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주교구의 봉암성지와 성거산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인지 가을의 초입인지 새벽녘 다소 쌀쌀한 기온 속에 집을 나섰는데, 과일과 곡식을 익히는 한낮의 뜨거운 햇살은 아직도 여름은 가지 않겠노라며 제 얼굴도 뜨뜻하게 익힌 하루입니다.
봉암성지
봉암성지는 방축골과 계마대 지역에서 순교하신 6분의 순교자를 기리는 성지입니다. 방축골 지역에서 신심깊은 활동을 하였던 김백심 암브로시오 회장과 그의 세 아들(김성희 바오로, 김성서 파비아노, 김사도요한), 이 베드로께서 순교하셨고, 민윤명 프란치스코 순교자는 계마대 지역의 순교자로, 병인양요치명사적에 순교 자료가 입증되어 시복 심사가 승인완료된 하느님의 종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이 사목 순방 중에 방축골에 들러 교우들에게 성사를 주고 김백심의 막내 아들인 김사도요한을 신학생으로 선발하여 말레이시아 페낭신학교로 유학을 보냈으나, 9년의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후 환속함으로써 성소의 결실은 얻지 못했습니다. 사제가 되었더라면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가 되었을 터였습니다.
봉암성지는 2020년 11월에 성지로 선포되어 현재 성지 조성을 위한 땅사기 활동이 한창인 곳인데 성지 등록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정광열 바르톨로메오 신부님의 열의에 찬 사목활동으로 점차 성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으며 추후 성전 건립 등의 예산 확보를 위해 많은 후원을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성거산성지
박해를 피해 산으로 이주했던 신자들의 교우촌이 형성되었던 성거산 일대는 소학골과 서들골 교우촌이 주요 피신처였습니다. 소학골은 칼래 신부님의 사목 중심지였고, 서들골은 최양업 신부님의 큰 아버지인 최영렬이 이주하여 살았던 곳으로 기해박해 직후 최양업 신부님의 둘째 동생인 최성정 안드레아가 백부 최영렬의 집에서 잠시 성장한 곳이기도 합니다.
많은 선교사와 한국인 사제들이 성거산 일대에 자리잡은 교우촌을 순방하고 사목활동을 하였던 곳인만큼 당시 교우촌의 규모가 7개에 이를정도로 컸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병인박해 중 기록으로 남은 순교자는 모두 23명으로 5분의 시신만 신원이 밝혀져 성거산성지 제1줄무덤에 묻혀 있고, 기록에 남지 않은 수많은 무명 순교자가 제1, 제2 줄무덤에 묻혀계시다고 합니다.
이전 방문 때에 공사중이던 성전은 멋지게 준공되어 성거산 일대의 모든 지역을 다 품는 듯 경관이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듯 이름모를 들꽃들이 지천에 피어나는 성거산성지. 시간 관계로 소학골로 가는 여정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풍성한 먹거리로 순례 여정을 즐겁고 풍성하게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동란이 요즘 주문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 있던데 60개나 어렵사리 구해서 먹여주신 알베르타 감사님, 아침 식사로 절편을 준비해주신 김정인 마틸다와 이현주 아녜스님, 정말 건강한 맛인 것 같은 토마토당근쥬스를 얼려오신 원혜진 에스텔님 감사드립니다. 서로서로의 간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신 단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처음으로 단장님이 참석하지 않은 순례였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순례 전날까지 원활한 순례를 위해 사전준비해주신 단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부재중이신 단장님을 대신해주신 김명숙 레지나부단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단장님이 안계셔도 언제나 품위를 잃지 않는 우리 평길단단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한발한발 더 굳건한 인연을 이어가는 행복한 순례단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순례에서도 많은 분들 건강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