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최고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법정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낮아진 이후 대부업체 거래자 수는 감소했고 거래자 중 저신용자의 비중도 줄었다.
이와 함께 대부업 방송 광고를 규제한 이후 중개업자들이 늘고 있어 이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고금리 인하 이후 축소하는 대부업 시장
금융위원회가 30일 내놓은 '2016년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 648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2000억원가량 늘었다. P2P대출 업체들이 대부업으로 편입되면서 늘어난 잔액이 2100억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대부업체들의 잔액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부업 규모는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분위기다. 대부업 거래자 수는 250만명으로 지난해 6월 263만명보다 13만명 줄었다. 등록 대부업자 수 역시 8654개로 같은 기간 326개 감소했다.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대형업체 수는 182개에서 187개로 늘었는데 개인 대부업자의 경우 7010개에서 6498개로 크게 줄었다.
대부업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대부 잔액은 12조 8319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708억원 줄었다. 대형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1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대형대부업체의 거래자 수 역시 230만 6000명으로 10만 8000명 줄었다.
금융위는 대형 대부업체의 거래 규모 축소에 대해 "전반적인 영업 규모 정체와 최상위 대부업자의 기존 고객 위주 영업 확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법 사금융·부실 대부중개 증가 우려
대부업체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건 특히 지난해 3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업체들이 돈벌이가 어려워지면서 저신용자 위주로 대출 규모를 줄인 탓이다.
실제 거래자의 신용등급별 비중을 보면 7~10등급의 대출 비중은 2015년 말 77.9%에서 지난해 말 76.7%로 줄었다. 반면 중등급에 해당하는 4~6등급의 경우 22.1%에서 23.3%로 늘었다.
이는 대부업체들이 정치권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반대하며 우려했던 현상이다.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하하지만 실제로는 저신용자가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우려였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또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데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는 이런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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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2015년 8월 이후 대부업체의 텔레비전 광고 시간대가 제한되면서 대부중개업 의존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중개업자를 거친 대출금액은 2015년 하반기 3조 381억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4조 58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중개업자의 경우 일반 대부업체보다 불법 행위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업 음성화 가능성에 대비해 불법 사금융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대부 중개 관련 불법행위 증가 가능성이 있으므로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