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서 남산까지, 서울에는 걷기 좋은 길이 참 많아졌다
1. 일자: 2020. 7. 11 (토)
2. 산: 응봉산, 대현산, 매봉산, 남산
3. 행로와 시간
[서울숲(06:49) ~ 한강공원(07:25) ~ 입석포(07:40) ~ (강변길) ~ 금호나들목(07:52) ~ 응봉산(08:15) ~ 대현산 장미원(08:33) ~ (독서당공원/논골/대경고/응봉공원) ~ 매봉산(09:33) ~ 버티고개(09:56) ~ 남산순환로(10:10) ~ 남산산악회(10:18) ~ 봉수대(10:45) ~ 김구선생동상(11:15) ~ 서울역(11:25) / 12.55km]
가을이 느껴지는
맑은 아침이다. 구름 둥둥, 가깝게 다가온 선명한 짙은 녹색의
관악, 육봉 능선은 햇살에 비로써 우유빛 암릉의 존재를 드러낸다. 첫차
타고 사당으로 향한다.
모처럼 계획한 노인봉~소금강
산행이 잘못된 비 예보로 취소된 날, 오래 묵혀 두었던 숙제를 하러 길을 나섰다. 서울숲의 아침은 근사했다. 조각공원을 지나 비비추가 고운 보랏빛으로
유혹하는 연못을 지나, 생태숲을 거닐며 한강변으로 향한다. 강
건너 풍경이 근사하다. 근래 들어 가장 날이 맑다. 푸른
물결 너머 아주 멀리까지 조망된다. 복 받은 날이다. 이리
강렬한 아침 햇살을 안고 한강을 건너는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늘 그렇듯 길을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석포를 건너 다시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운치 있는
길이다. 지난 겨울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백두대간까지 종주한 산 좋아하는 분이 시장이
되니 서울에 걷기 좋은 그래서 걷고 싶은 길이 참 많이 만들어졌다. 도시가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시민이 즐겨 찾는 공간의 존재다. 트럼프 빌딩이 있어 뉴욕이 멋진 곳은 아니다. 센트럴파크의 존재가 뉴욕을 낭만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큰 산과 큰
강이 있고, 그 주변으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낭만적인 둘레길의 존재는 분명 이 도시를 멋진 공간으로
변모시켜 놓았다.
먼 길을 돌아 응봉산을 오른다. 지나온 서울숲이 조망된다. 농밀한 녹색의 정원이 시원하게 한강변에 녹아 들어 있다. 어지러운
도로를 지나 이번에는 매봉산으로 올라선다. ‘응봉, 매봉’같은 이름…. 이곳부터는 눈에 익은 길이다. 기억을 들추어내 본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풍경은 계절이
달라도 명품이다.
버티고개를 지나가 길 건너 등산로 입구가 보이길래 도로를 건넌다. 가파른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된다. 남산산악회를 지나 서울성곽으로 길이 이어진다. 신라호텔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남산 봉수대로 향한다. 곳곳에
조망 명소가 산재해 있다. 내려다 보는 풍경이 근사하다. 그
중심에는 북한산이 있다. 이상한 일이다, 바로 눈 밑에 펼쳐지는
화려한 도심의 마천루보다 안산, 인왕산,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내사산과 그 뒤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는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의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눈 길도 더 오래 머무니 말이다.
더 없이 맑은 날이다. 햇살이 성곽을 따라 온다. 남대문으로 향한다.
< 에필로그 >
서울숲에서
시작된 여정이 남산에서 마무리된다. 남대문으로 내려서며 새로이 정갈한 정비된 서울 성곽을 보며 새삼
길을 걸으며 느꼈던 생각이 되살아난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분의 재임 기간 동안 서울이 참 걷기 좋은
도시로 변모했구나.
생각에 잠긴다. 갑작스런
부고로 접하고 어느 정치인이 했다는 말“거짓말 같은 상황이길 바랬다.
원망스럽다. 과가 있다 한들, 오점이 있다 한들, 살아서 해결했어야지요. 당신을 바라봤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내 생각도 같다. 죽음 상황을 잠시 덮을 순 있어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마음 아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