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6일 '미미참족발' 정수영 오너 셰프는 월간 '외식경영'이 진행한 '잔치국수와 냉국수' 전수회 강사로 서울을 다녀왔다. 벌써 2년째다. 초청장에는 "기존 국수와는 '맛의 격이 다른' 잔치국수와 냉국수를 전수하는 자리"라고 써 있었다. 하고많은 셰프 중에서, 족발집 사이드 메뉴로 나오고 있는 잔치국수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족발은 제가 평생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를 메뉴지만 국수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다 함께 잘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레시피까지 공개했습니다."
'미미참족발'을 보고 놀란 건 그뿐이 아니다. 1, 2층에 식당을 두고 3층에서 살고 있는 정 셰프는 자택에서 일체의 조리 시설을 없앴다. 그러니까 1층 식당 주방이 정 셰프네 가족 주방도 겸하고 있다. "'고객에게 드리는 음식이 곧 내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 전 단층 자택 건물을 헐어서 식당을 지을 때부터 작심한 일이다. 하긴, 특급호텔 양식당 일만 하다가 새로 시작한 일이 족발집이었으니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퇴직하기 전, 이미 족발에 대한 특허출원 신청까지 한 것만 봐도 준비는 남달랐다.
"당시 족발 소스에 관한 특허는 있었지만 족발 제조방법, 즉 삶는 방법에 대한 특허증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특허증 교부로 정 셰프의 맛 연구가 끝난 건 아니었다. 대학교수와 약사를 하고 있는 형제들에게도 끊임없이 자문하고, 음식과 오행(五行)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정 셰프와 24시간을 함께하는 그의 아내 신숙화 씨가 어느 날 말했다. 특허증도 나왔는데 무슨 실험을 계속 하느냐고. 그러자 정 셰프는 "연구엔 끝이 없다"고 하더란다.
냉채족발과 일반 족발 소짜를 주문했다. '따뜻한 족발'을 강조하는 미미참족발은 족발을 담는 그릇도, 진공포장 상태에서 뜯은 족발에도 토치로 살짝 열기를 더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물론, 한약재 맛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정도는 남달랐다. 상추에다 족발 한 점을 올리고, 도톰한 굵기로 썰어서 숙성한 뒤 양념을 한 무말랭이를 얹은 뒤, 서산표 새우젓갈을 더했더니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냉채 족발은 겨자 소스와 어우러져 상큼했다. 그러고 보니, '미미참족발'은 그날그날 들여오는 돼지 앞다리 생족으로 족발을 만드는 데도 일일이 진공포장을 했다. 음식은 맛도 있어야 하지만 위생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수도 맛보았다. 밀가루 70%에 감자전분 30%를 더했다는데 쫄깃한 면발이 살아 있는 생면이다.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났다. 잔치국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국물 요리의 기본 베이스로 사용해도 무난할 듯싶었다. 서울에서 그를 초빙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