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에서 제일 먼저 가을빛이 물드는 단풍나무에 드디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가을분위기에 매료되는 것 같아 마음 또한 가을 분위기로 침잠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주 오래전 작은 돌담사이에 잡초를 제거하다 새롭게 돋아나는 단풍나무 새싹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뽑아버릴까 하다 잠시 머뭇거리며 사유를 선택한 후 고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돌담이 울타리 성격이라 울타리용으로 키워보자는 결심을 세우고 이후시간 울타리용으로 적합하게 성목의 길로 잡아 주었더니 이렇게 울타리용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이, 삼단 행렬로 구성하여 만든 돌담 주변을 청소를 하려고 다가가면서 발견한 단풍의 빛~~ 하루이틀 사이에 이렇게 변신하는 것을 보고 가을은 재촉성이 짙은 계절임을 깨달았습니다. 가을날에는 우물쭈물하다가는 동티 나기 딱 알맞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찬서리 맞고 얼어터지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계절이 분명하기 때문에 모든 진행에는 속도감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10월 연휴 딸 내 가족과 그리고 외손주 학교 친구 가족들과 어울려 산막에 베이스 겜프를 차려 놓고 중심으로 이것저것을 찾아 즐기며 휴식기를 갖으려 한다기에 귀향하게 되었습니다. 귀향 후 개인적인 일들이 중첩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화급하게 해결하며 지내다 연휴가 끝난 후 다시 겨우살이 준비를 마저 끝내기 위하여 산막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가을빛을 경험하며 결국 가을이 왔지만 금세 겨울로 진입할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동안 여름절기가 예상을 뒤엎고 길게 이어지자 초목들도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완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금년 가을은 짧은 시간을 보내다 우리 곁을 홀연히 스쳐 지나갈 것 같습니다.
가을장미꽃이 한 송이 피어 빈 가지에 달아 놓은 것을 보면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라는 이육사 시인의 시귀가 연상되면서 경 외로움이 휘감겨옵니다. 5월과 6월에 탐스럽게 피기 시작하는 장미꽃은 계절의 여왕의 주인공 자리를 놓치지 않지만 여름에 들어서면서 꽃이 진 빈가지와 더불어 잎사귀도 전부 떨어져 나간 모습은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하여 혼신을 다한 후의 지친 모습을 보는 듯하여 자꾸 눈길이 연민의 정을 보내게 되는 것이 바로 장미꽃나무입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찬바람이 불면 빈가지마다 한 잎 도 잎 잎사귀들이 새싹처럼 돋아나고 이어서 한 송이 두 송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모습은 새로운 개화의 감흥을 얻기에 족한 희열에 응집이랍니다. 봄철에 피는 장미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마음이지만 가을 장미는 애잔 미가 마음을 적셔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희소한 미가 화려한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또 다른 미가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석축에 핀 쑥부쟁이와 풀숲에 핀 쑥부쟁이가 가을의 전령사를 자처하듯 가을을 익어가는 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너무 여린 꽃가지에 순백의 귀품 어린 가을서정이 느껴지는 하얀 꽃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꽃을 받쳐든 연약한 꽃가지가 연민으로 다가옵니다. 희생이란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이를 바탕으로 이뤄내는 고결함은 어느 아름다움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군요. 인고의 세월을 만들어내는 온갖 자연의 법칙 안에서 결실이란 이 자리까지 걸어온 가을, 이를 바탕 삼아 혹독한 겨울을 살아내고 다시 새 생명으로 시작하는 봄은 분명 생명의 부활입니다. 가을의 중심에서 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11일 새벽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와 데크를 밟고 서자 소나무가 짙은 안개 사이에서 맥질을 하듯 보였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소나무가 아니라 안개였습니다. 흩어졌다 모였다가 반복을 하며 휘감듯 풀듯하며 안개가 연출하는 새벽공기춤은 동녘의 여명의 빛 따라 안개매듭을 풀어내는 모습은 참 장관입니다. 이슬 맺힌 꽃송이 물 구술들도 가을친구라는 사실을 각인 시켜주고 있습니다.
첫댓글 아~
가을인가!
산막에 찾아온 가을은
날이가고
해가 바뀔수록 더욱
아름답고 가을의 정취를
뽑내는 아름다운
산막~
리더님의 정성과
노력이 산막을 보는
우리들에게 더욱 아름다운 가을이 오고
가는걸 알려주듯~
눈 호강을 즐겨봅니다
한동안 카페에 글이 안올라와
어디가 편찮으신가?
살짝 염려도 생각 해봤지만요. ㅎ
리더님!
다음 만나기를
기대해 보면서
건강히 잘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가을 빛에 물든 秋의 서정, 참 근사합니다. 가을이 좋아 하늘과 단풍 숲에 숨고 싶습니다. 욕심끝에 정신을 차려 가을은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을을 숨기면 봄은 올 수 없겠지요.. 시작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은 시간 흐름때문입니다. 흐름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고귀한 순리입니다. 시간이 멈춰진다면 주변은 부패의 물질로 악취가 진동할 것입니다. 흐름이란 새로운 약속이지요. 그래 보고 느끼며 사랑하다 가을을 보내려합니다. 배웅하기 전 가을 숲에서 뵙기를 소원하며 안부나눔 고맙습니다. 늘 강건하시기를~~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