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객잔에서 티나객잔까지
2016년 1월 6일
호도협 트레킹을 마무리 하는 날이다.
각자 일어나 세수도 하고 산책도 하다가
객잔 식당에 마련된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오골계 닭죽과 나시빙(纳西饼) 등등
숙식비를 계산하고 인원을 점검한 다음
정확히 09시 5분에 출발 했다.
사실 말이 09시이지 이곳의 실제 시간은
중국 표준시인 북경시(北京时间)와 달리
GMT상 07시쯤에 해당한다 하겠다.
해가 늦게 뜨는 골짜기이기도 하지만
마치 이른 아침같은 느낌이다.
출발, 출발! 빨리 나온나!
언니 같이가!
조금은 쌀쌀한 느낌이지만
'추위'라고 할 만큼은 아닌
그야말로 상쾌한 기분의 기온이다.
발걸음은 가볍고
연신 펼쳐지는 풍광에
흠뻑 젖으며 길을 갔다.
차마객잔이 있는 마을의 아침
어제 저녁에 잘 잤드나? 언니는?
차마객잔에서 시작하는 길은 평탄하여
다른 행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하다.
고도도 비교적 낮아 민가가 많고
그들이 사는 집과 밭들이
또다른 광경을 만들어 낸다.
호도협 맑은 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 얼, 싼!
아침 안개가 채 사라지지 않은
새소리, 풀내음 가득한
그리하여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길을 걷는 기분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여행기를 적는 이순간에
새삼 깨닫는다.
출발 때의 소란함과 달리
다들 고즈넉한 아침의 풍광을
가슴에 담아가며
산책하 듯 길을 걷는다.
저벅저벅 나와 친구들이 내는
발소리와
방목을 하러 지나가는
염소와 양들의 방울소리를 들으며
한 발 두발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나
그리고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산허리를 깍아 만든 차마고도
와~ 하늘 색깔봐라. 죽인다 죽여.
오빠 좀 쉬었다 가자.
그렇게 가다 쉬다 반복을 하니
어느듯 우리들이 걷는 길에 햇볕이 든다.
따뜻하다 못해 따갑기까지 한
호도협의 햇살은
목덜미에 맺힌 땀을 말리고
급기야 하얀 소금까지 만들어 낸다.
이 산은 옛날 옛적 어쩌고 저쩌고....
호도협 트레킹로에서 유명한 소나무 앞에서
광천수 회사와 마을에서 설치한
생수 채취용 파이프 라인이 지나는
꼬불꼬불 길을 지나고
외롭게 홀로 선 소나무도 지나며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니 마을이 보인다.
마을 입구엔 야자수 한그루와
중간 기착지 중도객잔 표지판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 무더위가 없어 그렇지
여긴 엄연히 아열대 지방이라는 걸
보여주는 야자수다.
마을 어귀에 선 야자나무
하바설산의 꼭대기가 보인다
중도객잔(中途客栈)을 알리는 표지판
나가는 길에서 본 중도객잔과 마을
중국어로 中途客栈, 영어로 HAlf Way로 불리는
이 객잔은 호도협 트레킹로 중 숙박업이 가장 성한 곳이다.
계곡 바닥인 상호도협까지 트레킹로라고 본다면
이름처럼 거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넓고 시설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 인기지만
서비스가 별로라는 소문과 재수없이
어떤.... 나라 '산악동호회'를 만나면
소란스러운 술판으로 인해 조용한 휴식과
수면이 힘든 곳으로 악명이 높다.
중도객잔 객사의 모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소...라는
중도객잔 화장실
예전 식당을 리모델링하며 지금은 위의 사진처럼
장소를 옮겨 새로 만들었지만
과거 이곳의 명물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다.
볼일(?)을 보는 측간 창 밖으로
수려한 옥룡설산의 자태와 호도협,
하바설산의 산자락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어
이 세상 최고의 화장실이라는
'天下第一厕'의 명칭으로 불렸다.
인도음식 '난'같은 나시빙(纳西饼)
퍼뜩 찍어라 눈부신다.
나시빙(纳西饼)과 간단한 음료로 점심를 때우고
휴식으로 시간을 보낸 다음 다시 길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나자 길은 금새
조로서도(鸟路鼠道)의 험한 길로 바뀌고
기온은 점점 올라 더위까지 느껴졌다.
다큐에서 본 듯한 벼랑길
천천히! 조심!
역광의 광원이 만들어 내는 작품같은 사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걷는
향유(享受)의 길이지만
불과 수십 년전 이 길은
동료와 말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고난의 길이요
그 고난의 길을 다시 되밟아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들뜬 발걸음을 재촉하였던
설렘의 길이기도 했다.
길가에 흐르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길목 마을에서 잠을 청하며
딸랑이는 말들을 몰아 오고갔던
상업과 문화교역의 길이요
숱한 사연들과 역사가 도처에 있는
이런 길들은 여전히 티베트 전역에
드문드문 조금씩 남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편리성, 안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여기만큼
마땅한 곳도 또 드물다.
호도협 트레킹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해마다 마법처럼 나를 불러 들이는
큰 이유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략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면서
한참을 걷다가 온 산을 울리는 듯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잠시, 친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호도협 트레킹로가 완주자에게만
준다는 선물
관음폭포(观音瀑布)다.
원래 따로 이름이 있다는데
흘러 내리는 모습이 관음보살의 모습과
닯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호도협 트레킹의 백미 관음폭포
日照香炉生紫烟
遥看瀑布挂前川.
飞流直下三千尺
疑是银河落九天.
향로봉에 햇빛 들어
자색 안개 생기고,
멀리서 보니 폭포는
기다란 강줄기를 매달았네.
물줄기 떨어져 삼천자라
마치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구나
비록 이백(李白)이 이곳을 보고
읊은 것은 아니지만(원제:망여산폭포)
여기에다 갖다 붙여도
전혀 무색치 않을 것 같다.
관음폭포의 감흥은
이 시(诗)로 대신한다.
희자야 뒤로 좀 더 가라,...
야! 스틱으로 함 맞아 볼래 ㅋㅋ
포말이 부숴지는 관음폭포
빨리와 봉남아. 물 너무 시원해.
우리는 사진 먼저 찍고 가자
기념사진 너희들만 찍어라
내리치는 폭포수에 손도 대보고
눈이 녹아 흐른 물답게 차가웠지만
손도 씻고 얼굴도 씻으며
한참을 보냈다.
거대한 바위 밑을 뚫어 만든 길
폭포를 지나 산허리를 몇 번 돌다가
다시 가파른 산길을 탄다.
트레킹로의 마지막 오르막이다.
이 오르막만 넘으면 내리막의 숲 길이고
코스는 거의 끝이 난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길가에
돌무더기로 쌓은 돌탑이 나온다.
오가는 트레커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 산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돌탑이지다.
그 누구에게는
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연을 담아놓은 돌탑에서
돌탑을 지나고
가픈 숨을 몰아쉬며 비탈길을 오르고
숲과 작은 연못을 지나니
멀리 산 아래에 집들이 보인다.
마지막 내리막길에서
아이고 무르팍이야...
트레커들을 지켜준다는 소나무
드디어 다왔다. 좀만 힘내!
완만한 경사도 있지만
때론 급하게 때론 험하게 되어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내려가니
호도협 트레킹 1박2일의 종점
티나객잔이 눈 앞에 보인다.
다음편에 계속
첫댓글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출발했던... 호도협트레킹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길...
게다가 덤으로 폭포까지...
지금도 바람소리, 물소리, 폭포 옆에 핀 이름모를 꽃까지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차마객잔 밤풍경을 두보의 시로... 이곳 관음폭포를 이백의 시로 정말 잘 표현 하셨어요~ 멋지십니다(真棒~!!)
저도 이런 계기로나마 한시를 제대로 배워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정말 여헹다운 여행을 하고 있네요...
맞아요 저기 화장실서 밖을 보는데...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어요.. 초록잎이 무성한 야채밭이 보이는 산골의 풍경이 정말 내 정서를 어루 만져 주는것 같았어요.. 그래서 볼일 보고 한참 있다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폭포수에 손을 담그고 폭포수 아래 작은 꽃들, 풀들, 좁다랗게 늘어진 길, 산 아래로 굽이져 흐러고 던 계곡,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저 소나무..... 왕~~ 보면 볼수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