 육성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때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관홍 잠수사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소설을 생각했습니다.
잠수사는 심해에서 죽은 이들과 조우하고, 그들을 온 몸으로 포옹하여 뭍으로 모시고 나온 이들입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포옹, 바닷속에 잠겨있는 진실과 육지에 떠돌아다니는 거짓...
이런 것들이 <거짓말이다>가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야기의 끝을 장식한 정한샘 씨의 바이올린은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오랜 고통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 영원한 사랑을 이루겠다는 <A TIME FOR US>의 애절한 멜로디,
무엇보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늦은 시간...책방 거실을 가득 채우고, 우리들 맘을 숙연하게 합니다.
멀리 용인에서 오늘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해왔기에 얼른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지요.
1부 강좌를 마치고 후끈한 책방을 벗어나
마당에서 간단히 떡과 음료로 속을 채웁니다.
내내 차갑던 공기가 갑자기 다시 더워지면서
냉방기 꺼진 책방은 열기 그 자체였습니다.
고생하신 작가님과,
함께한 참석자들께 몹시 미안한 밤이었네요.
어김없이 오늘의 행사도
<박미향 한방꽃차교육원> 박미향 원장님이
달큰하고 시원한 꽃차 음료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전국구 책방"의 명성에 걸맞게 괴산 분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참여자들이 모였습니다.
서울, 경기, 충청, 경상지역에서 오신 분들...길이 먼 분들은 작가 강연을 마치고 간식 후에 돌아가시고
2차 겸 뒷풀이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먹거리 마실거리 등 많은 분들이 손에 손에 간식을 들고 오셔서 뒷풀이 자리가 푸짐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진행했는데...덕분에 약간 산만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되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네요.
<거짓말이다> 책 표지는 뒤집으면 이렇게 노란색으로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기억해"
"내가 김관홍이다"
"국가 재난에 국민 부르지 마라"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권한다"
"온전한 인양 명확한 증거"
"생애의 사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삶의 지침을 바꿔놓을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평생을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내 생애의 사건...
김탁환 작가에게 세월호는 그런 생애의 사건이 되었고...또 많은 이에게 세월호가 그렇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세월호는 많은 질문과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지난 2년 동안 무수히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물어야 할 질문...
그리고 또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답을 찾아가야 할 우리들 삶의 길...성실하게 우리가 가야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야겠습니다.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을 돌며 독자들과 만나고, 특별히 작은책방을 응원해주신
김탁환 작가님과 북스피어 출판사에 고맙습니다.
김 탁 환 (金琸桓) 작가
대한민국 소설가이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작품들을 발표해 온 소설가 김탁환. 방대한 자료 조사,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거기에 독창적이고 탁월한 상상력을 더하며 우리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소설가 김탁환은 발자크처럼 방대한 소설 세계를 꿈꾸는 ‘소설 노동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종의 강박처럼 매일매일 50매 분량의 소설원고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메워왔다. 그렇게 지난 10년 간 40여 권의 소설을 써왔다. 대략 지금까지 4만 매가 넘는 원고를 써온 셈이다. 소설 쓰기에 대한 성실함 때문에 소설가 김탁환을 세상사에 어두운 백면서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소설가다. 그래서 황진이, 이순신, 혜초 등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풍부한 고전지식과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팩션을 쓰는 한편, 과학자 정재승과 함께 장편 「눈 먼 시계공」을 신문에 연재하며 사이언스 픽션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들과의 협업작업에 뛰어들어 ‘스토리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서울 곳곳에 위치한 집필실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거짓말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작가 김탁환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2014년 한국에서 벌어진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작가는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구상에서 출간까지 최소한 3년은 집중한다는 원칙을 깨고, 시계 제로의 심해로 내려가야만 했던 민간 잠수사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