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속신앙 성주신 이야기.
1. 가신(집지킴이)신앙과 성주신
성주신은 집에 깃들어 집을 지키는 가신(집지킴이) 신들 중의 하나다. 집지킴이 신들은 가신(家神)이라 부르며 이를 섬기는 일을 ‘가신신앙’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가신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두머리 격인 성주가 하늘에서 내려온 점이라고 한다. 이것은 유라시아 유목민족의 전형적 문화 요소인 이른바, 천손강림 신화와 일치한다.
겨레의 지도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줄거리이다. 단군신화 속의 환웅도 하늘의 자손이다. 『삼국유사』에는 옛적에 환인의 서자 환웅이라는 이가, 자주 천하를 다스릴 뜻을 두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탐내어 구하여 무리 삼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마루턱에 있는 신단수 밑으로 내려왔다고 전하고 있다.
성주가 솔가지를 잡아맨 대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점도 흥미롭다. ‘태백산 마루턱의 신단수’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대나무를 ‘신이 내려온 대’라고 따로 부르며, 그 자체(신대)를 마을지킴이(동신)로 모시기도 한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에서 성주를 용마루를 받치는 동자기둥에 모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집안의 여러 기둥 가운데 가장 높은 데에 위치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가신 가운데는 성주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가 없다. 중국의 경우, 하늘과 관계된 가신은 조왕 하나뿐이고 그것도 한해 한번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보고하는 데 그치며 하늘의 신이 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산이나 들 또는 신사나 절간에서 모셔들인다. 격으로 보면 우리나라 성주가 가장 높은 셈이다.
‘가신’은 집을 지키는 신답게 집안 곳곳에 깃들였다. 방, 마루, 마당, 우물, 장독대, 곳간, 뒤란, 뒷간 등 어디에나 있다. 이외에 문에는 문신이 파수를 서고, 지붕에서는 바래기 기와가 망을 본다. 제아무리 힘이 세고 꾀가 많은 악귀라 하더라도 집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꿈에도 먹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집안에 들어온 악귀를 내쫓는 제례를 베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굳게 지켜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가신의 신체는 곡식이 대부분이다. 성주를 비롯하여 조상, 터주, 삼신 등은 쌀을 신체로 삼는다. 업 가운데서도 쌀과 연관된 것이 있다. 우리 민족이 농업을 천하에 가장 중요한 생업으로 여겨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신체인 곡식은 해마다 햇것으로 바꾼다. 이는 새 힘과 새 생명의 탄생을 상징한다. 묵은 것을 버림으로써 새 활력을 얻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주의 순환원리와도 같다. 조왕의 신체는 물인 것도, 물이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새벽마다 갈아 붓는 것도 역시 우주의 순환원리를 재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가신들은 대체로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잡아 사람들이 머리를 숙여 손을 비비며 축원을 올리기 알맞은 높이에 있다. 또 가신은 집 밖으로 나가면 집안이 망하는 것으로 여겨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제 구실을 다하도록 모셨다. 이처럼 가신들은 집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집을 지켜주는 인간에게 친근하고 가까운 신이라고 할 수 있다.
2. 성주신의 내력
성주는 집을 지키는 신이다. 성주풀이에서 “와가에도 성주요, 초가에도 성주요, 가지막에도 성주”라고 했듯이 어떤 집에라도 성주가 있다. 그는 인간에게 집을 짓고 연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무당노래에는 성주신의 내력을 아래와 같이 전한다.
천지개벽이 일어나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빛나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났다. 그리고 인황씨(人皇氏)가 다시 태어나고 그 형제 아홉이 세상을 아홉 구역으로 나누어 다스렸다. 천궁대왕과 옥진부인은 마흔 살이 되도록 자식이 없어 큰 산과 강에서 치성을 드렸는데 꿈에 도솔천궁의 왕이 나타나 아들을 주겠으니 이름은 안심국, 별호는 성주라고 지으라 하였다.
이에 아들을 낳게 되어 이름을 그대로 붙이니 남달리 영특하여 열다섯 살에 모든 세상 이치를 꿰뚫어 알았다. 어느 날 땅을 내려다보니 인간들이 집도 없이 수풀 속에서 살고 있었다. 성주는 지상에 내려가 사람들에게 나무를 베어 집짓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자기 별호를 후세에 길이 남기고 싶어졌다.
성주가 막상 세상에 내려왔으나 나무의 대부분은 산신과 당신들의 차지였다. 나머지도 까치와 까마귀들이 깃을 틀고 있어서 벨 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다. 다시 하늘로 올라가 옥황님께 사정하였다. 그의 뜻을 갸륵하게 여긴 옥황님은 제석궁에게 솔씨 서말 닷되 칠홉 오작을 주라고 일렀다.
그는 이것을 주인이 없는 민둥산에 심어놓고 다시 되돌아갔다. 성주가 열여덟이 되었을 때, 부모는 황회궁의 계화(桂花)공주와 짝을 채웠다. 그러나 그는 간신의 모함을 받아 무인도로 귀양을 갔다. 3년의 기한이 지나고 4년째 접어들어도 돌아오라는 소식이 없었다. 옷도 양식도 떨어져서 산나물과 소나무 껍질을 먹으려 살았고 마침내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는 어느 날 푸른 새의 발목에 무명지를 깨물의 쓴 편지를 잡아매어 날렸다. 편지를 읽은 천궁대왕과 옥진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삼천궁녀들도 따라 울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성주는 5남 5녀를 두었다.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솔씨를 심은 것이 생각나서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땅으로 내려왔다. 나무는 어느덧 아름드리로 자라나 있었다. 그는 자식들을 거느리고 냇가로 나가 쪽박과 함지박으로 모래를 퍼서 쇠를 일었다. 처음에는 사철 뿐이었다. 두 번째는 상철 다섯말과 중철 다섯말이 나와서 풀무를 만들었다. 그리고 도끼, 끌, 칼, 송곳, 대패, 괭이, 호미, 낫과 같은 온갖 연장을 벼렸다. 이것으로 사람들이 나무를 베고 다듬어서 집을 짓고 먹고 살도록 복을 주었다.
3. 성주신 모시기
인간에게 처음으로 집짓는 법을 가르친 까닭에 그는 집을 지키는 입주성주신이 되었다. 아내는 몸주성주신으로 자리잡았고, 아들 다섯은 오토지신(五土地神), 딸 다섯은 오방부인(五方夫人)이 되었다. 이 때문에 집을 지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성주와 집주인의 운이 맞는가를 알아본다. 문복장이의 ‘성주운 보기’가 그것이다. 양쪽 운이 좋으면 “성주운이 닿는다”고 이른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주인의 아들이나 손자의 운으로 대신한다.
가족 중(남자)에 맞는 사람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운을 빌린다. 주인은 상량식에도 절을 하지 않으며 상량문에는 운을 빌린 사람의 이름을 쓴다. 집을 다 지으면 하룻밤 자고 나서 주인에게 집을 팔아 넘기는 형식을 밟는다. 상대에게는 술을 내거나 담배값 정도를 건네준다. 이 절차가 끝난 뒤에야 상량에 써놓았던 이름을 바꾼다. 남의 운을 빌리는 것은 사정이 매우 급한 경우에 한하며, 흔히 성주운이 좋아지는 해를 기다린다.
성주의 신체를 모신 성주단지는 대주(垈主)의 대가 바뀌면 새로 장만한다. “성주단지와 대주는 동갑”이라는 말은 이에서 왔다. “성주는 대주 믿고 대주는 성주 믿는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호주가 죽더라도 상례가 끝날 때까지는 성주단지를 치우거나 쌀에 손을 대지 않는다. 성주는 집을 새로 짓거나 살림을 따로 나거나 호주가 죽을 때에만 새로 받드는 것이다.
성주는 흔히 대주의 나이에 7이 들어가는 해에 벌이는 성주굿으로 맞는다. 경기도 지방의 성주풀이에는 “아동 성주는 초칠 세, 초년 성주는 십칠 세, 이년 성주는 이십칠 세, 삼년 성주는 삼십칠 세...”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무당은 대청에서 홍두깨 끝에 세로로 네 번 길게 저은 백지를 말굽꼴로 구부려서 실타래로 싸맨다. 쌀을 가득 담은 말을 놓고, 백지를 잡아맨 부분이 위로 가도록 홍두깨를 받아 세운다. 그 위에 성주상을 올려 놓고 굿을 펼친다. 부정거리, 가망거리, 말명거리를 놀고 나서 성주받이로 들어간다.
무당은 중간에 백지 한 장을 잡아맨 성주대를 들고 마당에 서서 “성주신이여 내리소서” 기원한다. 성주대는 솔가지나 생대나무로 만든다. 솔이나 대는 녹색이 지닌 새로운 생명력이 집안 골고루 퍼지라는 뜻이다. 대가 흔들리면 신이 내린 것이다. 깨끗한 곳에 모신 뒤에 “천석 만석 불려주소서” 읊조리며 춤을 춘다.
신령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홍두깨 위의 성주상을 내려 주인에게 건넨다. 홍두깨에 잡아맨 백지를 풀어 대들보 밑이나 부엌 기둥 위에 실타래로 묶어서 걸어둔다. 백지 속에는 쌀 한 줌을 넣는다. 이어 성주풀이를 읊조린다. 뿌린 솔씨가 재목으로 자라고, 이것을 베어 집을 짓고 아름답게 치장하며, 이 집에서 태어난 아기가 과거에 급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덕담이다. 성주풀이는 굿의 규모가 클수록 길다.
서울에서는 세간을 마련하여 지을 치장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반면, 경상도에서는 집을 지어 나가는 목수의 행위를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다음은 경기도 성주풀이의 일부이다.
성주고사를 허랴 허고 독술을 빚더니 섬떡을 친다
이 집 진 도편수가 의관 정대하고 꿇어 앉아
성주고사 축원 비는 말이, 이 집 짓고 드는 임자
부자 장자 거부일세 세계 갑부 되옵소사
이 집에 아들 자손이 나거들랑 말 잘하고 글 잘하고
문장 명필이 되서 만고 문장되어 열다섯 살 십오 세에
나오모유로 알성과를 뵈오실 제 알성과 도장원 대과 급제하옵소서
성주는 부정하거나 위험한 일이 생기면 집에서 나간다. 아이를 낳은 피부정, 사람이 죽는 사망부정, 화재가 나는 화재부정 따위가 그것이다. 성주를 흔히 대청에 모시는 것도 이 곳이 깨끗하고 성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옛적에는 관청을 마루라 일렀다. ‘대청’이라는 말의 ‘청’에는 ‘관청’, ‘중앙청’ 등의 용례처럼 정사를 돌보는 데라는 뜻이 들어있다. 신라에서 임금의 뜻으로 썼던 ‘마립간’이라는 말도 이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말 ‘마루’도 ‘산마루’, ‘지붕마루’, ‘마루턱’처럼, 가장 높은 데를 가리킨다.
제사나 명절에는 먼저 성주상을 차린다. 혼사 따위의 비일상적인 일을 벌일 때에도 성주에 알린다. 상량 올린 날을 성주생일로 삼아, 해마다 상을 차리고 농사의 풍년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신에 따라 떡시루의 크기를 달리 한다. 예컨대 안방에 모시는 조상신에게는 대두 서 말짜리를, 대청의 성주에게는 대두 두 말짜리를, 터주에게는 한 말짜리를 바친다. 떡의 켜는 반드시 홀수로 하며, 그 위에 북어 두 마리, 정화수, 수저, 명주실, 쌀 한 주발 등을 놓는다. 수저에 드리는 실은 자손의 장수를 상징한다. 안시루에는 팥을 넣으며 성주시루에는 콩을, 터주시루는 흰무리로 한다. 안시루의 떡은 마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충청남도 대전시 일대에서는 무당이 종이로 만은 꽃을 성주로 받는다. 동으로 뻗은 대추나무나 감나무 가지를 손톱 마디 길이로 토막낸 것 3-7개를, 쌀 일곱 알갱이와 실 일곱 타래를 한지에 싸서 꽃수술 부분에 함께 묶은 것이다. 성주대를 통해 신이 내리면 꽃성주를 대들보나 안방 방문 위에 붙여둔다. 한편, 성주대에는 대나무 일곱 가지를 꺾어 묶고, 아랫도리에 한지를 여러 겹으로 오려서 성주치마를 입힌다.
제주도의 성주굿 가운데에는 사나이 심방(박수)이 목수로 변장하고, 집을 지은 재목에 붙은 잡귀를 쫓는 과정이 들어 있다. 심방은 잡귀가 놀라 달아나도록 얼굴에 앙괭이 칠을 하고 도끼와 낫 따위를 휘두르면서 집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이 때 주문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다.
4. 집안에 모시는 성주신
4-1) 강원도
① 고사 때 걸어두었던 백지에 실과 돈을 둥글게 뭉쳐서 대청 들보 밑에 붙인 것.
② 앞의 백지를 마룻대 아래 동자주에 잡아맨 것.
③ 앞의 백지를 안방 윗목 벽 상부에 붙인 것.
④ 단지에 처음 찧은 곡식이나 동전 또는 벼를 넣은 것.
이사 때, 단지 안의 쌀은 꺼내어 밥을 지어 먹고 단지는 산으로 가져가서 묻는다. 그러나 종이성주는 버리지 않고 생나무에 매달고 간다.
4-2) 경기도
① 대들보 위의 동자주에 백지나 담배를 말아 붙인 것.
② 대들보에 베 헝겊을 걸쳐놓은 것.
③ 큰 독에 쌀을 담은 것.
④ 도리에 백지 오래기를 서너 개 붙인 것.
⑤ 안방 문설주에 백지를 접어 붙이고 그 위에 쌀 알갱이를 뿌린 것.
⑥ 안방 선반 위에 단지를 올려놓고 쌀을 담은 것으로, 북어나 돈을 걸기도 한다.
⑦ 대들보 위에 쌀이 담긴 단지를 올려놓은 것.
⑧ 안방 한 모서리에 걸어놓은 쌀이 담긴 주머니로, 북어를 함께 매달기도 한다.
⑨ 성주굿을 할 때 입었던 무당의 옷이 담긴 상자를 대청의 들보 근처에 올려놓은 것.
⑩ 베틀들보에 걸어서 아래를 접고 명주실타래로 감아놓은 것.
4-3) 경상도
① 단지에 쌀을 넣어 선반 위에 얹은 것.
② 항아리에 쌀을 넣어 마루 한구석에 놓은 것.
③ 마룻대에 백지를 접어 붙여놓은 것.
4-4) 충청도
① 한지를 모지게 여러 겹으로 접고 왕돈 한 닢을 꽂은 다음, 안방 쪽으로 한 대들보나 동자주에 붙이고 쌀을 뿌려 붙게 한 것.
② 항아리나 작은 단지에 쌀을 넣고 백지로 봉한 것.
③ 백지에 대추나무 가지를 묶어서 기둥에 잡아맨 것.
4-5) 전라도
① 안방 선반이나 마루방에 보리나 쌀이 담긴 독을 올려놓은 것.
종이뭉치성주는 시월 상달이나 정초에 무당이 안택굿을 치를 때, 창호지에 쌀 알갱이를 넣어 네모로 접은 다음, 술에 담갔다가 뭉쳐서 들보를 향해 던진다. 이것이 단번에 들러붙으면 좋다고 여긴다. 켜놓았던 촛불은 팥을 뿌려서 끈다.
5. 배에 모시는 성주신
성주는 배에도 모신다. 어부에게 배는 집과 같기 때문이다. 주로 여신인 배의 신은 ‘서낭’, ‘선왕’, ‘배서낭’, ‘배성주’, ‘당’ 으로 불린다. 신체는 한지에 신의 이름을 쓴 것, 배에 세우는 깃발, 쌀을 넣은 단지, 가위, 실, 헝겊 상자 따위이다. 단지나 상자는 기관실 정면에 놓으며, 종이는 흔히 멍에에 붙인다. 이밖에 한지에 북어를 묶어놓거나 긴 네모꼴로 접은 백지에 삼색실을 얽어둔 것도 있다.
경기도와 전라도 일대에서는 배서낭의 성이 김씨이고 묵을 좋아한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고사 때에는 묵을 바다에 던지면서 “물위의 김서방, 물아래 김서방이 묵 잡수시고 고기 많이 들게 도와주소서” 읊조린다.
안전한 조업을 위한 의례도 여러 가지이다.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정기적으로 섣달그믐고사, 떡국고사, 정월보름고사, 큰고사, 조금고사, 서마날고사, 열마날고사를 올린다.
그믐고사는 한 해의 풍어에 감사하고 이듬해의 재수를 발원하는 고사이다. 정월 초하루에 올리는 떡국고사는 밥 짓는 이(火長)나, 선원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영자가 소지를 올리고 풍어와 선주의 태평무사를 기원한다. 보름고사도 화장이나 영자가 주관한다.
선주는 이들을 집으로 불러, 술과 음식을 나누며 흥겹게 지낸다. 큰고사는 정월 그믐께 날을 따로 받아 지낸다. 화장과 사공의 궁합을 보고 행선 날의 운수도 점친다. 조금고사는 고기를 잡아 들어왔던 배가 다시 나갈 때 지낸다. 뱃사람들은 특히 이 고사에 정성을 모은다. 서마날고사는 조기나 갈치, 병어 등 처음 잡힌 고기를 선원 수대로 굽고 밥과 함께 차려놓고 지낸다. 화장과 사공이 “도장원을 바랍니다” 축원하다. 열마날고사는 서마날고사와 같다.
제주도에서는 배성주를 ‘배옥서낭’이라 부른다. 신체는 백지에 삼색천과 실꾸러미를 감은 것으로 흔히 선장실에 모신다. 신이 깃든 배의 등급에 따라 상선(上船)에 오르면 상서낭, 중선에 오르면 중서낭, 하선이면 하서낭이라고 한다. 여자가 배에 오르면 배서낭인 애기씨가 질투를 하여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여긴다. 이 신은 수수떡과 수수밥을 좋아한다.
성주를 여자가 받드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흔히 그 집의 주인(대주)이 모신다. 가뜩이나 양이 적은 것을 이곳저곳에 뜯겨서 남는 것이 없을 때, “지신에 붙이고 성주에 붙인다”고 하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성주신은 제물을 먼저 바쳐야 하는 중요한 신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6. 성주맞이 굿
가신(家神)인 성주신에게 식구들의 재앙을 물리치고 행운이 있게 해달라고 비는 굿을 일러 성주맞이굿이라 하며, 일명성조(成造)굿이라고도 한다.
성주굿은 대개 마을굿이나 개인집 재수굿의 한 제차로서 행해진다.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의 제액(除厄)과 재수발원이 목적이어서 강원도․충청도․전라도 지방에서는 가정 단위의 재수굿을 성주굿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을 새로 지어 상량식을 할 때에도 성주굿을 한다.
성주굿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새로 성주의 신체(神體)를 모시는 행위가 따르고 『성주풀이』가 불려진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성주굿을 할 때는 성주를 상징하는 신체를 모시는데, 한지에 실이나 동전을 넣은 것이 대부분이고 쌀을 넣은 독으로 모시기도 한다. 『성주풀이』는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 성주신의 내력담인 무속신화인 경우도 있고 단순히 성주신을 칭송하고 소원을 비는 축원무가인 경우도 있다.
각 지역의 성주굿은 다음과 같다.
6-1) 서울지역의 성주굿
서울지역에서는 집을 새로 지었거나 대주의 나이가 27세, 37세, 47세, 57세 되는 해의 재수굿을 할 때 성주굿을 한다. 27세 초년성주, 37세 이년성주, 47세 중년성주, 57세 대성주라고 해서 이때는 새로 성주를 모셔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 집을 고치거나 동티가 나서 성주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되면 성주굿을 한다.
성주굿은 재수굿의 제차를 모두 마친 후 뒷전을 하기 직전에 한다. 먼저 소나무 가지에 한지를 묶은 성주대를 내린다. 대가 내리면 대가 움직이는 대로 밖으로 따라 나가서 새 성주를 모셔 오게 된다. 집주인은 상에 떡과 음식을 차려 나가서 신에게 절하고 성주를 다시 모셔 온다.
집에 들어오면 한지를 막걸리에 축여 동전과 실을 묶은 것으로 성주의 신체를 만들어 대들보나 안방 문 위에 붙인다. 성주 쪽을 향해 쌀을 뿌려 축원한 뒤 무녀는 장고를 치면서 『성주풀이』(흔히 황제풀이라고 함.)를 창한다. 성주대는 아궁이에 넣어서 태운다. 서울지역의 마을굿인 도당굿이나 부군굿(부군당굿)에서도 역시 뒷전을 하기 직전에 『황제풀이』를 창하는 것으로 성주굿을 한다.
6-2) 영동지역의 성주굿
영동지역의 서낭굿이나 별신굿에서는 제석을 모신 후 성주굿을 한다. 성주굿을 할 때 무녀는 반드시 갓을 쓰는데 이는 여자가 갓을 쓰면 편안하다고 해서 생긴 법이라고 한다. 무녀는 반주에 맞추어 성주가 산에 올라가 좋은 나무를 골라 집을 짓는 과정을 서술하고 축원하는 내용의 성주무가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막걸리에 적신 한지를 서낭당의 서까래나 벽에 던져 붙이는 마을도 있다.
6-3) 황해도지역의 성주굿
황해도 지역에서는 철물이굿이나 만수대탁굿(대택굿)을 할 때 성주를 모신다. 특히 새로 집어 굿을 할 때는 그 집을 지은 목수들을 청해 놓고 온갖 놀이를 하면서 성주굿을 크게 한다. 무녀는 먼저 춤과 노래로 성주를 모셔 대접한 후에 목수를 불러 집 짓는 과정을 모의하는 놀이를 한다. 무명 한 필을 펼쳐 성주 대들보 한 가운데 걸쳐 놓고 무명 양쪽 끝을 맞춘 뒤 한 끝은 목수가, 또 한 끝은 무당이 잡은 뒤 톱질하는 흉내를 내면서 서로 잡아당긴다. 무명이 길게 끊어진 쪽이 무명과 성주상에 놓인 쌀과 돈을 가져간다.
이어 목수들은 시루를 무명끈으로 메어 들고 『지정타령』을 하면서 집안을 돌고, 앞마당에서는 터주가리 주절비를 쓰고 업이 좌정하는 흉내를 낸다. 무당은 마을 성주나무 앞에 가서 성주를 받아 집안으로 모셔간 후 성주와 지신, 업이 모두 자리를 잡았으니 집안이 편안할 것이라는 공수를 주고 굿을 마친다.
6-4) 제주도의 성주굿
제주도의 경우는 집을 지은 뒤 작은 굿으로 성주풀이를 한다. 이때 소미 중의 한 사람이 목수인 강태공서목시로 분장하여 등장한다. 성주풀이는 심방(무당)과 강태공의 대화와 모의적인 놀이로 진행되는데, 먼저 강태공은 숫돌에 도끼를 갈고 집안을 다니면서 재목을 찍어 나무하는 흉내를 낸다. 이어 주춧돌을 의미하는 시루떡에 대가지를 꽂고 그 위에 한지 덮어 상징적으로 집을 지어 놓고 집터가 좋은지 산을 받아본 후 축원하고 한지에 물을 적신 지를 네 벽에 던져 붙이는 지부찜으로 굿을 마친다.
6-5) 전라도지역의 성주굿
전라도에서는 도신이나 씻김굿을 할 때 모두 성주굿을 한다. 위도 원당제의 경우 제일 먼저 성주굿으로 시작하고, 줄포에서는 진씻김굿을 할 때 성주굿을 먼저 한다. 내용은 성주신이 집 짓는 업적을 묘사하고 축원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과 같다.
|