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공룡알화석산지, 광활한 삘기꽃밭과 붉은 퇴적암
1. 일자: 2024. 6. 7 (금)
2. 장소: 화성공룡화석산지
화성의 공룡알화석산지를 찾은 건, 두 번의 우연과 관심 때문이다.
평소 회사 인근의 명소를 시간 날 때마다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사진찍기와 등산을 겸하는 산악회 카페에 화성수섬이 가끔 등장하는 걸 보고 정보를 찾다가, 수섬은 거리도 만만치 않고 뻘밭이 있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망설여졌고, 대신 공룡알화석산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아름다운산행 산악회 일행이 이곳으로 출사를 나갔다가 시간이 늦어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하여, 추가 검색을 해보니 최근 방문한 이의 기록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데 정보가 꽤 알차다. 주의할 점은 16:30 이전에 입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조금 일찍 일과를 마치고 차를 몬다. 다행히 입장이 가능했다. 첫 눈에 들어오는 모습, 무척 광활하다. 인근에 송산그린시티 예정지가 보이고 시화방조제 넘어 이름 모를 곳에 건물들이 섬처럼 솟아 있고, 너른 평원 도처에 삘기꽃이 만발해 있다. 비록 절정기는 지났다 하더라도 꽃은 충분히 멋졌다. 시간에 쫓겨 데크를 따라 빠르게 걷는다. 중간지점 쯤에 아기공룡 둘리 모형이 있고, 이를 지나자 하나 둘 공룡알 화석이 나타난다. 광활한 평야에 산재한 붉은 바위 화석이 어인 여유로 불쑥 솟아 오랜 세월을 이겨냈는지 신비롭고 고마웠다. 자세히 살피니 층을 이룬 퇴적층이 먼 시대의 흔적을 알리고 그 중에는 공룡알을 품고 있는 바위도 꽤 있다. 놀랍다. 삘기꽃 보러 왔다가 더 귀한 공룡의 흔적과 마주한다. 여행의 묘미는 예기치 못한 낯선 것과의 만남인데, 오늘은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공룡의 자취를 볼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다.
길을 허락하는 곳 끝까지 가 본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만 걸음은 서둘러 가면서도 눈은 퇴적암을 꼼꼼히 살핀다. 광활한 평원, 먼 태고의 흔적, 바람에 흔들리는 삘기꽃 군락, 아득히 먼 인간이 사는 곳의 흔적.... 시간이 멈춰진 느낌이 들고 순간 멍해진다.
걸음이 빨라진다. 앞서가는 두 분을 따라잡는다. 5시 정각, 철문 앞에 선다. 경비가 철문을 잠그려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건내고는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여전히 아득하다. 눈 내린 겨울에 이곳에 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