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답게 거창하게 시작하여 모두의 성원하에 그런대로 잘 마칠수 있었던 산행과 시산제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당초 시산제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먼곳인 경상북도와 남도의 밀양과 경계지역에 있는 경북 청도군의 화악산을 오르고,한재마을 에서 기르는 청정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오는것으로 계획되어 있던것에 나중에 시산제를 끼워 넣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생기는것은 어쩌면 당연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은 무리수라고 다수가 염려 하였지만 복희언니가 다수의 의견을 들어 건의하신 사안이고 다음산행에 좀더 치밀하게 준비하여 지내는것이 낫다고 판단하려고 했으나 음력 1월중에 지내는것이 좋다라는 말씀에 음력1월29일인 3월 첫째주 화요일 산행일인 3월5일에 시산제를 겸하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나름대로 거금을 들여 굿도 여러번 해봤고, 집에서 제사도 모셔봤지만 산악회에서 지내는 시산제는 처음이었다.
그나마 다른산악회 시산제에 참여하여 직접 경험도 해봤고, 든든한 우리 임원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셔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며,특히 경험이 풍부하신 박주영고문님께서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금번 시산제에 참여해서 도와주시기로 하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고, 실제로 박고문님께서 축문을 비롯한 서면 준비물과 함께 현지에서도 제를 주관하시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감사드린다.
사실 평소에 다니던 산행준비는 하도 해봐서 이제는 익숙한 상태였지만, 시산제준비와 함께 미나리삼겹살도 식당에서 먹는것이 아니라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불판을 빌리고, 미나리를사고,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라서 혼자서는 도저히 할수가 없는 형편이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임원님들의 도움이 절실했던 과정이었다.
준비사항을 적어 임원단톡방에 올리자 임원들의 보따리가 하나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시산제를 제의해주신 김복희부회장님께서 가장중요한 돼지머리와 대추,밤을 준비하신다고 하셨고 추가로 김치와 돗자리 쌈장,초,북어포,실,향까지 준비해 주셨다.
이어서 임영순홍보이사님이 밥을,그리고 이인애감사님께서 교자상과 일회용품다수를 가져가라하시고,이경애총무님은 맛있는 삼겹살이라며 사진을 올리신다.
산행하루전날엔 오전에 사무실에가서 서류준비를 마치고, 오후에 임원님들이 준비해주신 물건을 싣고 마트에 들러 다른 준비물을 살 요량으로 이경애 총무님께 전화를 드렸다.
마침 손자 유치원 입학식이 있어 함께 점심 잡수러 가셨단다.
나도 점심을 못먹어서 허기가 밀려왔다.
그래도 이인애 감사님과 약속시간인 2시에 맞추어 용인으로 차를 몰았다.
이인애감사님댁에서 교자상과 물품이든 가방을 싣고는 복희언니댁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이경애총무님을 만났고, 함께 복희언니가 준비한 물건을 차에 가득 실으니 트렁크에 빈곳이 없을 정도였다.
다시 이경애총무님께서 일하시는 매봉산장으로 가서 삼겹살을 실은후 함께 장보러 가시겠다는 정영순부회장님댁인 야탑으로 이동하여 함께 광주시 경안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물을사고 다시 초월역앞 새로생긴 대형마트에서 과일과 생수,막걸리,두유,마늘등를 사서 실으니 뒷좌석까지 만차라 사람이 탈 공간이 없었고 미리예상했던터라 차를 집에 모셔두고, 상하는 물건들을 우리집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나와서는 초월역 옆에 있는 순대국집에서 국밥하나씩 먹고, 세분임원님들은 경강선 열차를 타고 성남으로 가시고 나는 긴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준비사항이 많기는 했지만 글로 표현해보니 별로 재미도 없는데 장황하게 늘어놓은것 같다.
산행일 아침 평상시와는 다르게 할일이 생겼다.
전날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나물과 삼겹살을 스치로폴 박스에 담고 얼음팩을 넣고 테이프로 단단히 둘렀다.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받아두었던 시산제기념타올도 무게가 꽤나 나갔다.
윗층에 자고 있는막내아들을 깨워 차까지 들어달라하고는 둘이서 함께 차에 실으니 이경애총무님 짐 실을 자리가 없었다.
주문이 밀려들줄 알았는데 나와 윤석웅님 그리고 박주영고문님만 사신다고 하셔서 조금은 미안했다.
산행과 시산제에 대한 안내를 마친 우리일행 41명은 중간에 휴게소를 한번더 들렀다가 청도 한재마을 입구까지 내달렸다.
한재마을 골짜기에 수없이 펼쳐진 미나리재배용 비닐하우스(일명 미나리꽝)가 눈에 들어오고 좁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우리의 목적지인 평양1리 노인회관이 문이 굳게 닫힌채 우측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진행방향에 따라 먼저 다다른 노인회관에서 B조일행 19명이 내려섰고 살짝 꽃이핀 매화나무가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마을 깊숙히 화악산 들머리를 찾아 올라갔고, 나머지 일행들은 밤티재 고개까지 이동하여 18명이 약 4시간이 소요되는 화악산 종주코스의 산행을 시작했고, 차는 다시 평양1리노인회관 앞으로 돌아왔다.
나도 시산제 준비관계로 복희언니와 이경애총무,이인애감사,임영순홍보이사님과 함께 B조에 있었다.
그동안 박주영고문님께서는 시산제 올릴 장소를 물색하여 나하고 무전을 주고 받아 확정시켰고, 거기서 기사님과 함께 길을 걸으시며 무던히도 긴긴시간을 기다리셨다.
A조는 시산제와 도착시간이 늦은 관계로 빠른걸음으로 산행을 하시라고 수없이 말씀을 드려서 조바심을 가지고 산을 오르시느라 제대로된 산행을 못하셨을 것이다.
더군다나 발이접질려서 이용우고문님께서 왔던길로 돌아가셔서 보살펴 주시고, 김영호 친구가 부축해서 오시고, 마을분이 차를 태워주셔서 그나마 다행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친분이 계셔서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했던 일도 생겼으니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산악회 회장으로서 상당히 미안한 일이다.
모름지기 산악회에서 산행계획을 세우고 공지를 한후 예약을 하였다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대로 진행해야만 하는것이 나의 지론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하고,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로즈산악회가 제대로 평가를 받는것이다.
그래서 A조의 산행은 원래대로 진행함이 맞는것이다.
시산제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애간장을 타게 했던 다른 마음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떻든 나와함께 아래화악산을 목표로 올라갔던 B조일행 19명은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가며 도란도란 초봄의 따뜻함을 느끼며 산을 올랐고, 본격적인 화악산 입구에서 앞서가시던 변병남형님과 복희언니가 길을 잘못들어 가파른 산길이 이어지는 움직이는 돌길을 따라 올라갔고. 그길을 포기하거나 중간에 내려가시는분들이 속출하여 최종적으로 아래화악산 갈림길까지 오른 사람은 8명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이없어 아래화악산을 500m 남겨놓은 갈림길에서 오름을 멈추어야만했다.
우리는 그곳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소주한잔씩을 나눠마시고는 아쉽지만 시간이 바빠 하산을 서둘렀다.
박주영고문님께서 자꾸 무전을 하셔서 우리는 뛰다시피 마을길을 내려갔고 그래도 제시간에 시산제를 올릴 주차장에 도달할수 있었다.
가자마자 부지런히 젯상을 차리고, A조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이용우고문님과 수시로 무전을 주고 받았다.
그러던중 제문을 가지러 버스에 올랐는데 이미자님과 함께 처음으로오신 약간 덩치가 있으신분께서 다른사람도 앉아 있는데 큰소리로 아침에 김밥하나주고 배고픈데 아무것도 안주냐고,너무오래기다린다고,광주의다른산악회는 이러지 않는다고,A조는 왜가라고해서 이렇게 늦게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하는둥 선동적인 말씀을 내가 들으라고 쏟아 내신다.
산악회 손님을 주인이라 생각하고, 나는 머슴이라 여기며 사람을 대해온 나로서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맛있는것 먹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장을 부르더니 직접 항의하신다.
다른사람 다듣는 시동도 안걸린 조용한 버스안에서
이번에는 로즈산악회를 위해서 한마디 해야했다.
선동하는 말씀하지마시고, 로즈는 형편없는 산악회가 아니고, 나도 아무생각없는 회장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음부턴 본인만 오시지 않으면 된다고 하였더니 아무말씀 안하신다.
불쾌했다.
여기서 배려라는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련다.
"배려(配慮)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좋은 말이다.
나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날은 곶감도 두개나 더드렸는데....
산에갈때 간식싸오시라고도 했고 그게 기본 아닌가?
사실 아침은 집에서 드시고 간식으로 백설기떡이나 김밥에 두유를 드리는것은, 여타 산악회가 아침을 휴게소에서 버스를 세워놓고 비가오나,눈이오나,추우나,더우나 밖에서 상펴놓고 먹는모습이 보기에도 안좋고,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잡숫는분들도 불편하여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고, 요즘은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밖에서 음식을 못먹게 하여 먹다가 쫒겨나보니 거지같은 생각이 들어서 가급적 차안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는것이 로즈산악회 방침이다.
참고로 나는 일요일에 출발하는 다른산악회 두곳을 더 다닌다.
두산악회 모두 아침,점심을 준비해 가지고 가서 밖에서 해결한다.
시산제 음식은 상에 올리지 않은 음식도 시산제가 끝나기전에는 절대 손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음식을 드릴수도 없을 뿐만아니라 미나리삼겹살을 조금있으면 먹기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주심이 좋을것 같다고 모두에게 말씀 드렸다.
이어지는 임원님들의 절과 참석하신분들의 절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축문을 불에 태운후 젯상앞에 둘러 서서 신령님께 올린잔을 나눠 마시는 음복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산제를 마친우리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한재마을 가장 윗쪽에 있다는, 비교적 시설이 좋고 넓다는, 골막한재미나리집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정말로 늦었지만 맛있는 미나리 삼겹살로 그동안 주린배를 마음껏 채울수 있었다.
나는 식탁을 돌며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했더니 상당히 취기가 올랐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는 이내 잠들어 버린것 같다.
떡을 먹은것도, 복희언니가 깍아줬다는 과일을 먹은것도, 조한권형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쏘셔서 하나씩 나눠줬다는데 그사실도 모르겠고, 버스안에서 비몽사몽간을 오가다가 정신이 번쩍든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에 화장실 다녀오던중이었다.
화장실을 나서는데 평소에도 많은 일행분들과자주오시고 유쾌하고 활발하신 신갈에서 타시는 김기옥님께서 버스가 엉뚱한데로 간단다.
천안쪽으로 가야하는데 아니란다.
신갈정류장에서 사람이 기다리는데 신갈에 안가느냐고....
인애감사님이 신갈에 안들르고 죽전에서 내리면 안되느냐고 해서 답도 안했는데.....
마침 옆에서 나오시는 이재명 기사님께 여쭤봤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역으로 부산방향으로 가서 신갈에 내려드리고 톨게이트에서 유턴해서 올라오면 된단다.
구간이 짧아서 그렇게해도 된단다.
갈때는 순방향으로 경부고속도로 타고 갔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더냐
이것도 신뢰의 문제다.
신뢰는 한번 깨지면 걷잡을수 없이 추락하고 마는법이다.
고로 나는 이런 사실은 절대 용납이 안되는 사람이다.
마이크잡고 꾸짖었다.
인애감사님과 이재명기사님들으시라고....
인애감사님은 임원이시라 김기옥님이 들었을 땐 물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강요로 들렸을것이다.
고민고민하다가 나한테 얘기했을것이다.
절대 그러면 안된다.
기사님도 자기멋대로 운행하면 절대 안된다.
다음날 전화해서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
아울러 중국갈때 아침에 한번수고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했더니 편도인데도 인천공항까지 35만원 달라신다.
내심 무료서비스를 바랬는데 그냥 없던일로 했다.
김기옥님을 기다리시는분이 마침 죽전까지 오신다고해서 김기옥님은 죽전에서 내리셨고, 버스가 부산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사태는 막을수 있었다.
인애감사님도 다음날 전화가 왔다.
그러면 안된다고 했고 나의 산악회 운영방침을 충분히 설명 드렸다.
인애감사님은 얼굴도 모습도 예쁜분이지만 마음씨도 여리고 고운분이다.
경애총무님과 함께 몸을 사리지 않고 너무너무고생하신다.
눈물 나도록 고마운분이자 로즈산악회에서 없어서는 안될분이란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아픈말로 마음상하게해서 무척이나 미안했다.
자초지종도 대충 전해들었다.
모두가 정해진바대로 충실하게 이행하다보면 더욱 튼튼히 성장해있는 경기로즈산악회의 당당한 모습을 볼수 있을것이다.
시산제에 참석을 안하시면서도 찬조금을 내어주신분들을 포함하여 금전적으로나 다양한 물품등으로 찬조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시산제와 산행준비에 열과 성을 다해주신 로즈산악회 임원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일일히 소개해드리지 못하지만 카페 결산보고서에 충실히 올려 놓았다.
참석하신분들도 소개하곤 했는데 산행날 모란에서 그 짐을 들고 백경록님부부와 한잔을 더하고, 모란시장 주차장에 세워둔 내차에서 잠들어 버려 아침에 집에 왔더니 감기에 오한이 겹쳐 지금까지도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내몸같지 않아 병원에 가야할것 같아 산행후기는 여기서 끝맺을까 한다.
못다한 말들은 수정해서 보완하련다.
다음산행일은 3월19일이고 비교적 가까운 대통령별장이었던 청주시 상당구 소재 청남대를 가서 한바퀴 돌고 오는것으로 정했다.
이번에도 많은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를 고대해본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에 건강에 유의 하시고 밝은 모습으로 다음산행에 뵙기를 바란다.
4월첫째 산행일에는 예정된대로 북경 백석산을 다녀오고, 셋째주에는 산행과 함께 제철음식인 쭈꾸미샤브샤브를 먹고 오는것으로 추진해 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