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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24(일)
장거리 투어링에 참석 약속은 했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있어 불참했으면 하는 요량에 출발 전일 저녁에 jjy1777님께 전화했더니 그 쪽 사정도 마찬가지로 참석키로 했던 회원들 하나 둘 씩 불참 선언하여 이젠 12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컨디션 회복을 위해 저녁식사 후 종합 영양제 두 알, 제주도에서 사온 홍삼 엑기스 와 오렌지 1개를 먹고 나서, 집사람에게 밤 11:30분에 깨워달라 하고 잠시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일어나 챙겨놓은 준비물을 가방에 꾸겨 넣고 사무국에 도착하니 벌써 먼저 도착한 회원 모두들 잔차를 관광버스에 싣고 있다.
신속한 회원들의 몸놀림에 모든 준비를 이내 끝내고 버스에 오른 회원은 총 11명이였다. 00:20경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천석군님이 화북면 심산유곡에서 따서 담았다는 복분자 술을 한잔씩하고 각자 위치에서 잠을 청했으나 모두들 눈만 감고 있다.
관광버스는 원주휴게소에서 잠시 들렸다가 홍천을 지나 진부령을 넘어 고성군에 민통선 턱밑에 위치한 금강산 뷔페식당 도착한 시간은 04:20 쯤 된 것 같다. 식당 창고에 잔차를 맡기고 이른 식사 후 식당 한쪽에 누워 잠시 눈을 부치는가 했는데 이내 북한 금강산 관광객 한 무리들이 몰려와 온 식당이 소란스럽다.
06:30 쯤 기상이라고 소리를 내지르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터줏대감 님이 눈이 온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정말 눈이 내려 길에 쌓이는 바람에 출발시간을 1시간쯤 늦추었다.
모두 다시 만반의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데 금강산 뷔페 아주머니가 바쁜 손놀림을 하며 “이렇게 장거리 잔차 타는 것이 무슨 운동이냐, 고생하는 것이지” 하고는 자신들은 밤잠 못 자면서 매일 일만 해야 하니 사는 것이 불공평하다며 웃는다.친절한 뷔페 주인에게 부탁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07:20쯤 출발했다.
눈 덮인 길을 달리는 것은 운치도 있고 좋았으니 이내 도로 위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앞뒤 바퀴로 튀어 오른 물이 엉덩이를 적시고 속바지까지 베어 양다리로 흘러내린다. 뒤 바퀴에서 튀어 오르는 물을 막을 요량에 길에서 주운 종이 상자를 찢어 안장 뒤쪽에 대어 보았으나 임시 방편일 뿐이다. 앞쪽 일행을 따라 가는데 디카프리오님과 jjy1777님이 종전 88여단 부근에 있는 거진명란 공장 사무실에 들어가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면서 후덕하신 사장님에게 공짜로 물에 젖지 않는다는 미제(?) 종이 박스를 얻어 잔차 안장 뒤에 댔다.(그 사장님은 자신이 잔차를 타는 마냥 안장에 댈 적당한 물건을 구하려고 공장 안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다니셨는데 참 성의가 대단하셨고요, 또한 자전거하면 상주시라는 것도 알고 계셨음)
28년 전 내 군 시절 추억이 남아 있는 대대리 초소를 지나 간성읍을 경유 남하하는데 바지와 신발이 몽땅 젖어버렸고, 앞선 일행도 보이지 않아 송지호 철새 탐방하는 곳에서 젖은 양말을 짜서 다시 신는다. (겨울철에 모두 미쳤지 하는 생각에 웃음만 나온다 ㅋㅋㅋ)
젊은 심대령이 일정을 잡은 터줏대감님을 옆에 두고 “어느 놈이 天氣를 보지 않고 일정을 잡았냐”고 투덜거리다 바로 눈앞에서 딱 걸려 버렸다.(ㅋㅋㅋ) 이후로는 날씨도 좋고 도로 사정도 좋았다. 저 멀리 눈 쌓인 설악산의 웅장한 울산바위가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아야진 간이버스 승강장에서 터줏대감님 등 일부 회원이 기다리고 있어 그곳에서 우선 준비한 빵과 영양 갱으로 체력을 보충 후 다시 출발했는데 속초 시내를 못 미친 지점에 빗자루님이 늦잠 자느라 같이 출발 못했다며 개인화물차를 몰고 와 기다리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열성”이다.
그 후 지리를 알고있는(28년 전과 지금은 너무도 많이 변했음) 내가 앞장서 속초 중앙시장 입구에 도착 전 회원이 모여 속초의 명물인 갯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서 대포 항에 도착하니 12:00쯤 되었다.
잘 선택 해 들어간 도*횟집, 일생일대의 최악으로 선택한 횟집이 되고 말았다. 아무런 보조 음식 없이 보통식당에서 덤으로 주는 회의 양만큼 그것도 송어회 (바다물고기 횟집에서 시키지도 않은 송어회 주는 것을 처음 봄)를 주로 주고는 한 접시에 6만원이라니 참 바가지 상혼에 어안이 벙벙하다.(특히 바다님은 상당히 억울해 .... ) 손님을 끌 때는 청어 회는 먹을 만큼 준다고 해놓고 겨우 조그만 한 접시, 회원 모두들 너무하다며 이구동성 성토 해대니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겨우 인사치레다. 아무리 장사 속이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다시 이곳 속초 대포 항에 다시 들릴 사람이 또 있을지......
불쾌한 마음을 설악산 비경으로 풀면서 밀린 정체 차량 사이를 뚫고 설악산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지만 “잔차 출입금지”로 인해 기념사진으로 추억만 남기고 차량통행이 적은 설악산 상가에서 양양 방면으로 길을 잡아 종전 속초비행장 옆길을 통해 국도로 나와 낙산사 비치 호텔 앞에 도착하니 오후 2시35쯤이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며 이젠 국내 관광은 휴가철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유명 관광지에는 모두 관광객들로 붐비며 이곳 낙산사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낙산사 구경을 여러 번 한 내가 자진해서 노우정 앞에서 잔차를 지키고 나머지 회원들에게 구경을 권유 한 후 메모장을 집어든다.
몇 해 전 이곳에 산불이 심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옛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민둥산 위에 해수관음보살상 만 홀로 서 있다. 다시 열을 지어 낙단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타고 가는 것도 잠시 뿐, 4차선 국도로 나오자 또 자유님이 선두에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이강희 회원님과 차량을 운전하는 jjy1777님이 임무교대, 38선 휴게소 부근 3.1운동 기념비 앞에서 통닭, 빵, 초콜릿으로 시장한 배를 채우고, 남은 18km를 모두 선수인 모양 내 달린다. 나는 맨 뒤에서 평소 실력(?) 대로 100m 앞서가는 일행 3명을 따라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ㅋㅋ) 끝에 성공했다.( 아--- 힘들어)
도망가는데 선수인 자유님은 처음 투어링이라 몰라서 앞장서 마구 달려야 되는 줄 알았다는 엉뚱한 말을 하고, 터줏대감은 시합한(?) 무용담을 늘어놓아 여행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내가 묵은 방에는 오늘 힘들었던 후미 주자 4명이 모여 잠을 청하는데 여타 회원들은 힘이 남아도는지 2차를 하러 나갔다. 오늘 갑오 님은 평시와 달리 후미로 쳐지더니 피곤한지 벌써 잠에 빠졌고, 보건소 물리치료실장인 천석군님은 무릎이 좋지 않다는 jjy1777님의 무릎을 매만지다 무릎 근육 강화 방법까지 강의하고는 잠이 들었다.
2. 25(일)
어제 밤 2차 갔던 회원들이 걱정이다. 계획에는 07:30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일 뿐 모두들 멀쩡하다. 출발 전 주문진 어판장을 들려보니 삶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온갖 생선이 많이 나와 있어 구경 재미가 솔솔 했다.
주문진 - 연곡을 경유 사천해수욕장에서 빗자루님은 친구 분을 뵌 후 잠시 계속 海松 운치를 더하는 동해안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 경포대에 도착, 먼저 오죽헌부터 들렸는데 이곳에서도 잔차 문전 박대와 강릉 사람만 무료입장 덧에 걸려 기념만 남기고 돌아 먼저 나오는데 후발 주자들이 강릉 시내를 통해 정동진으로 직행하자고 논의했던 모양(?)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경포대 호수를 따라 조성된 길을 따라 송림 숲으로 들어서니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작가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홍길동전을 남긴 허균의 누이인 난설헌 허초희 님의 생가가 나왔다.
난설헌 님은 조선시대 태어나 당시 여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남편과의 불화 고부갈등 및 두 자녀를 잃고, 아버지도 경상감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상주 객관에서 운명하고, 오빠 허봉 마저도 요절하자 27세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참 한 개인의 이처럼 슬픈 운명이 애절하고 가슴에 와 닫는 글을 토해 내게 한 모양이다.
“곡자(哭子)”(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잃었네.., 슬프고 슬픈 광릉의 땅이여, 두 묻음 마주보고 나란히 서 있구나, 백양나무 숲 쓸쓸한 바람... 도깨비 불빛은 숲 속에서 번쩍이는데 지전(紙錢)을 뿌려서 너의 혼을 부르고, 너희들 술 부어 제 지낸다. 아! 너희 남매 가엾은 혼은 생전마다 밤바다 정답게 놀고 있으니, 이제 또 다시 아이를 낳는다 해도 어찌 능히 무사히 기를 수 있으랴, 하염없이 황대의 노래를 부르며 통곡과 피눈물을 울며 삼키리... 푸른 바닷물이 구슬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세는 채색 난세에게 기대었구나. 부용 꽃 스물 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시간이 촉박하다는 회원들 제촉에 페달 발놀림이 바쁘다. 투어링은 자연을 접하면서 잔차를 타고 또한 인생을 느끼는 것인데 이렇게 마구 달리면 생각 할 여유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낭패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정동진 역에 도착 한것은 12:00 쯤이다. 회원 모두 무사 안전 투어링을 끝낸 것을 안도하며 완주 기념사진을 남긴 후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나와 빗자루님과 바다님과 같이 잔차를 화물차에 싣고 먼저 고향 상주로 출발하고 나머지 회원님들은 13:30분 기차를 이용 귀향했다.
이번 우리는 총 180km(1일 125km, 2일 55km)를 라이딩 했는데 당초 예정된 거리보다 늘어난 것은 설악산, 낙산사 관광을 하고 비교적 안전한 해안 도로를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상주mtb클럽 전국 해안도로 잔차일주 계획”의 첫걸음을 내 딛었습니다. 참석 회원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못 하면서도 성원 해주신 강철구 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께도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악필이라 죄송합니다.
글쓴이 금강초롱 拜上
첫댓글 금강초롱님 빠쁘신 와중에도 이렇케 재밋게 그리고 머리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글 감사드립니다.같이 하지못한 회원님들에게 아쉬움이 많으네요 다음에는 많이 참석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모든분 늘 건강 하세요~~~~~~
금강초롱님은 학교 다닐때에 공부를 참 잘하신것으로 사료됨..... 한줄 한줄이 꼭 내가 자전거 타는 기분이 들게 하실까요. 그중에 일정 잡은 터줏대감님 옆에 두고 "천기" 운운하신 심대령님이 젤로 압권입니다.
손, 발이 얼어오는데 완전히 죽는줄 알았어요. 그러나 색 다른 맛입니다. 눈. 바다. 겨울산. 와우^^ 금강초롱님 라이딩후기를 자세히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국일주 첫 라이딩에 가지 못해 죽겠네~~~~. 모두들 잘 다녀오셨다니 좋구요. 왜 후기가 올라오지 않나 마니 기달렸는데... 좋은글에 사진에~~~~~ 저도 같이 라이딩 한 것네요. 3월꽃샘추위 가고 나면 잔차 열심히 타봅시다
금강초롱님 랑이딩후기 지나고 나도 그때와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생생히 잘올려주셧내요. 작가로 대비하심이 어떠실지 고생도 햇지만 지나고나니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것입니다 빨리 다음 투어링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