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조조울을 둘러쳤습니다.
세상의 소리도 들어오지 않고
기도소리도 나가지 않습니다.
새 울음소리조차도 울리지 못하고
모기소리처럼 사라집니다.
슬픔도 기쁨도 의미없이 삼켜버립니다.
멀리있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 산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과거의 경험으로만 알뿐,
오늘, 아니 내일은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알 뿐입니다.
내가 오늘, 내일을 여전히 살 것 같지만,
그것은 경험이고 희망일뿐,
장담할 수 없는 일처럼 말이죠.
모든 것이 불투명하지만,
아직은 붉은 색깔을 지닌 실목련잎이며,
조팝나무 잎이며,
벌써 잎 가장자리가 거뭇하게 스러지는
꿩의 다리 잎이며,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침묵처럼 소리는 사라지는데,
황철쭉 겨울눈이, 수국의 겨울눈이
엄마의 젖을 잘 먹은 우량아처럼 튼실합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글,사진 fr.최영선알렉산델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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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한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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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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