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동장터 날입니다. 어제는 월암리 방향 오늘은 막해마을 방향으로 가는 날입니다.
목요일은 주로 오후에 장사가 잘되지만, 금요일은 오전에 장사가 잘됩니다. 특히 장동마을. 단골손닙들 물건 부랴부랴 챙겨서 이동할 준비합니다.
9시 15분 출발.
9시 20분. 장동마을 윗 골목
"이래 주차하니깐 좋네" 최귀례 어르신입니다. 매대를 볼 수 있는 방향을 여름에는 햇살을 가리고, 겨울에는 햇살을 등지며 있을 수 있도록 주차해달라고 하십니다.물건 사는 고객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십니다. 손녀 생각하시며 늘 사던 불닭볶음면 컵라면을 오늘은 사지 않으십니다. 진라면 2봉지면 되셨는가 봅니다.
"모카 한 박스요." 지난번까지만해도 자주 사셨던 분이었지만, 3달전 취업했다며 주말에 배달 안되냐고 문의주셨던 중년 남성분. 이젠 다시 아침마다 나오실려나봅니다. 지난번 집에 배달갔을 때도 군청에 계속 문의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자리에 대한 갈급함이 보입니다. 아침에 나와서 사주시는것이 감사하면서도 일자리는 괜찮은지 괜시리 걱정이 됩니다.
9시 30분, 보리동산 골목
오랜만에 이장님이 물건 사주십니다. 계란 1판, 두부 1모. 프로그램도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계획 잡히지 못한 것들 때문에 멋쩍은 웃음만 드립니다. 동네에 이런저런 사업들을 많이 받아오시는 분입니다. 동네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9시 40분, 장동회관
사람들이 없다보면 모두 회관에 계십니다. 안보이던 책걸상도 보이는데 나중에 알보고니 군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들릴 때마다 이곳에서 모닝 커피 한 잔 얻어먹고갑니다. 어르신들은 둘째 아기 안부 여쭤봐주십니다. 그러곤 아내에 대한 안부와 마지막으론 셋째 아들...에 대한 기대까지 함께 주십니다. 셋째는 힘든데 말입니다.
10시 00분 장동 가운데 골목.
회관 총무님꼐서 제게 말씀하시기로 "우리집 창고에 물건 떨어지면 언제든지 넣어놔~" 단골이십니다.
그걸 아시는 아랫집 어르신께서 선사하신다고 한 박스 사주십니다. 그걸 모르는 총무님은 한 박스 또 사십니다. 새해 맞아 창고에 2박스나 들어갑니다. 다른건 몰라도 집에 떨어지는 일은 있으면 안되나봅니다. 제일 위에집, 아랫집 등 함께 모이시다보니 식사는 항상 기본인듯 싶습니다.
그런 와중 건너편 골목에 사시는 어르신도 한 박스 배달요청하십니다. 어디신가 봤더니 저 계단 위의 집. 족히 20계단은 되보이는.
"내가 이리 좋은데 살아요~" 하며 허허 웃으십니다. 가파른 계단에 짐 갖고 올라가는일이 보통이 아닙니다. 저도 헉헉 거리며 물건 갖고 올라가며 서로 연신 웃습니다. "정말 좋은집이네요~ㅋㅋㅋ" 나중에 눈올 떄는 괜찮은지 한 번 더 체크하고 돌아갑니다.
10시 20분, 매선박 주민
동네에 살고 계시진 않지만 가족분 집이 여기에 있어 온다고 하시는 주민. 지난번엔 계란 3판을 주문 받아 사시더니 오늘도 물건을 사주십니다. 고등어 두손, 계란 한판, 두부 한모. 지난번 계란이 싸고 좋다고 하시며 고맙다고 해주십니다. "농협은 9천원인데, 여기는 8500원이라 좋아." 작년 대비 가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우리. 100원, 200원 올리는일이 쉽지 않습니다.
10시 40분, 효동마을
집앞에 잠시 멈춰 서 있었습니다. 보통이면 나오는데 안나오셨습니다. 두들겨보니 안에서 한참 낑낑대며 나오시는 어르신. 오늘은 살게 없다고 합니다. 회관에서 밥해드신다고하셔서 올라가신다고 합니다. 이따 회관에서 뵙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아들의 속도위반 딱지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10시 50분, 효동마을 단골 고객
단골 큰 손 고객집앞은 늘 기다리고 갑니다. 많은 물건을 사주시는 덕분에 매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도 차가 온걸 보시고는 손짓하십니다. 사이다 한박스, 간장, 식용유, 다시다 등등등... 늘 물건 사주시며 이거밖에 안되? 라며 물어봐주시곤 즐겁게 물건 갖고가십니다. 항상 점빵 매출을 걱정해주시며 물건 사주시는 어르신이 늘 감사합니다.
11시 00분, 효동마을 노인회관
부식비 사업이 끝나고 회관에서 식사하는 일이 적습니다. 오늘은 4분이서 모여계셨습니다. 식사를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보니, 식사담당하는 사람이 이제 없다보니 어르신들끼리 드신다고 합니다. 어르신들끼리 스스로 해드실수있어서 다행입니다. 홀로 있는것보단 같이서 조금이라도 함께 식사하는 문화가 있는 동네가 어르신들에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외로움과 건강을 함께 덜 수 있으니 말입니다.
11시 20분, 몽강마을 노인회관
어르신 홀로 계셨습니다. 홀로 청소하고 관리하고. 평상시에는 가장 바빠 잘 뵙기 어렵습니다. 다른 분들은 안계신다고 하시며 윗집에 어르신이 산다고 꼭 가라고 하십니다. 자기네 집쪽은 길도 옹삭하고 살사람없다고 하십니다. 어르신 말씀듣고 올라가니 손짓하며 차를 붙잡습니다. 고추장 담근다고 물엿을 사십니다. 어르신들 말씀만 듣고다녀도 매출이 올라갑니다.
11시 30분,
오전 마지막 코스 나가는 길, 어르신 남편분께서 차를 붙잡습니다. "아까 매장갔는데 깜빡하고 놓친게 있어서 더 사야해~" 라며 우유, 라면 등을 챙기십니다. 요근래 어르신이 통 안보여서 여쭈니, 별일 없다고 하시며 조심히 가라고 하십니다. 어르신이 자주 사시던 불가리스와 다른것들 말씀드리니 괜찮다고 하십니다.
오후 1시 30분, 흑석회관
"어여~ 온다 와~~" 차를 밖에 두고 돈통과 장부를 들고 들어가면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어찌 오늘은 소리도 안키고 온대" 어르신들 누워계시고 시끄러울까봐 근처에가면 방송을 끄고갑니다. 점빵 매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어르신들입니다. 항상 빈손으로 안보내시고 매일 뭐라도 사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어르신은 늘 콩나물 두부를 많이 사셔서 오늘은 조금 자재할수 있도록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는 이경관 어르신이 한 박스 샀다고 말씀드리니, "어찌 남은 아직 반박스나 넘게 남았는데, 또 산대~~" 하며 속터진다고 합니다. 눈 올 때 못살까봐 미리 쟁여두신다고 말씀드리니 "어이구~~~~" 하십니다. 어르신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니 화장지와 계란, 두부 등을 말씀하십니다. 집에 두고 올까요? 라고 여쭤보니 그냥 두라고 하십니다. 다른 어르신은 "오늘은 갖고 왔어~?" 라고 여쭤보십니다. 지난번 혼합잡곡 사고싶었는데, 못사셨습니다. 어르신은 "내가 볼 떄만 없네~~"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서 오늘은 꼭 챙겼습니다. 어르신은 잡곡 보시더니 흑미 하나 더사십니다. 그렇게 흑석회관에서 2시에 떠납니다.
오후 2시 반, 가리회관
외상을 갚지 못하는 일 때문에 부담을 갖고 계신 어르신. 오며가며 눈치보다가 오늘은 당당하게 오만원짜리 주십니다. 지난번 외상 값을 갚으신다고 하십니다. 지난번 외상 48,900원. 남은돈 1100원 드렸습니다. 그러곤 또 물건을 이것저것 다 고르시더니 다시 올려줘~~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댁을 슬쩍보니 자녀가 온것인지, 자식들 생각에 간식거리 챙겨가십니다. 또 언제 갚으실지 다시 기다려봅니다.
잠시 떠나려는데, 단골 어르신이 오십니다. 누워있다가 이제나왔다며. 지난번 사셨는데 나오셨길래 벌써 다 드셨는지 여쭤보니 오늘은 짜파게티 사려고오셨다고 합니다. 매주 사시는 어르신. 간혹 간이 걱정도 되지만 어르신도 이동장터 매출에 더 신경써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져 감사한 분입니다.
오후 3시, 장등회관, 손녀에게서 받아온 1100원
회관에 사람들이 꽤 모여있습니다. 다들 따뜻한데 누워서 티비보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십니다. 한 어르신은 지난번 외상값 준다고 나온다고 하십니다. 그러곤 물건 더산다며 2만원을 주십니다. 백설탕, 갈색설탕 등. 돈이 1100원 모지랍니다. 어떻게 하냐는 어르신 말씀에 다음에 주셔요 했습니다. 그러곤 회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찰나, 어르신이 집에 물건을 모두 갖다 놓고 돈을 갖고 오고 계셨습니다.
"어찌 오셨어요" 하니, 집에 돈 찾다가 안보여 손녀한테 빌렸어~ 라고 하십니다. 이러나 저러나 외상은 어르신들에게 큰 부담인가 봅니다.
장등회관을 지나 덕동회관을 지나고 막해를 지나고 영촌을 지나가는 길.
사람이 잘 보이지 않고 회관이 조용한 동네입니다. 간혹 안을 봐도 텅텅 비어있는 회관들.
집안에 계시리라 생각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쉬운 마음으로 크게 느껴지며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