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예은교회 어린이들
박은자(동화작가)
교회당이 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기 때문에 토요일이면 우리 예은교회교 어린이들이 집에 그냥 가는 일이 없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교회에 옵니다. 그래서 저는 넉넉하게 점심밥을 해놓습니다. 오늘은 해물전도 만들고, 주먹밥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잘 먹습니다. 점심식사가 막 끝날 무렵 J 선생이 왔습니다. J 선생은 우리 예은교회에서 바이올린 연주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작은 개척교회에 바이올린 전공자가 출석을 하는 것이 꿈만 같아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J 선생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예은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봉사도 하게 되었으니 하나님께서 우리 J 선생을 얼마나 흡족해 하실까요?
바이올린 활을 처음 잡아보는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바이올린 연습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갔습니다. 도서관에 처음 온 아이들은 뛰기도 하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르는 동안 흥분이 되는지 자꾸 큰소리로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조용히 타이릅니다.
책을 다 고른 아이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그 모습이 참 예쁩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목사님의 회원증을 들고 아이들에게 소곤소곤 말합니다.
“얘들아, 이런 회원증이 있으면 책을 집에 빌려갈 수 있단다. 책을 빌려가고 싶은 사람 조용히 손들어 봐.”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얼른 손을 듭니다.
“그럼 다음 주 토요일에 사진이랑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는 거야. 그럼 회원증을 만들 수 있단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책을 읽습니다. 목사님과 저도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설과 기독교 서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책은 우리 예은교회에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밖에 살짝 나와 목사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개척교회 딱지를 뗄 수 있을까요?”
“교회가 창립 된지 2년이 지났으니 이젠 개척교회 아니지요.”
“자립을 못했으니까 아직은 개척교회지요.”
“자립이라는 것이 무엇이지요?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자립한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예은교회는 처음부터 자립을 한 겁니다.”
“하지만 너무 가난하잖아요. 우리 예은교회 재정은 늘 제로상태잖아요.”
“그건 우리가 모으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구요. 만약 아무도 돕지 않고 모으기에 힘썼다면 지금쯤 넓은 교회당 부지를 사려고 여기저기 다니게 되지 않았을까요?
목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C 권사님의 이야기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마음 한 쪽이 아렸습니다. 오늘 C 권사님이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올해에 은퇴를 하셔서 집을 짓는데 너무너무 잘 지었다는 겁니다. 그 목사님 아들이 인천의 어느 큰 교회에 부목으로 있다가 교회를 개척하고 단독목회를 하게 되었는데 교인 중에 천만 원이나 헌금하는 사람이 있다며 부럽다고 하시더니 ‘우리 예은교회에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중얼거리시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의 아들은 대천에서 목회를 하는데 소문이 온양까지 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천만 원 헌금하는 성도가 있는 교회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우리 교회에는 C 권사님 같으신 성도님이 계시니까요. 우리 C 권사님의 기도와 수고를 어떻게 천만 원과 비교할 수가 있겠는지요? 천만 원이 아니라 수천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저는 우리 C 권사님과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C 권사님을 생각하는 동안 자꾸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마 지금 허리가 아프셔서 끙끙 앓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이면 달려와서 교회당이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청소를 해 주십니다. 정말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감사한지 제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예은교회에는 예쁜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우리 예은교회 어린이들을 대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를 너무나 기쁘게 해주는 어린이들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 어린이들 때문에 참 많이 기쁘실 겁니다.
오늘은 우리 어린이들 이야기를 더 해야겠습니다. 도서관에서 돌아와서 아이들과 나물을 캐러 가기로 했지만 정리를 하다보니 늦어져서 다음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C 권사님을 모셔다 드리려고 나서는데 W와 H, 그리고 A가 집에 가지 않고 나물을 캐러 가자고 조르는 것입니다. 결국 나물을 캐러 갔습니다. 아이들은 나물을 캐는 것이 처음이라서 어떤 것이 냉이인지, 어떤 것이 씀바귀인지 모르면서도 마냥 신이 났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까르륵 웃음을 터트리는가 싶으면 이름을 알 수 없는 풀을 캐서 나물이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저는 냉이와 씀바귀가 있는 곳에 표시를 해 주고 캐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뿌리에 붙은 흙이 떨어질까 조심조심 봉투에 담는 것입니다. 마치 꽃을 옮겨 심는 것처럼 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이 백숙을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 역시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가 보았지만 닭고기를 살수가 없어 아이들을 그냥 보내고 목사님과 저는 쓰레기 봉투와 삽겹살 한 근을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A가 문 앞에 서서 부르는 것입니다.
“선생님, 지금 뭐 하세요?”
목사님과 저는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목사님과 저는 똑같이 말하고 말았습니다.
“얘들아, 들어오렴. 삽겹살 먹고 가렴.”
그러자 세 아이들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선생님, H가 그러는데 선생님과 목사님이 닭고기 드실 거래요.”
그러자 H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니?” 라고 말하며 부끄러워합니다. 삽겹살 한 근은 부족할 것 같아 E에게 삽겹살 한 근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고 저는 부지런히 야채를 씻었습니다. 목사님은 삽겹살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상을 차리고 H가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삽겹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세 아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맛있게 먹던지요? 삽겹살 파티가 끝났을 때는 어둠이 내린 후였습니다.
이번엔 A가 무섭다며 집에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입니다. 세 아이가 같은 빌라에 살고 있어서 함께 가면 될 텐데 데려다 달라고 조릅니다. 목사님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목사님을 따라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신정호공원에 가서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목사님과 행복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E가 차를 타고 가면서 성가대를 다시 만들자고 조릅니다. 그래서 저는 다짐을 받습니다.
“너희들 예배 시간에 떠들지 않을 수 있어?”
그러자 이젠 절대로 떠들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너무 떠들었던 탓에 목사님의 명령(?)으로 중단되었던 성가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다시 시작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목사님이 어떻게 꾸중을 할 수 있어?’ 하면서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는데 우리 예은교회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보아도 참 예쁩니다.
식당을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밤늦은 시간에 들어오시는 E네 집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E와 H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차를 돌렸습니다. 물론 신정호공원으로 갔습니다. 공원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난하지만 남편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C 권사님과 참 예쁜 우리 예은교회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동안 새벽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행복을 보았습니다.
(크리스챤신문. 2004.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