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파주 북소리>를 가다
1. <2023 파주 북소리>가 10월 27일에서 10월 29일까지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숲’을 중심으로 열렸다. 이번 축제는 아시아 출판문화센터 전시관에 펼쳐진 아트페어와 잔디광장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 그리고 문발살롱의 강연이 중심이 되었다. 과거에 비해 행사공간은 점점 축소되었고 참여하는 출판사들도 거의 없는 편이다. 행사는 다양한 문화적 영역 특히 시각적인 것들이 주로 눈에 띄고 있다. 책과 관련된 행사는 중앙 전시관의 <세계의 그림책 전시> 뿐이다. 이또한 문자보다는 그림이 중심이 된 행사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고 관람객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소리> 축제에 책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 가판대에 책들은 없다. 보여줄 책도, 판매할 책도, 축제에서 만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기회가 없는 지금, 판매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2. 현재의 축소된 ‘북소리’를 보면 과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북소리의 혼잡했지만 활기찼던 도서시장의 열기가 기억난다. 그때에는 도로 양 옆에 대부분의 출판사가 참여했고 가판대에 출판사의 책들이 전시되어 평소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였다. 특별한 기회에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을 30% 이상 때론 50% 이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던 행운의 순간이었다. 축제는 우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매력을 지녀야하며 그 매력은 행사의 내용 뿐만 아니라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성격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북소리’라는 말 그대로 ‘책’과 관련된 행사이라면, 책을 평소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양손 가득히 책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3. 축제는 이제 관리요원이 필요없을 정도로, 주차 공간을 확보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수많은 문화행사가 다양한 전시를 하는 지금, 파주의 북소리를 찾을 특별한 동기는 없다. 참가자들이 줄어드니, 축제와 관련된 강연도 축소되고 있으며, ‘책’과 관련된 최고의 축제였던 ‘북소리’는 이제 쓸쓸한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파주 출판도시를 탄생시켰던 일등공신인 ‘한길사’와 ‘열화당’에도 축제와 관련된 어떤 안내도 없으며, 출판사의 벽은 공허하게 비워있다.
4. 책이 위기에 빠져있다는 진단은 이제 진부한 말이 되고 있다. 책을 읽지 않고 책이 소비되지 않는 시간은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과 문화적 정보를 문자가 아닌 인터넷과 유튜브와 같은 영상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잘 정리되고 때론 과도한 쾌락까지 가미시킨 영상정보가 문자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풍토 속에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책은 소멸되고 있다. ‘북소리’라는 이름의 행사에도 책이 없는 이유이다. 책이 과거의 형태로만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할지라도, 문자가 갖는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문자는 여전히 가장 효과적이고 압축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유의 깊이를 확장하며 인간의 지혜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런 최상의 가치를 지닌 문자의 힘은 ‘책’을 통해서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5. 무엇이든 자주 만나고 접촉해야 애정이 생기고 활용도도 높아진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과 마주하는 순간이 결국은 책을 사랑하게 만들고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이 사라진 <북소리>는 가장 근본적인 것을 상실한 알맹이 없는 행사이다. 책과 관련된 문화적 영역 그리고 책과 관련된 강연과 공연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책 그 자체와의 실질적인 만남이 없다면 책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사라지고 있는 <북소리>가 안타깝다. 도서축제의 중심은 책이며, 책의 구체적인 전시와 교환에서 책의 생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첫댓글 - 북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