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월급제 쟁취를 위해 싸워온 경기도 광주시의 광주택시 노동자들이 투쟁 8개여월만에 승리했다.
△한달 임금 38만원을 받던 광주택시노동자들은 완전월급제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민중의소리
광주택시 최저임금 적용 전액관리제 쟁취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11시까지 14시간동안 근무하고 광주택시 노동자들이 한 달에 받는 월급은 고작 38만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이 시급 3,100원인데도 불구하고 광주택시 노동자들에게는 시급 1,900원이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최저임금 적용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최저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에 임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고했다. 광주시가 세 차례에 걸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사측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올해 2월부터 노동자들은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면 운전대를 놓고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는 한편 회사와 광주시를 상대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기를 8개월여, 드디어 회사가 손을 들었다. 그 사이 회사는 광주시로부터 4차례에 걸쳐 전액관리제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전처벌 통지서를 받았으며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경영권이 이양되었다. 새로 취임한 유익무사장은 4차 사전처벌 통지를 받은 10월 21일 교섭장에 나타났다. 노조측에서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황수영 경기본부장과 광주택시 김철석 위원장, 박광진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참석했으며 수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11월 9일 합의점에 도달했다. 노조와 사측은 정부의 최저임금에 맞춰 전액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한편 그간 일부를 노동자들이 비용지출을 해야만 했던 LPG가스비를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여전히 임단협이 진행중이고 해고된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광주택시 노동자들은 희망적이다. 현재 사장이 “한 번 해보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21일은 8개월여 간의 투쟁 끝에 드디어 최저 임금이 적용된 첫 출근일이다. 이제 최저 시급 3100원을 적용받게 된다. 한 달 생활비라고 하기에도 무색했던 월급봉투를 집안 식구들에게 내밀어야 했던 비참한 시절도 이제 끝이라는 소리다. 당장 월급봉투를 손에 쥔 것이 아니라 피부로 실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각오를 반영하듯 회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조합 분위기요? 예전보다 오히려 사무실이 썰렁해졌어요.” 투쟁이 승리했는데 왜 사무실이 썰렁해졌을까. 열심히 일해도 변하지 않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일할 의욕을 잃고 노조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한탄을 하던 조합원들이 다들 투쟁의 성과를 빛내기 위해 일하러 나갔기 때문이다.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니까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근무하고 있어요. 오후에 잠깐 들어온 조합원도 그새 12만원이나 벌었다고 하더군요.” 박광진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도입이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고 전했다. 자신이 일한만큼의 댓가를 받는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일하는 기쁨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은 당연지사.
△매 장날마다 구호가 담긴 대형 지게를 지고 시민선전전을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택시업계 최초로 최저임금 도입 이번 투쟁의 가장 큰 의의는 택시업계에서 최초로 최저임금이 도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업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액수지만 택시업계에서 최저임금이 도입되었다는 것은 큰 성과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이고 이것으로 인해서 가계의 안정성이 생기고 그것이 현실화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97년 건교부 지침으로 택시업계 전액관리제가 도입된 지 7년이 넘었지만 전액관리제를 하고 있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나마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곳은 광주택시가 처음이다. “솔직히 자랑하고 다니고 싶죠. 국회에서 법이 계류중인 상황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힘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은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그간 조합원들을 이끌고 투쟁을 지휘해왔던 김철석위원장은 월급제 쟁취라는 원칙을 지켜낸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랜 기간 투쟁을 준비해오고 함께 싸워왔던 민택 황수영 경기본부장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최저임금을 쟁취해 냈다는 점에서 투쟁의 의의를 찾았다. “이전에는 회사의 이윤을 먼저 챙긴 다음에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고려했다면 이제 노동자들의 생활을 먼저 담보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객관 조건이 부족하지만 주체를 강화하고 준비하면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 거죠.” 황수영본부장은 이번 투쟁을 계기로 택시 사업자들 사이에서 최저 임금과 전액관리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현재 교섭중인 경기도 안산의 상록운수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만들어 낸 승리 그간 긴 싸움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월 38만원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다보니 월세가 없어서 살던 집에서 쫒겨나고 아이 분유 값이 없어 울어야 했던 조합원도 생겨났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전액관리제만이 택시 노동자들이 살 길“이라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8개월을 싸워왔고 승리를 쟁취해냈다. 장날이면 일하던 차를 세우고 전액관리쟁취라는 구호가 적힌 커다란 지게를 어깨에 매고 광주 시내를 행진했으며 돌아가며 천막농성장을 지켜온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이 날의 승리가 가능한 것이다. “투쟁 시작하자마자 태어난 아이가 있어요. 우진이라고. 백일 잔치를 하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 부인들이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고 조합원들이 38만원씩 받는 월급에서 다들 만원, 이만원씩 내서 잔치를 해줬어요.” 남 부위원장은 천막농성을 하던 운동장 한 구석에서 조합원들의 힘으로 마련했던 조촐한 백일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런 조합원들의 정성과 단결이 승리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작이죠. 시민들도 월급제를 하니까 서비스가 좋아졌다고들 느껴야 정착이 될테고 회사측에서도 어려운 택시 업계 상황이 극복된다는 확신이 서야 계속하게 될테니까요.” 조합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했더니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택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택시의 공공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최저임금 적용 전액관리제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광주택시 노동자들은 더욱 열심히 일하고 투쟁하자는 결의로 충천해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택시 업계에 대한 최저 임금 적용과 전액관리제가 전면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