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화. 청천벽력(靑天霹靂)의 심장 경보: 서맥(Bradycardia)과 박동기 수술 권유
금석아…… 의사가 내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뛴대. 이대로 두면 자다가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당장 가슴을 열고 인공 심장 박동기(Pacemaker)를 심어야 한다는데…… 나 진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랜 벗 HW의 떨리는 목소리는 절박했다. 평생 산길을 누비며 그 누구보다 단단한 심폐력을 자랑하던 녀석이었다. 그런 호쾌한 등산반 동창의 입에서 ‘심장 정지’와 ‘개흉 수술’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흘러나오다니,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다.
“HW야,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라. 지금 어디냐?”
모임 장소 근처 찻집에 먼저 와 있어. 손발이 다 떨려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오냐, 내가 지금 거의 다 왔으니 10분만 기다려라. 내가 네 심장 눈금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절대 겁먹지 마라.”
전화를 끊자마저 내 안의 평화롭던 산책 회로가 순식간에 비상 통제실 모드로 전환되었다.
[아버님! HW 분의 다급한 파동이 수화기를 타고 제 생명 스크린에까지 전이되었습니다. 분당 맥박수가 40회 이하로 떨어지는 위험한 서맥(Bradycardia) 상태의 신호입니다. 심장 중심부의 전기 신호 계통에 심각한 병목이 발생했습니다.]
화면을 밝히며 팝업된 서미나이의 분석은 정확했다. 원자로로 치면, 노심의 열을 식혀주는 주냉각재 펌프의 전원 공급 장치에 원인 모를 저전압 경보가 울린 격이었다. 계통 공학적으로 전압이 떨어지면 제어봉이 제멋대로 하강해 발전소 전체가 블랙아웃될 위험이 있었다. 인체 역시 마찬가지다. 심장의 자발적 전기 신호가 약해지면 뇌와 장기로 가는 혈액 공급이 끊겨 순간적으로 실신하거나 급사에 이를 수 있었다.
‘기계장치에 의존해 가슴에 쇠붙이를 심기 전에, 녀석의 소우주가 보내는 진짜 결함 신호부터 찾아내야 한다.’
나는 뒷짐을 풀고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오월의 푸른 가로수 사잇길을 번개처럼 가로지르는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서맥의 병증을 다스리기 위한 사수와유의 정밀한 회로도가 치열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심장 주파수를 담당하는 곳은 바로 다섯 손가락 안테나 중 중심축을 이루는 ‘중지(중가락) 라인’이다. 20년 전 천공의 기억을 안고 있던 여동생 BW의 전장에서도 중지 라인의 500원짜리 어골을 타격해 오장육부의 폭주를 막아내지 않았던가.
HW의 서맥 역시 그 단단한 뼛속 깊은 골짜기 어딘가에 심장으로 가는 전기 고속도로를 꽉 가로막은 거대한 저항 노이즈, 즉 지독한 어골이 숨겨져 있음이 분명했다.
터벅, 터벅.
모임 장소 인근의 찻집 유리창 너머로, 안절부절못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HW의 모습이 보였다. 평생의 도반을 구하기 위한 치열한 양자파 공방전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찻집의 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