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오늘에 핀 꽃 어제와 오늘을 추억하다
육순종목사(비전아시아 이사장, )
또 다시 그가 쓴 책을 손에 들었다. 이번엔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옥희의 글은 모호하지 않고 선명하다. 그의 주장은 언제나 분명하고 확고하다. 그러나 그 선명함과 분명함 속에 따뜻한 모성, 어미의 품이 느껴지는 역설적 지점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힘차면서도 맑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 같다. 이번 책에는 몇 개의 강줄기가 보인다. 크게 4부로 구성된 글이 각각의 줄기가 되어 흐른다. 1장 ‘세상과 다른 세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인도선교보고 같은 것이다. 2장 ‘인생, 오늘의 된 어제와 내일을 추억하며’는 오늘의 그가 된 뿌리를 보여주고, 그가 가야 할 길을 예측하게 한다. 3장 ’평화를 비는 예수‘는 한국교회를 향한 날카로운 예언자적 음성이다. 4장 ’만주에서 우리 근현대사를 다시 생각한다.‘는 에세이와 논문 사이를 오가는 글로써 그가 현재 가장 관심하는 문제들을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다루고 있다.
인도선교는 선교사 이옥희에게는 영원한 현재다. 그의 몸은 인도에 없지만, 그가 없는 인도에는 여전히 그가 뿌린 씨앗들이 자라고 열매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가 없는 인도에서 진행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샨띠 홈 에이즈 고아들의 삶 속에서, 뿌렘담 고아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공동체 달릿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열매맺어가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준다. 에이즈 고아들이 꿈꾸며 자라 대학에 진학하고, 영어 학교에 진학한 친구의 질병치유를 위해 달릿 아이들이 돈을 걷어 보내고, 강제로 힌두고아원에 끌려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 뿌렘담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그 열매를 확인하게 된다. 그 모든 열매는 그가 인도 땅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산 삶의 결과이다. 그는 ’구띠 원숭이 눈빛‘ 속에서 다 주고 살아야 하는 자신의 현존을 확인한다. 달라면 달라는 대로 주고, 속이면 속이는 대로 속고 사는 ’호구‘로 사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여긴다. 예수가 바로 ’호구 예수‘였고, 예수가 바로 ’세상의 밥‘으로 사셨기 때문이다. 그의 인도사역을 보며 드는 세 가지의 생각이 있다. 첫째는 ’사랑하면 사랑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가 인도 땅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역사를 목격하는 것은 그가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사랑이 보인다. 둘째는 ’절망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에서 절망했고, 달릿에게서 절망을 보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그가 세운 센터의 이름은 ’희망발전소’이고 ‘희망공동체’이다. 절망을 보았기에 그는 거기서 희망을 본 것이다. 그가 인도의 절망을 통해 본 희망은 인도 땅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셋째는 ‘인간은 때로 실패해도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옥희가 없는 인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하면서 하게 되는 신앙고백이다.
2장에서 그는 자신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의 기억은 아련하고 따뜻하고 풍성하다. 그가 풀어놓는 기억을 들으며, 우리는 그의 사역의 뿌리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그는 흙의 사람이고, 자연의 사람이고, 자유의 사람이다. 그의 시간과 공간은 필자와 많이 겹쳐진다. 그와 나는 거의 동년배일뿐더러, 성장과정에서 같은 지역을 공유하고 있다. 그를 품고 흘렀던 만경강이 그렇고, 전군도로가 그렇다. 그러나 그의 기억은 나보다 훨씬 흙에 가깝고, 자연에 가깝다. 나도 가끔 논두렁을 뛰던 기억이 있고, 냇가에서 송사리 잡던 기억이 있지만, 그처럼 토끼풀, 보리뱅이, 씀바귀, 자운영, 기생초, 개망초, 지칭개, 망초, 꿀꽃, 삐비를 생생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꿩나물, 영감 똥걸레, 싸랑구리, 싱검지, 독새기, 초롱잎은 더욱 낯설다. 그는 고구마 하나로 행복할 수 있었고, 한없이 걸었던 대부둑 길이 있고. 삐뚜리 골이 있다. 특히 순서가 오지 않아 타지 못하던 그네를 타보려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홀로 그네를 타면서 한없는 자유함을 느끼던 예닐곱 소녀 이옥희 모습 속에서 우리의 그의 상상력의 뿌리가 그의 오랜 기억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선교사 이옥희의 상상력은 그가 깊이 간직한 풍성한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 저편에는 아마도 에덴의 기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의 먼저 보낸 오빠의 이야기에서 먼저 보낸 여동생이 생각나서 가슴 뭉클했고, 가방을 잊은 지도 모르고 돌아다닌 그의 모습에서, 공항에서 검색을 마친 가방을 그대로 둔 채 공항을 마냥 돌아다니던 내 모습이 오버 랩 되어 홀로 싱겁게 웃었다. 2장의 이야기는 아마 읽는 이들의 기억도 아스라이 소환하는 장이 될 것이다.
3장은 그의 예언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난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할 추상같은 목소리가 담겨져 있다. 그의 질타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교회가 망해야 나라가 조용해지지.’라는 광장의 질타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오늘의 기독교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 지를 일일이 열거하며 고발한다. 교회의 중심에 십자가가 없음을 한탄하며 교회가 시대의 고민을 안고, 본질로 승부할 것을 주문한다. 아브라함의 실패는 사라의 몸값으로 받은 바로의 불의한 재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아담의 실패는 뱀의 유혹 때문이 아니라 그 유혹에 용기 있게 맞서지 못한 아담의 약함에 있다고 설파한다. 지도자에게는 아론의 영악함보다는 모세의 우둔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의 성서해석은 전복과 비틀기를 반복한다. 그가 전복과 비틀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현실이 성서의 빛에서 볼 때 거꾸로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바로 잡으려는 개혁의 열정이 가득하다. 더욱이 ‘청교도들의 전쟁은 계속된다.’에서 미국이 가진 태생적 한계와 그 폭력성을 고발하는 것을 보면 그의 예언자적 시선이 왜곡된 세계질서를 향한 전 방위적인 것임을 목격하게 된다.
4장은 그가 최근 머문 중국과 연변에서 심화되고 확장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여기 다루는 이야기는 에세이라고 부르기에는 무겁고, 논문이라고 부르기에는 격정적이다. 그래도 각 주제마다 참고서적을 명시해 객관적 역사서술임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측면이 있다. 사가의 입장에 따라 취사선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옥희의 역사서술은 역사 속에서 조명 받지 못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숨어있는 이야기의 발굴’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마치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굴하는 느낌이 든다. 해란강을 중심으로 수전을 일구어낸 조선족 수전민들의 이야기, 명동학교 서일장군 이야기, 이상설의 서전서숙이야기, 봉오동 전투에서의 최진동장군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근대사에 주목하자고 한다. 가까운 우리의 과거인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교훈을 얻자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연변에 머물면서 통찰한 조선족 문제는 의미심장하다. 남한 사회가 그들의 동화와 해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도전적인 문제의식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또한 조선인이 일본의 앞장이로 만주족을 핍박한 ‘까오리 빵쯔’이야기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전역에 뿌린 비극의 씨앗들과 구조가 유사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여러 개의 지류들이 흐르고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시선은 하나다. 바로 그가 만난 하나님의 시선이다. 세상의 숨어있고 감추어진 것들을 주목하는 하나님의 시선이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도의 불가촉천민들을 주목했고,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용정의 수전민들을 주목하고, 해체되어 가는 조선족들의 이면을 주목하고, 독립운동사의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을 역사의 전면으로 복귀시키려고 한다. 그들이 진정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라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매우 도발적인 시도다. 그러나 그 도발 속에 어미의 가슴이 있고, 예수(耶蘇)의 마음이 있기에 그의 도발은 매우 촉촉한 도발이다.
첫댓글 ㅋㅋㅋ
콘텐츠가 다양해서 좋아요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