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대하여[易] 5수
옛날에 주석을 낸 사람이 삼십삼 인인데 古箋三十有三家
집해에서 혹 덜 걸러진 것도 있기는 하나 集解淘金或見沙
이것이 바로 우리 집 세전의 유물이기에 此是靑氈舊遺物
열 겹으로 단단히 싸고 한번 만져 보노라 十回扃鏁一摩挲
승강왕래는 속일 수 없는 일이거니와 升降往來不可誣
우양견시는 어찌 공연히 붙인 말이리오 牛羊犬豕豈徒呼
삼성의 남긴 글을 땅에 떨어뜨리어라 三聖遺文屬墜地
이름난 가문에 이런 목저노가 나왔네그려 名門生此牧猪奴
획이 변하고 괘가 변한 걸 효라고 하는데 劃動卦變是名爻
채묵으로 용얘기하며 강교에 있었네 蔡墨談龍在絳郊
획으로 효를 만들어 탑처럼 쌓아올려라 以劃爲爻壘似塔
복희씨가 죽었으니 다시 누가 조롱을 할꼬 庖犧沒矣更誰嘲
재윤은 시초점에 없을 수가 없거니와 再閏蓍家不可無
중부와 소과는 묘하게 추기를 돌리도다 中孚小過妙旋樞
대연수 오십에 대해선 설들이 분분하지만 大衍五十紛紛說
손꼽아 보니 이제는 부절을 맞춘 듯하구려 屈指如今似合符
선천괘의 도획이 희주에 이르기까지 先天圖劃薄姬周
순역의 안배를 놓고 지척을 시름했는데 順逆安排咫尺愁
일찍이 왕자합에게 편지 한 장 수답한 데서 一紙會酬王子合
회옹의 정론이 천추에 빛나는구려 晦翁定論照千秋
[주1] 승강왕래升降往來 :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천지음양(天地陰陽)의 영허(盈虛)ㆍ소식(消息)과 승강ㆍ왕래하는 이치를 이른 말이다.
[주2] 우양견시(牛羊犬豕) : 《주역》계사(繫辭)에 “곤괘는 소이고 감괘는 돼지이고 간괘는 개이고 태괘는 양이다.[坤爲牛 坎爲豕 艮爲狗 兌爲羊]” 한 데서 온 말로, 이것은 곧 동물(動物)에서 괘상(卦象)을 취한 것이다.
[주3] 삼성(三聖) : 여기서는 곧 《주역》을 찬한 세 성인으로, 복희씨(伏羲氏)ㆍ주 문왕(周文王)ㆍ공자(孔子)를 이른 말이다.
[주4] 목저노(牧豬奴) : 돼지나 소를 먹이는 무식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 말이다.
[주5] 채묵(蔡墨)으로 …… 있었네 : 채(蔡)는 거북을 말한 것으로, 채묵은 바로 거북점을 칠 적에 거북껍데기에 먹으로 획을 그은 다음 이를 태워서 길흉(吉凶)을 점치는 것을 말한다. 강교(絳郊)에 있었다는 것은 한(漢) 나라 때 《주역》을 모방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한 양웅(揚雄)이 바로 강주 지역인 하수(河水)ㆍ분수(汾水) 사이에서 학자들을 교수(敎授)하였기 때문에 곧 그를 가리킨 말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6] 재윤(再閏)은 …… 없거니와 : 재윤은 5년 동안에 윤월(閏月)이 두 번 드는 것을 말하는데, 시초[蓍]로 점을 칠 적에 대연수(大衍數) 50에서 49를 사용하되 맨 처음 이를 둘로 나누어 천지(天地)를 본뜨고, 하나를 걸어 삼재(三才)를 본뜨고, …… 남은 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윤월을 본뜸으로써 5년 만에 다시 윤월이 들게 되는 데서 온 말이다.《周易 繫辭》
[주7] 중부(中孚)와 …… 돌리도다 : 중부의 괘상(卦象)은 ‘
’으로서 이음(二陰)이 안에 있고 사양(四陽)이 밖에 있으며, 소과(小過)의 괘상은 중부괘와 정반대로 ‘
’ 이렇게 되어 있어 사음이 밖에 있고 이양이 안에 있는데, 자세한 것은 본 괘사(卦辭)를 참조.
[주8] 대연수(大衍數) …… 분분하지만 : 대연수란 천수(天數) 25와 지수(地數) 30을 합친 55에서 그 대수(大數) 50을 말한 것인데, 실제로 점을 칠 때에는 이 50에서 다시 하나를 빼고 49만을 사용하게 되어 있는바, 이에 대하여 역대에 걸쳐 왕필(王弼)ㆍ경방(京房)ㆍ마융(馬融)ㆍ정현(鄭玄) 등 수많은 경학자들의 개인적인 학설이 분분했음을 이른 말이다.《周易 繫辭》
[주9] 선천괘(先天卦)의 …… 빛나는구려 : 희주(姬周)는 희성(姬姓)인 주 문왕(周文王)을 이름. 송(宋) 나라 때 소옹(邵雍)이《주역(周易)》에 관하여 복희씨(伏羲氏)의 선천괘위도(先天卦位圖)와 주 문왕의 후천괘위도(後天卦位圖)를 작성하였는데, 주희(朱熹)의 문인인 왕우(王遇 자가 자합(子合)임)가 주희에게 팔괘(八卦)의 방위(方位)에 대해서 묻자, 주희의 답서에 “강절(康節 소옹의 시호)의 말에 ‘복회씨의 팔괘로 말하면 건(乾)의 위치는 본디 남쪽에 있고, 곤(坤)의 위치는 본디 북쪽에 있었던 것인데, 문왕이《주역》을 거듭 정할 적에 이 방위를 바꾸었다.’고 하여 그 설이 매우 많으나, 대개는 견강부회와 천착에 가깝기 때문에 나는 일찍이 거기에 깊이 유의하지 않았으니, …… 이것을 의당 빼 버려야 할 것이요 굳이 억지로 통하려고 할 것이 없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朱子大全 卷49 答王子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