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독서모임, 11월 21일 카페 '아 그곳' 에서 있었습니다.
첫눈이 오리라던 기상대 예보와 달리 흐린 날씨, 아마 늦은 밤부터 비가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찌부둥하다며 쌍화탕이나 생강차를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오늘은 김유정작품 <슬픈 이야기>와 춘천지역 배경의 소설로 오정희의 <옛우물>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슬픈 이야기>
'층간소음'이 아닌 '벽간소음'으로 피해를 받는 실업자 노총각의 이야깁니다.
벽이라고 해보아야 수수깡으로 엮은 것 보다 더 부실한 벽, 옆방에서 밤마다 마누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소리, 아내의 숨 죽이며 내는 비명소리에 또 어린 아들의 울음 소리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는 1인칭 화자가 가정폭력범인 남편을 불러 충고를 하게 되는데-
옆방 남자는 13년간 전차 운전수 노릇하며 밤 늦게 퇴근할 때 동료들이 빈대떡이나 냉면 한 그릇 사먹을 때 꾹 참고 집으로 돌아와 대추 두알로 허기를 채우며 돈을 모아 800원 각수를 벌어놓은 사람.게다가 13년 개근으로 승진까지 했답니다. 이 남자, 돈도 저축하고 승진까지 하자 지난 오랜 세월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점심으로 저녁으로 남편의 직장까지 '벤또'를 갖다가 바친 아내를 촌띄기라고 내쫓고 여학생 장가들기 위해서 밤마다 아내를 개 패듯 패어온 남편이었습니다.
점잖은 양반이니 아주머니 좀 그만 패라고 충고했더니 그날 밤부터 오히려 '서방질 했다고' 아내를 더 두드려 패는 옆집 남자. 집주인 노파는 옆집 노총각이 전기회사 감독의 아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오해하여 나무람하고 매맞는 아내의 남동생- 시골에서 올라온-까지 나서서 1인칭 화자에게 제발 자기 '누이를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바꾸어 잡으라는 바람에, 1인칭 화자는 할 수 없이 보따리를 꾸리고 이사하려고 합니다.
노총각이기에, 밤마다 벽을 통해 들려오는 폭력과 신음 소리에 견딜 수 없어 폭력금지를 부탁했다가 오히려 불륜남으로 오해 받게 된 주인공, 소음공해로, 오해로 하여 결국 이사를 가지 않을 수 없는 주인공의 불운을 그린 것이 이 작품입니다.
주목해서 보아야 할 대목은,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현장 육탄전을 묘사하는 부분입니다. 분명 거북스럽고 속상한 대목임에도 마치 코메디안이 현장을 중개하는 듯한 부분. 현실에서의 일이 너무 어이 없고 피해자 여성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독자가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할까봐 일종의 소격효과(疏隔效果:연극 나 영화 따위에서, 의도적으로 관객과 작품 사이에 거리를 두는 기법)를 주기 위한 장치인 듯 합니다.
오정희의 <옛우물>은 45세의 생일을 맞는 중년 여성의 내면심리를 묘사해 갑니다.
자신의 생일날 아침 문득 친정어머니께서 막내동생을 낳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웃에 초상이 났을 때의 기억, 어린 시절 우물에 빠져죽은 친구 정옥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들을 등교시킨 다음 다릿목 장터에 나가서 장을 보고, 목욕탕에 가고 하는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 옛날 '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이 있는 옆에 앉아 김치를 담그다가 문득 신문에 난 '그'의 부고를 보게 된 일...... 여자는 가끔씩,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전화 번호로 다이얄을 돌리고 부재의 벨 소리를 듣습니다.
여자는 남편이 처리하라고 하는, 전에 살던 작은 아파트로 가서 그곳에서 상념에 잠겼다가 저녁에 그 아파트에서 나오는 길에, 아파트 주변에 있던 연당집이 헐리었음을 보게 됩니다.
여자는 연당집이 있는 숲길에서 오동나무에 꽃이 피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여자는 신발을 벗고 오동나무 줄기에 올라 다리를 꼬아 힘껏 줄기를 휘감는 순간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옛날 친구 정옥이 빠져 죽은 '옛우물'에 살던 금빛잉어의 전설을 떠올리니다.
여자는 오해하고 있었던 옛우물의 전설로 부터 그리고 죽은 '그'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방됩니다. 그녀는 오동나무 보랏빛 꽃을 보면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오래 지속될 존재들에 대해 눈 뜨게 됩니다. 그동안 하향적, 과거지향적이었던 삶으로부터 그녀는 상승적 미래 지향적인 세계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다음 수요독서모임은 11월 28일에 진행됩니다.
김유정의 동화 <두포전> 윤대녕의 소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씩>을 읽고 오시기 바랍니다.
일교차가 심합니다. 건강에 유념하십시오.
2018.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